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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19. 2024

연문위키 - 9편. 간지

왜 올해는 청룡의 해일까요?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룡의 해라고도 하죠.

좀 지났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문위기 기원 편에서 2024년은 서기 2024년 즉, 예수님이 태어나신 지 2024년 되는 해라고 했습니다. 갑진년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달력 체계에서 사용하는 구분법인데 이를 간지(干支)라고 해요. 간지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합성어로, 천간은 총 10개의 문자, 지지는 총 12개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천간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이며, 총 10개가 있다 하여 십간(十干)이라고도 합니다. 십간은 서력의 연도 중  끝자리와도 매칭이 되는데, 갑: 4, 을: 5  ~  임: 2, 계: 3이 되죠. 그래서 '갑O년'은 항상 XXX4년이 되겠습니다.

갑O년은 항 4로 끝난다. 2024년은 갑진년이다.

 천간에서 홀수 자리에 위치한 글자는 '양(陽)', 짝수에 있는 글자는 '음(陰)'으로 여겨집니다.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癸)의 12가지 글자입니다. 천간과 마찬가지로 홀수의 위치는 '양', 짝수의 위치는 '음'을 의미해요.

천간(10개)과 지지(12개)

간지는 천간에서 하나, 지지에서 하나를 조합한 거예요. 이때 양은 양끼리, 음은 음끼리 조합합니다. 양의 천간과 음의 지지 조합은 없 때문에 갑축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총 60가지의 조합이 가능로, 간지는 6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게 돼요. 그래서 환갑(還甲)은 60년 만에 돌아온 갑의 의미로, 태어난 띠의 해가 돌아오면 장수했다고 하여 환갑잔치를 벌였어요


2024년, 갑진년은 천간의 첫 번째 글자인 '갑'과 지지의 다섯 번째 글자인 '진'을 합친 거죠. 그럼 내년인 2025년은 어떻게 표기할까요? 천간의 두 번째 글자인 '을'과 지지의 여섯 번째 글자인 '사'를 조합하면 됩니다. 바로 '을사년(乙巳年)'입니다. '을사조약'떠오르시죠? 간지는 60년마다 돌아오니, 을사조약은 2025년으로부터 120년 전인 1905년 체결된 조약임을 있어요.

※ 을사조약(乙巳條約) : 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여 강제로 체결한 조약으로 정식명칭은 한일협상조약입니다.


자주 나오는 역사적 사건의 간지를 몇 개 소개해드릴게요.

 갑(4) - 갑신정변(1884), 갑오개혁(1894)

 을(5) - 을미개혁(1895), 을사조약(1905)

 병(6) - 병자호란(1636), 병인양요(1866)

 정(7) - 정묘호란(1627)

 신(1) - 신미양요(1871)

 임(2) - 임진왜란(1592), 임오군란(1882)

 계(3) - 계유정난(1453)




그런데 왜 갑진년을 용의 해, 그중에서도 청룡의 해라고 할까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으로 거슬러 가야 합니다. 역사의 많은 이야기는 이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농사를 가장 일찍 시작한 지역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숫자 12는 계절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숫자로 신성시했어요. 연문위키 시간 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지역 사람들도 그래서 12진법을 주로 사용했어요.

황도 12궁과 별자리 - 고대에도 12는 매우 중요한 숫자였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최초로 등장한 유일신 신앙인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는 페르시아(Persia) 제국의 국교로 정해진 뒤 제국이 확장되면서 급성장했어요.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아케메네스 왕조(Achaemenes)는 안정된 통치를 위해 토착종교와 관습을 용인하였는데, 이때 각 지역에서 숭배되던 신 또는 동물들이 반신반인의 모습을 한 12명의 하급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실 종교나 신앙에서 하급신은 매우 흔한 일이에요. 기독교에서도 성인을 수호신으로 여기고, 불교에서도 4천왕이라고 부르는 4명의 호법이 있죠.

※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  페르시아 지역에서 발원한 이란 계통의 종교로,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의 가르침을 따르며 창조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를 중심으로 선과 악의 질서 및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루에 5번 진행되는 의식에 필요한 성화(聖火)를 중요시해 '배화교(拜火敎, (절(배))'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자라투스투라는 니체의 저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니체는 자라투스트라의 이름을 빌려 '신은 죽었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합니다. 조로아스터교는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영향을 주었어요.

