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서아빠 Jan 09. 2024

연문위키 - 4편. 커피

프랑스혁명이 커피 때문이라고?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등장한 지 500년 만에 세계를 제패한 '커피' 이야기


사람들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요? 콜라라고요? 아닙니다.


차 밭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는 바로 차(茶, tea)입니다. 그리고 2번째가 오늘의 주제인 '커피(Coffee)'죠. 그런데 커피는 사실 굉장히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음료예요. 무려 세상을 혁명시킨 음료라고 할까요? 오늘은 커피에 대해 좀 더 알아볼게요.


대부분의 음료들은 그 나라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확대된 글로벌 시장으로 팔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차가 그렇고, 태국의 현지 음료였던 레드불(RedBull) 그리고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우리나라의 밀키스가 있죠.


그래서 대부분 음료들은 내수 시장의 소비가 세계 시장의 소비를 이끌어 가게 됩니다. 특히 차는 재배할 수 있는 기후대가 커피보다 훨씬 넓어서, 차를 좋아하는 국가에서 대부분 차를 재배하고 있어요. 중국, 일본, 동남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녹차 등 여러 차를 직접 재배하죠. 와인도 역시 마찬가지죠.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자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술입니다.

※ 내수(內需(안(내), 구할(수)), domestic demand) : '국내 수요(需要)'의 줄임말로, 한 나라의 정부와 민간에서 시행하는 소비와 투자의 총합을 말한다.


커피 재배

하지만 커피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커피는 매우 재배하기 까다로운 작물이에요. 1,000m 이상의 열대 고산지에서 대규모로 재배해야 겨우 갖다 팔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수지 타산이 맞다고 하죠. 그래서 적도 부근에 위치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의 더운 나라들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됩니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우리가 들어봤을 것만 같은 커피 재배지들의 면면만 봐도 그렇지요. 하지만 커피를 볶고, 마시는 것은 주로 고위도 지역의 선진국에서 이루어져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우리나라까지요. 이 처럼 커피는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괴리가 유달리 심한 국제적인 작물이 되겠습니다.


생산지 : ① 수확 및 건조 - ② 생두 수출
수입국 : ③ 로스팅 - ④ 커피업체 및 가정 유통


그래서 커피는 전 세계가 협동해서 만들어 내는 아주 복잡한 음료이자, 오늘날 원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큰 소비재예요. 2023년 커피의 연간 거래량이 750만 톤(t)으로 하루 소비량은 27억 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세의 마지막 무렵에 갑자기 등장한 커피


커피나무 열매

커피나무는 중앙아프리카의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매우 오래된 식물이지만 높은 지대에서 자라고,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주식 작물이 아니라서 15세기가 되어서야 겨우 역사에 등장했지요. 처음에는 지금의 에티오피아 지역, 서남부 내륙지방에 있는 산악 부족들 사이에서 생으로 먹거나 갈아서 반죽으로 만드는 식으로 이용했다고 추정됩니다. 그리고 이후 이 지역보다 북쪽에 있던 악숨 왕국(Mangiśta Aksum)이 내륙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커피가 전래되기 시작했어요.

자생(自生, indigeneous) : 사람의 개입 없이 해당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것.


4세기 겨우 악숨 왕국의 지도

악숨왕국은 서쪽은 로마, 동쪽은 중국의 한나라가 지배하던 시대의 아프리카 지역 강대국으로 4세기 경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홍해 연안의 무역을 지배한 나라예요. 하지만 7세기 경 강대해진 이슬람 제국에 무역 패권을 빼앗기고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9세기 경부터는 인접하는 바다 없이 내륙에 고립되게 됩니다. 


아마 커피는 9세기 이후 아프리카에서 아랍으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돼요. 하지만 악숨 왕국이 멸망하고, 아랍인들이 직접 이 지역에 여러 소국을 세우면서 커피는 다시 잊히게 되죠. 그 이후 악숨 왕가의 혈통을 이어받은 솔로몬 왕가(Solomonic dynasty)가 1270년에 에티오피아(Ethiopia)를 건국하고, 이슬람 왕국과 200년간 전쟁을 일으키면서 대규모 피난민들이 다시 홍해를 건너 예맨이나 이집트로 가게 되는데요,  이 즈음인 15세기에 커피에 대한 기록이 재등장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솔로몬 왕가는 무려 1974년까지 에티오피아 제국을 통치한 왕조입니다. 스스로를 이스라엘 왕국 솔로몬왕의 후손이라고 여기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아라비카(Coffea Arabica)라는 최초의 커피 품종이 이때부터 예맨 등에서 아랍인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어요. 아라비카 품종은 지금도 전체 커피 생산략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정통성과 인기를 가진 커피 품종이죠.

