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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05. 2024

연문위키 - 2편. 기원 ①

1) 그래서 올해가 몇 년도라고?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기원은 우선 발음이 같지만 다른 말이 많습니다. 사물이 처음으로 생김(origin) / 바둑을 두는 곳 / 바라며 기도하는 것(pray) 뿐만 아니라 회사의 직급의 이름이기도 하죠.

※ 직급 :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등급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직급 없이 '님'이나 '프로' 등으로 부르는 게 유행이죠.
직급과 직책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직급은 직무상의 계급, 직책은 직무상의 책임을 의미합니다. 직책자에게는 타인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과 지위가 부여되죠. 직급이 오르는 글 '승진'이라고 하고, 직책이 변하는 것은 '이동'이라고 합니다. 직급은 사원, 대리, 과장, 부회장, 회장 등을 말하고, 직책은 팀장, 부문장, 대표이사 등을 말합니다.
삼성전자의 회장은 이재용 님이지만 회사의 대표이사는 한종희 님, 경계현 님이죠.


오늘 다룰 기원(紀元(실마리(기), 으뜸(원))은 어떠한 시대, 연대를 구분할 때 그 시작이 되는 해를 뜻합니다.

※ 연대(年代) : 일정한 연 단위로 시간을 나누는 것.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연대 미상'은 정확한 연대 단위를 언급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그냥 2000년대라고 하면 2001~2010년인지, 2001 ~ 2099년인지 알 수 없죠.


<연대표시 : 지금이 언제인가를 정하기 위한 약속>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연대(年代, Common era) 표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연대 표시란 지금 현재가 언제인가를 알기 위해 사람들끼리 합의한 일종의 기준입니다. 햇수를 세는 기준이 되는 해를 기원이라고 부르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서기는 서력기원(西曆紀元)의 줄임말입니다.

연대표시가 왜 중요할까요?


만약 여러분이 10시에 광화문 앞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당연히 오전 10시라고 생각하고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오후 내내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을 위해 밤늦게 만나자고 한 것이죠. 여러분과 친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에 대한 기준이 다르면 위의 사례처럼 많은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만약 시간이 아니라 날짜라면? 월이나 연도라면 어떨까요? 아마 어떤 약속도 쉽게 잡지 못하겠죠. 2월 3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게 올해 2월인지 내년 2월인지 모른다면? 아마 다들 외톨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시계나 달력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었을 거예요. 무협지를 즐겨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런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중추절에 황금각 앞에서 만나세." 남자라면 시간 약속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거죠. 날짜만 정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연대표시입니다. "올해는 2024년이고, 1월 4일이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연대표시는 많은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세계사에서 이름을 좀 날린 문화권에서는 다들 저마다의 연대표시가 있었죠. 잉? 2024년 말고 다른 기준이 있단 말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신가요?

※ 문화권(文化圈, cultural sphere) : 공통된 특징을 보이는 어떤 문화가 지리적으로 분포하는 범위. 주로 독일/오스트리아에서 연구되는 학문적 용어로 정확히 매칭되는 영어 표현은 없음.




<우리나라의 연대표시 - 단기>


우리나라도 반만년(5천 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화로 세계사에서도 이름 높은 민족이다 보니 당연히 독자적인 연대표시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단기죠. 단기는 단군기원(檀君紀元)의 약자입니다. 단기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 연대(기원전 2333년)를 기준으로 하는 연대표시입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중 1번으로 나올만하죠? 단기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인 서기 2024년은 4357년이 됩니다. 서기 연도에 2333년을 더하면 단기가 되죠. 참 쉽죠?