조로아스터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현교, 명교, 배화교, 마니교로 불리며 유행하였지만, 특유의 반체제, 반정부 성향으로 인해 대대적인 탄압을 받고 지하로 숨어들었어요. 그리고 원 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세우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그래서 무협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만한 의천도룡기의 명교, 묵향의 천마신교 등은 조로아스토교가 뿌리라고 해요.
※ 용인(容忍(얼굴(용), 참을(인))하다, Concede) :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고 용서하다. 비슷한 말로 용납하다가 있습니다. 용납(納(들일(납))하다는 참고 받으들이다 또는 이해하다라는 의미에요.
※ 호법(護法(보호할(호), 법(법)) : 호법신은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며, 신장이라고 합니다. 규율을 지키는 지위를 호법이라고 하고, 단체의 수장이 곧 법이기 때문에 수장을 보호하는 단체를 호법원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조로아스터(하얀색 옷)가 페르시아왕과 대화하는 모습


12 하급신의 등급은 페르시아 제국에 협조적이었거나 강대했던 지역 순으로 했다고 해요. 그래서 쥐 - 소 - 호랑이 - 토끼 - 용 - 뱀 - 말 - 양 - 원숭이 - 닭 - 개 - 멧돼지의 순서가 정해졌습니다. 개와 멧돼지가 많은(혹은 신성시되는) 지역은 페르시아 제국에 비협조적이었을 뿐 아니라 먹을 것을 개, 돼지와 공유해야만 하기 때문에 늘 풍족하지 못했어요. 그 동물들은 농사에도 큰 도움이 안되었구요. 그래서 페르시제국의 민중들에게 개와 돼지는 정서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인기가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개와 멧돼지가 제일 뒷순위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이슬람 문명권으로 바뀌면서 개, 돼지의 이미지가 더 나빠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결하고, 부정한 동물로 여겨 키우지도 먹지도 않게 됩니다. 중동 지역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도 쿠란에 돼지를 기피 동물로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 기피(忌避(꺼릴(기), 피할(피)), Recuse) : 어떠한 대상을 가까이하고 싶지 않고, 선호하지 않는 감정
※명시(明示(밝을(명), 보일(시))하다, evince) : 글로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다.


각 나라별 12 지신

조로아스터교가 인도로 전파되면서 불교에 흡수되었고, 12 하급신도 인도 역법 계산에 응용되어 사용되었어요. 당시 역법에도 12진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2 하급신을 활용했지요.


이후 불교가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12 하급신이 현재까지 남게 되었고, 국가별로 12 동물 중 일부는 변경되기도 했어요.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 인도에서는 호랑이와 닭 대신 사자와 공작새가 등장합니다. 이집트에서는 산양·당나귀 ·고양이 ·악어·홍학·매 등 다른 동물로 대체하였어요. 마찬가지로 페르시아의 12 지신에 고양이가 없는 이유도, 당시 페르시아와 사이가 나빴던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신성시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하여튼 12 지신이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원래 중국 역법에서 쓰이던 지지 12글자(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에 12 지신을 대응하여 연결했기 때문에 한자와 동물이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겁니다. 지지의 첫 글자는 자(子)인데 이는 '최초', '시작'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쥐와는 관계가 없는 글자죠. 여기에 12마리의 동물을 순서대로 연결한 거죠. 그래서 12 지신은 그냥 외워야만 해요. 이 순서로 인해 지지의 진(辰)은 '용'과 매칭되어 2024년 갑진년을 용의 해라고 하죠.




청룡, 황금돼지, 백마띠


서기 600년 정도에는 페르시아의 상인들이 신라까지 진출했습니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갈(왕))이 바로 723년부터 727년까지 인도와 페르시아 일대의 여행기입니다. 경주 원성왕릉의 아랍풍 무인 석상이나 처용탈 등을 보면 당시 중국과 친했던 신라는 일찍부터 페르시아의 문화를 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신라도 12 지신과 오방색을 받아들이게 돼요. 김유신 장군묘에 최초의 12 지신 장식이 있는 이유도 이 시기에 서역의 문화를 잘 받아들였기 때문이에요.

김유신 장군묘의 12 지신 탁본

청룡, 백마, 황금돼지와 같은 띠를 표현하는 단어들도 이때 12 지신과 오방색을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10개의 천간은 양과 음 2개씩 짝을 이루어 오방색과 연결됩니다. 갑/을 - 청색, 병/정 - 적색, 무/기 - 황색, 경/신 - 백색, 임/계 - 흑색이 돼요. 그러니 갑진년은 청색 + 용, 즉 청룡의 해가 됩니다. 2025년 을사년은 청색 + 백, 즉 청사의 해가 되겠죠. 그렇다면 황금돼지띠는 언제일까요? 2019년 기해년입니다.

지지와 오방색의 연결 - 방위, 행성의 순서도 함께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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