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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19. 2024

연문위키 - 8편. 영어의 역사 ②

2) 영국 영어 VS 미국 영어 VS 호주 영어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영어 표준어의 확립 : 대모음변화의 시대


구텐베르크의 인쇄소 풍경(19세기)

144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Gutenberg·1397~1468)는 인류사의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바로 인쇄술의 발명이죠. 그리고 이 시기는 기독교세상의 중심인,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였죠. 당연히 유럽 최초의 인쇄물도 성경이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에 그 당시 귀한 물건이었던 성경이 유럽 전역으로 퍼졌어요. 그 덕분에 성경 중심의 교리를 주장하는 종교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종교 개혁으로 인해 교회 권력이 붕괴되고, 상대적으로 개인의 존재 의미가 중요해졌지요. 이 시기의 교회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였어요.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함께 사제의 전유물이었던 성경도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게 됩니다.

※ 붕괴(崩壞(무너질(붕), 무너질(괴)), collapse) : 무너지고 깨어짐.
※ 전유물(專有物(오로지(전), 있을(유)), exclusive possession) : 혼자 독차지하는 물건


캑스턴이 최초로 도입한 인쇄 광고(위) / 현대영어 번역(아래)

1476년 영국인 캑스턴(Caxton)이 대륙의 인쇄술을 영국에 도입하였습니다. 최초로 영어 번역 서적인 《트로이이야기집》을 출판하면서 '런던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여어 인 이후 일반인들에게 런던영어가 'good English'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15세기부터 수백 년에 걸쳐 근대 영어의 철자법이나 발음과 어순 등의 법칙들이 확립되게 됩니다. 이를 대모음추이(The Great Vowel Shift)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변화된 영어를 근대 영어(Modern English)라고 합니다. 대모음추이로 인해 영어 발음 기호로 / : /로 표기되는 장모음 대부분의 발음이 변하게 됩니다.

※ 어순(語順(말씀(어), 순할(순), Word Order) : 문장 내에서 주어·술어·목적어·수식어 등의 특정 어휘(품사)들이 나열되는 순서


중세(中世, Medium aevum) 기간인 15세기 이전에는 공인된 표준어가 없었기 때문에 각 지역의 방언에 따라 발음, 어휘, 굴절어 등이 달랐어요. 하지만 대모음변화로 인해 기존 영어에 있던 어휘의 굴절이 모두 사라지거나, 단순해지게 됩니다. 고대영어에는 과거 단수/복수형이 따로 있었으며, 대부분의 동사에 대한 과거형의 모습이 다 다른 '불규칙 동사'였다고 해요. 또한 어순이 고정되고 전치사와 같은 기능어가 발달하게 되었어요. 명사의 복수형에 붙는 '–es'는 거의 모든 명사에 사용되게 되었어요.


불규칙 동사(irregular verb) : 동사의 과거형 또는 과거분사형을 표현할 때 '-ed'를 쓰는 규칙을 따르지 않는 예외적인 동사. eat(현재) - ate(과거) - eaten(과거분사) 나 be(현재) - was/were(과거) - been(과거분사) 등이 있습니다. 이런 예외적인 동사가 너무 많아 영어 공부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대모음변화로 인해 표기와 발음상의 괴리가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이 해당 단어의 철자를 모를 경우, 발음을 듣고 철자를 그대로 쓰는 받아쓰기(transcript)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미국의 스타벅스에서는 주문한 고객의 이름을 받아 컵에 적는데, 좀 특이한 이름은 철자를 불러주는 일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특히, 같은 단어라도 뜻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우리를 더 골치 아프게 합니다. 예를 들어 bow는 '활'이라는 의미일 때는 /boʊ/로 발음되지만, '숙이다'라는 의미일 때는 /baʊ/로 발음됩니다. 'read'는 현재형과 과거형의 철자가 같은데, 현재형일 때는 /ri:d/ 로 읽지만, 과거형일 때는 red와 같은 /red/로 읽어야 하죠.


사실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경우는 거의 모든 언어에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말에도 있지요. 'ㄷ'이나 'ㅌ'이 모음 'ㅣ'와 만나서 'ㅈ'이나 'ㅊ'으로 발음되는 구개음화(口蓋音化)가 대표적이에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연음법칙에 의해 '밥솥에'라고 쓰고 '/밥쏘테/'라고 읽지만, '밥솥이'는 구개음화로 이해 '/밥쏘치/'라고 읽는다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릴 때 국어 교육으로 인해 큰 문제없이 읽어낼 수 있습니다.