※ 독자적(獨自的, 홀로(독), 스스로(자)), individuality :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하는 또는 혼자만의 독특한 것


단기는 4천 년이 넘은 연대표시이니 만큼 다양한 기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군기원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기준이 되는 원년으로 삼을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단군이 신화적 인물이라 관련된 기록마다 단군이 있었다는 시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조선 세종대왕 시기에 이르러서야 단기를 기원전 2333년으로 확정하여 최초로 서술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 설(說, 말씀(설)), : 견해, 주의, 학설, 통설 따위를 이르는 말. 유사어 : 추측, '카더라' - 명확한 증거나 근거 없이 하는 말을 가설(hypothesis)이라 하고, 증명된 가설을 이론(theory)이라고 부름


 "이가 단군이며 국호는 조선이었는데, 바로 당요 무진년이었다." - 서거정의《동국통감


당요 무진년은 요임금이 즉위한 이후의 (25년이 지난) 무진년을 뜻하며, 이 해가 바로 기원전 2333년이 됩니다. 단기라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요? 조선 시대에서나 쓰던 연대표시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놀랍게도 1960년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단기를 공용 연호로 사용하였습니다.

 -  [연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4호) - 1948년 9월 25일 시행

그러나 5.16 군사정부가 1961년 이후 현재의 서력기원을 기준으로 하는 [연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775호)를 제정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서력기원을 쓰고 있는 것이죠




<글로벌 표준 연대 : 서력>


그렇다면 서력(西曆) 기원이란 무엇일까요? 서력기원은 예수님 탄생을 기준으로 삼는 서구 문화의 연대표시입니다. 단기와 달리 서력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요, 이 연도를 Anno Domini (AD, 라틴어로 '하나님의 해'라는 의미)라고 불렀습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연도를 AD 1년 = 기원후 1년이라고 했지요. 다시 말해 서기는 기원후와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기원'에 해당하는 AD가 기독교적 색채가 강해 일부로 서기로 쓴다는 '설'도 있습니다.

※ 서구(西歐) : 좁게는 서유럽, 넓게는 서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의 자유 진영을 지칭한 말로 최근에는 미국, 유럽을 포함한 서양의 뜻으로 사용.


디오니우스 엑시구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서력기원은 로마수도원장이었던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 470년 ~ 544년)가 처음으로 제정하였습니다. 먼가 이름이 로마 스럽죠? 이런 서력기원은 유럽에서도 11세기 이후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디오니시우스는 0 이란 숫자를 몰라서  기원을 0년이 아닌 1년부터 시작했다고 하죠.

※ 수도원장(修道院長, ) : 수도원의 장상(우두머리)을 의미하며, 수도원은 수도자가 공동생활을 하면서 수행하는 곳임. 수도자의 성별에 따라 수사원(修士院)과 수녀원(修女院)으로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종교에 따라 부르는 수도원장의 명칭이 다르다.


이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저는 상관없지만 2000년 태생의 친구들에게는 매우 상관있는 얘기입니다. 이 분 때문에 우리가 100년 단위인 세기(Century)를 1년부터 100년까지라고 하는 거죠.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쉽게 말하면, 2000년에 태어나신 분들은 20세기에 태어난 겁니다. 21세기는 2001년부터 2100년까지이기 때문이죠. 이제 2000년 생들은 21세기에 태어났다고 하면 안 됩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요?

디오니시우스 때문입니다. 디. 오. 니. 시. 우. 스




올해는 2024년이니 예수님이 탄생하신 지 2024년이 되는 해가 되는군요. 사실 그리스도의 탄생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만은, 실제 그리스도가 AD 1년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실제 그리스도의 탄생년으로 서력기원을 바꾸면 역사서, 날짜 체계 등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실제 그리스도의 탄생년을 오히려 AD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기원전(Before Christ, BC)이란 개념은 기원후보다 훨씬 더 늦은 17세기가 되어서야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스도 탄생 이전은 햇수로서 의미가 없다는 기독교사고  때문이죠. 그전에는 로마 건립년을 기준으로 하는 A.U.C (Ab Urbe Condita) 등 다른 연대표시를 사용하였습니다. 기원전은 서기 1년 이전까지의 기간으로 우주와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수십억 년을 거친 선사 시대와 주요 초기 문명의 형성 이후 수천 년의 역사시대를 포함한 시기로 엄청 긴 시간입니다.