※ 품종(品種, kind) : 물품의 종류 또는 종의 하위 단위로서 유전적 형질에 따라 구분되는 개체군


이슬람 국가들은 종교, 정치, 문화적 특성상 술을 금지하였는데요, 이러한 술 금지 문화와 맞물려 커피가 최고의 음료로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슬람의 수도자나 상류층을 중심으로 커피를 마시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죠. 이 시기에는 커피를 카와(qahwah)라고 불렀는데, 카와는 에티오피아의 옛 말로 와인이나 차 같은 음료를 통칭하는 말이었지만, 예맨에서는 커피나무 열매를 끓인 것이 카와라고 불리게 됩니다. 슬슬 커피의 어원에 대한 감이 오시죠?


이후 시리아(Syria)의 수도인 다마스쿠스(damscus)를 시작으로 1500년 경 메카(mecca), 이집트 카이로(Cairo),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의 콘스탄티노플리스(Constantinople)에까지 카와 판매점이 생기게 되는데요, 당시 중동 지역에 엄청난 인기였다고 해요. 카아가 당시 오스만 제국의 주요 언어였던 페르시아 말로 옮겨지면서 '카흐베(Kahve)'라고 발음되기 시작했고, 카와를 파는 찻집을 '카흐베 하네(Kahve hane)' 즉 커피 하우스라고 불리게 됩니다. 

터키 이스탄불의 커피 하우스 상상도


16세기 중반 오스만 제국이 예맨(Yemen)을 정복한 후, 생산망과 무역망이 안정되면서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Mosque) 근처에는 어디에나 '카흐베 하네'가 생겨 이슬람 세계의 공통 음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16세기 후반에는 유럽의 동방무역을 독점하던 베네치아(Venezia)에도 '카페'라는 이름으로 카흐베가 전해지게 됩니다. 드디어 우리가 아는 단어인 카페가 등장했네요.

 

카페 모카 

17세기에는 커피가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됩니다. 카페라는 이름도 네덜란드는 코피, 영어로는 커피로 이름이 바뀌었죠. 콜럼버스로 유명한 대항해 시대에는 유럽의 상인들은 예맨에서 직접 커피 수입을 시작했고, 당시 예맨 최대의 무역항이었던 '알 무카(al-Mukhā)'에서 따와 '모카(Mocha)'라고 불리기도 하였어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모카커피도 여기에서 유래되었지요.


18세기에는 유럽 전역에 커피 하우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미 1700년부터 런던에만 2천 개가 넘게 성행했다고 하죠. 특히, 카페는 술(와인, 맥주 등)을 대체할 수 있어서 주로 부르주아 상인과 지식인들이 서로 만나서 교류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같은 급격한 사회 기술 발전도 런던과 파리의 커피하우스들의 역할이 무척 컸어요.

※ 부르주아(bourgeois) : 프랑스어로 '성벽 안에 사는 사람'이란 말로써,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자본가 계급으로 확장됨.


18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의 카페는 혁명가, 예술가들이 차지했습니다. 술에 취해 과격하게 혁명을 얘기하다가도, 다음 날 술에서 깨면 잊어버리는 탓에 혁명의 기운이 크게 번지지 못했는데, 커피를 마시며 혁명을 논의하니 카페인의 영향인지 밤늦게까지 토론하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결국 거사를 일으키고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죠.


1789년 7월 12일 오후 젊은 변호사 카미유 데물랭은
카페 드 푸아에서 테이블 위로 올라가 권총을 휘두르며 이렇게 외쳤다. 

 “형제들이여! 자유는 파멸 속에서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는 최고의 동반자입니다. 무장합시다. 시민 여러분! 무장합시다!” 

그의 외침은 군중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고
화난 군중들은 이틀 후 바스티유 감옥을 포위했다. 
 프랑스혁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국은 왜 홍차의 나라가 되었을까?

 

17세기 이후 유럽에서 커피 소비 1위 국가는 바로 네덜란드(Netherlands)였어요. 17세기 초에 예맨의 알 무카 항구에 상관을 세우고 직접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엄격하게 커피 종자의 반출을 금지한 탓에 무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인도에도 문익점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는데, 인도의 이슬람 승려 바바 부단은 1600년 메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이집트에 들러 그곳 커피 농장에서 종자 몇 개를 몰래 갖고 인도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커피 농장 재배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커피 농장의 종자를 네덜란드가 훔쳐 퍼트리게 된 거에요. 18세기에 전 세계 식민지에다 닥치는 대로 커피나무를 심어서 자체 수급에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커피를 슬쩍한 인도 커피를 다시 훔친 네덜란드가 당시 식민지였던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를 시작했어요. 최초의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추었죠. 인도네시아의 루왁 커피 아시죠? 인도네시아의 긴 꼬리 사향고양이인 루왁(Luwak)이 커피 열매를 먹으면 껍질만 소화되고 씨앗은 배설되는데요, 이 씨앗을 어렵게(?) 모아 깨끗이 닦아낸 뒤 햇볕에 말려 만든 것이 바로 루왁커피(kopi Luwak)입니다. 이름만 보면 귀여운 고양이가 만든 커피 같지만 루왁은 오히려 하이에나나 몽구스를 더 닮았어요. 