대모음변화로 발음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나,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철자법과 문법은 그대로 그대로였어요. 말은 쉽게 바뀌는데,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철자법은 바꾸기 쉽지 않죠. 지역마다 발음이 달라, 특정 지역의 발음에 맞춰 철자법을 수정하는 것도 어려웠을 거예요. 인쇄술의 발달 이후에 영어 발음의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영어 철자와 발음이 생뚱맞게 연결되고, 발음 규칙에 많은 예외가 발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결국 1604년 최초의 영어 사전이 발간되면서, 철자와 발음이 조금씩 고정되기 시작했어요.

15세기 이후 모음 변화 사례




현대 영어의 탄생


16세기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재위 기간으로 대영제국의 발판이 만들어지던 시대였죠. 이때 영국인들의 외국 여행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새로운 문물을 경험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새로운 어휘가 필요했을 거예요. 특히, 르네상스 시기 동안 급격히 발달한 학문, 철학, 과학 등에 관련된 라틴어와 그리스어가 많이 유입되었어요. 과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quantum, spectrum, radius도 라틴어입니다.  근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뉴턴 경도 많은 저작을 라틴어로 남겼으며 데카르트(Rene Descartes)나 베이컨(Francis Bacon) 같은 학자들도 라틴어로 저작을 기술하였습니다.


특히,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달로 과학, 철학 분야에서 새롭게 라틴어 등 외래어를 차용해 다양한 어휘들이 만들어졌어요. 이후 라틴어의 어근을 바탕으로 다양한 새로운 언어나 어휘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영국의 식민지가 확되면서, 영어 역시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명언

이 무렵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등을 집필하여 영국 최고의 대문호가 될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등장했어요.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단어와 어휘들을 작품 속에서 많이 만들었어요.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에서 generous(후한), lonely(외로운), majestic(위풍당당한), manager(매니저), gloomy(우울한) 단어들을 새롭게 만들었고, brave new world(멋진 신세계), for goodness’ sake(제발), heart of gold(순수한 마음)와 같은 어휘들도 창조했어요. 그래서 영어를 '셰익스피어의 언어(Shakespeare’s language)’라고 부르기도 하죠.


셰익스피어 이후 영어는 무섭게 확장하고,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가 공식언어로서 식민지에 퍼지게 되었고, 각 나라의 토착어와 섞이면서, 지역 사투리화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여러 책과 문서들은 '런던 영어'로 제작되다 보니 글자와 발음이 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영국은 언젠가 인도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



미국 영어와 호주 영어


아직도 영국 사람이 미국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주문하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미국사람들이 많다고 하죠. 그만큼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단어와 발음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외로 미국은 정부기관에서 지정한 공식적인 표준어가 없습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답죠? 그래서 백인층 중심의 미국 주류 사회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미국식 영어로 간주합니다. 당연하게도 지역에 따라 여러 스타일의 영어가 있죠.

※ 간주(看做(볼(간), 지을(주)), regard) : 그렇게 여기는 것.


영국영어와 미국영어의 차이

미국식 영어는 오히려 영국 영어보다 좀 더 보수적이며 고전적이라고 합니다. 지난 미국의 독립에 대한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청교도 교인들이 주류로 형성된 국가입니다. 이들은 대모음변화 시기 이전의 발음을 일부 가지고 있는 상태로 1620년부터 미국으로 건너왔고, 상대적으로 영국보다 발음, 어휘, 문법 면에서 대모음변화의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 영어가 더 근본에 가깝다는 것이죠. 미국 독립 전쟁 이후 영국으로 돌아간 영국사람들이 바뀐 영국식 영어의 발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예요.

 


반면, 호주의 경우 영국의 죄수들이 정착민의 주축을 이루었어요. 1788년에서야 제1함대가 뉴사우스웨일스 식민지를 건설하였는데 이때 건너간 죄수들은 대부분 런던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하층민들이었고, 이들은 당시 최신 유행하던 런던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미국과 호주 식민지 건설 시기인 150년 사이에 영어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것이죠. 그래서 호주는 미국에 비해 영국 영어와 비슷한 발음과 어휘 구조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정착 이후 다양한 민족이 섞이면서 호주 고유의 방언이 자리 잡게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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