※ 기독교에서 '기독(基督)'은 Christ를 한자로 음차 한 것입니다.
사고(思考, 생각할(사), 상고할(고)), think): 생각하고 궁리함.
산물(産物(낳을(산), 만물(물), product) : 생산되어 나온 물건이나 상품


그런데 기원전, 기원후라는 말을 가만히 보면 기원전은 영어로, 기원후는 라틴어로 쓰는데요, 기원후(AD)가 만들어질 때 로마의 수도원장이 만들었기 때문에 라틴어로 작성을 했고, 기원후(BC)가 사용되는 17세기에는 대항해 시대에 강성해진 영국의 언어인 영어로 작성되었다는 '설'이 있어요.


기원전과 기원후는 쓰는 법이 다른데요, 기원전 100년은 100 B.C라고 숫자를 앞에 쓰고, 기원후 100년은 A.D 100이라고 숫자를 뒤에 씁니다. B.C나 A.D가 기준이기 때문에 이전이라는 의미는 앞에, 이후라는 의미는 뒤에 쓰는 거죠. 또한 기원전은 수체계의 마이너스와 비슷하게 숫자가 커질수록 더 과거라는 의미입니다.




지구 종말을 예언한다? 마야 장기 달력


지구 종말론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달력이 있죠. 바로 마야 달력(Maya Calendar)입니다. 마야인들은 다양한 달력을 사용했었는데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달력과 종교적으로 사용하는 달력을 구분하였습니다. 마야인들이 사용하는 달력 중 가장 긴 달력은 5,125년을 주기로 하는 달력입니다. 이 장기 달력(Long Count)은 기원전 3114년을 기준으로 시작되는데, 이 달력의 마지막 날이 서기 2012년 12월 21일입니다.

※ 종말론(終末論, eschatology) : 어떤 특정 시점에 세상이 멸망한다는 의견.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과 2012년에 유행한 적이 있음.


뉴 에이지(New Age)의 관련 서적에서 마야의 장기 달력이 2012년 동지 부근 (12월 21일~23일)에서 끝난다는 내용이 등장하면서, 세계 각국에 종말론이 퍼지기도 했었죠. 그 주장의 진위는 우리가 잘 살아있는 것으로 증명이 되었죠.ㅎㅎ

※ 뉴 에이지(New Age) :  20세기 말엽 나타난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통칭하는 말. 신비주의 종교로 이어지기도 한다.
※ 동지(冬至) : 양력으로 12월 21~22일로 22번째 절기. 음력에서는 11월에 반드시 동지가 있어 11월을 동짓달이라고도 한다. 동지에 우리나라는 밤이 가장 길다. 절기는 태양의 이동경로(황도)를 24 등분하여 계절을 나눈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용하는 기준임.
※ 진위(眞僞(참(진), 거짓(위)) : 진실과 거짓
마야 장기 달력




<부처님이 열반하신 해 - 불기>


연대 표시는 단기, 서기 이외에도 부처의 입멸(열반)을 기준으로 삼는 불기(佛記)도 있습니다. 불멸기원(佛滅紀元), 즉 부처님이 떠나신 후 그 가르침을 잊지 말자는 추모의 의미를 담아 불멸한 해를 기원으로 하도록 제정하였습니다. 544 B.C가 불기 1년이며, 서기 2024년은 불기 2568년입니다.

※ 입멸(입적, 열반) : 부처 및 고승의 죽음
※ 추모(追慕(따를(추), 사모할(모), memorial ) : 죽은 사람을 기리는 것
※ 제정(提呈(끌(제), 드릴(정), Enactment) : 법률이나 제도 등을 만드는 것.


부처는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은 자', '눈을 뜬 자'라는 의미의 붓다(बुद्ध)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진리를 깨달은 성인을 가리켜 붓다라고 하기 때문에 원칙상 깨달은 자라면 누구든 '붓다'라고 할 수 있지만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고타마 싯다르타)를 의미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태어나신 해)과 불기(돌아가신 해)는 다른 해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석가탄신일이라고도 부르며, 음력 4월 8일이죠. '사월 초파일'이라고도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이니 좀 더 의미 있죠? 2024년에는 양력으로 5월 15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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