루왁이 커피 열매를 먹고, 싸면 우리가 마셔요.

참고로 루왁 커피는 1년에 500~800㎏의 원두만 생산되기 때문에 ㎏당 1000달러 이상을 호가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끼리 똥 커피인 ‘블랙 아이보리(Black Ivory)’가 루왁보다 더 비싸서 유명세를 치렀죠. 코끼리가 배설하는 50kg 이상의 배술물속에서 매일 커피 씨앗을 찾아야 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블랙 아이보리의 생산량이 훨씬 적다고 합니다.

※ 호가하다(呼價(부를(호), 값(가)) : 팔거나 사려는 물건의 값을 부르다, 얼마의 가치를 가지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홍어와 마약으로 유명해진 남아메리카의 수리남(Suriname)과 카리브해의 식민지로 옮겨 심었고, 이 커피가 이후 브라질로 전파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더 유명한 콜롬비아는 어떻게 커피 강국이 되었을까요? 그 사연은 참 애틋합니다.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기아나의 총독 부인이 잘생긴 스페인 연대장에게 반해 화려한 꽃다발 속에 커피 묘목을 숨겨 선물했어요. 그 당시 커피 묘목의 반출은 엄격히 금지되었는데도 말이에요. 결국 그 묘목은 콜롬비아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이것이 브라질로 퍼져나가게 되었죠. 

※ 묘목(苗木(모(묘)), sapling) : 인공적으로 대량 육성한 어린 나무


그런데 자국의 식민지가 없던 영국은 네덜란드나 프랑스에 비해 커피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어요. 17세기 후반부터는 식민지였던 인도의 특산품인 홍차가 커피 대신 인기를 끌게 되죠. 당연하게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도 홍차를 많이 마셨어요. 하지만 전쟁 때문에 돈이 부족했던 영국이 식민지로 들어가는 홍차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그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 발생하고, 미국 독립 전쟁의 불씨가 되었죠. 이후 영국과 사이가 나빠진 미국은 커피, 영국은 홍차를 마시는 식성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세계의 독특한 커피 문화


<가루가 깔려있는 터키 커피>

찌꺼기가 남아 있는 터키 커피 - 이 찌꺼기로 점을 보기도 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5000년 전부터 커피 열매를 통째로 갈아서 버터와 섞어 경단처럼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최초 유래된 카와는 원래 커피 열매를 통째로 구워서 처리하고, 그걸 달여서 먹는 형태였어요. 


이후 16세기 정도에는 과육을 제거하고, 씨앗만 볶은 뒤 가루로 만들고 물에 넣어 끓이는 방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가루를 바로 물에 넣어 끓이는 방식은 사실 200년 전까지 전 세계 표준 커피 추출법이었어요. 하지만, 터키에서는 여전히 이런 전통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서 터키 커피라고 불리게 되었어요.

※ 경단(瓊團(옥(경), 둥글(단)) : 곡물 가루를 사용해 만든 떡의 일종


<드립 커피(Drip Coffee)>

드립커피 - 1900년대에 발명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이 발전하였고, 커피의 대량 재배와 유통 기술의 발전으로 커피 기술도 발달하게 되었어요. 커피에 진심이었던 유럽 대륙 국가들 주도로 다양한 커피 기술이 나왔습니다. 먼저 19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필터를 이용해 끓는 물을 부어 내리는 드립 커피가 시작되었고, 20세기 초에 독일에서 거름종이 필터 (드리퍼)를 발명해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죠.


<에스프레소(espresso)>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사이폰의 원리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진공흡입식 커피 발명하였으나 널리 사용은 안되었어요. 프랑스에서 발명된 프렌치 프레스 방식이 더 널리 쓰이게 됩니다. 커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에스프레소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어떻게 더 진하고, 빠르게 먹을까를 고민해서 19세기에는 증기를 이용한 고속 커피 추출기가 등장했고, 1935년 수동식 피스톤 머신, 1945년에는 자동식 피스톤 머신이 발명됩니다. 이렇게 고속으로 압축해서 뽑아낸 진한 커피를 에스프레소라고 부르죠. 죄수들도 커피를 마신다는 이탈리아 답네요.

커피를 추출하는 다양한 방법들


<콜드브루(Cold Brew Coffee)>

찬물로 만드는 콜드브루 - 휴대가 용이하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이 필요한데요, 긴 항해나 여행 중에는 물을 끓여 먹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서 낮은 온도(또는 최소한 주변 온도)에서 추출된 커피를 콜드브루라고 합니다. 분쇄한 커피를 18~24시간 동안 물에 담가 추출한 뒤 걸러내고 마시는 방식으로 일반 커피보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한번 만들어놓으면 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방식에 비해 보관기간이 길고, 마시기도 쉬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숙성되는 장점이 있다. 더치(Dutch) 커피라고도 해요.


그러니까, 지금 커피 한잔 어떠세요?

작가의 이전글 연문위키 - 3편. 인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