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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24. 2024

연문위키 - 10편. 달러의 시대 ②

2) 영국의 몰락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 원-달러 환율이 왜 중요할까요?


“수에즈운하 통항 차질 장기화 우려…운임 강세”
"파나마 운하, '선박 통행량' 다시 삭감... 엘니뇨 기상 현상과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탓"


또 다른 신문 기사의 제목입니다.

수에즈 운하 통관 이슈 관련 뉴스 장면

환율은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지역 분쟁으로 인한 수에즈 운하(Suez Canal) 통관 이슈와 가뭄으로 인해 선박 통행이 어려워진 파나마 운하(Panama Canal) 등 무역 관련 글로벌 이슈들은 기업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거예요. 왜냐하면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자국의 물건과 사람으로만 경제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에요.

※ 통관(通關, (통과할(통), 빗장(관)), customs clearance)  : 세관을 통과하는 것. 모든 수출입품은 세관을 통관해야 하며, 이를 거치지 않는 것을 밀수라고 합니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외국과의 교역은 필수인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해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달러 환율'이라는 용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국제 경제에서 기축통화가 바로 달러이기 때문입니다. 원 달러 환율은 달러를 기반으로 원화가 강세인지 약세인지를 판단합니다.


 

※ 교역(交易(사귈(교), 바꿀(역)), trade) : 국가 간 재화와 서비스의 자발적인 교환. 비슷한 말로 무역(貿易), 통상(通商)이 있습니다. 무역은 나라, 지역, 개인 간의 교환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교역보다 더 넓은 의미예요.
※ 기축 통화(基軸通貨(터(기), 굴대(축)), world currency) : 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는 화폐. 기축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제거래에서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호환성, 가치의 안정성, 통화 발행국의 선진화된 금융시장 등을 조건이 필요합니다.




■ 영국의 일방적 자유무역 실패


그런데 왜 많고 많은 다른 나라 화폐 중에서 달러가 그 기준이 되었을까요?


대항해 시대 이후로 세계 2차 대전까지 세계 최대의 강대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영국이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제국주의의 국가들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모든 부를 독점했습니다. 대영제국은 전 세계의 식민지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일방적 자유무역'을 시행했어요. 일방적 자유무역이란 (상대국이 원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하는 무역을 말합니다. 영국과 같이 경제, 군사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 깡패국가 패권국가만 할 수 있는 무역이에요. 패권 국가라면 모름지기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권을 가지고, 이를 관리해야 하거든요.


금 본위제 설명 이미지

이때, 영국은 금본위제(gold standard system)를 통해 국제 통화 질서를 세웠어요. 금본위제는 중앙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에 따라 발행할 수 있는 통화의 양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은행 잔고 내에서만 물건을 사는 월급쟁이의 경제생활과 같은 것이죠.

※ 잔고(殘高(남을(잔), balance) : 일본식 한자 조어로 '남아있는 돈'을 의미함. 잔액(殘額)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세계 1차 대전 이후 발생한 1929년 미국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영국의 경제 패권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 지역 분쟁, 미-중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자국이 먹고살기 어려우면, 보호 무역이 더 성행하는 법이니까요.


공황(恐慌(두려울(공), 두려워할(황), Depression)
  : 경제공황의 준말로, 강한 경기 불황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말로 '경기 침체'가 있는데 침체는 강도나 지속기간이 공황보다 약합니다. 공(恐)은 두려워하다는 의미로 공룡, 공포 등에 사용됩니다.

대공황(大恐慌, Great Depression)
 :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말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경제 위기 상황입니다.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고 불린 월스트리트의 대폭락(Wall Street Crash of 1929)에서 촉발되었습니다. 미국의 호황에 힘입어 묻지마 주식 투기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어요. 이후 은행의 연쇄 도산으로 인해 돈을 인출하려는 고객이 몰리는 뱅크런(bank run) 현상이 발생하게 되자, 자유방임주의 시장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됩니다. 이후 거시 경제학의 대가인 케인즈를 필두로 주장한 수정자본주의가 주류로 인정받게 됩니다.
※ 성행(盛行(성할(성), 다닐(행)), popular) : 매우 왕성하게 유행하다.


미국 대공황 시대에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

대공황으로 인해 영국과 프랑스 등이 세계 경제를 지역 단위로 묶는 이른바 블록 경제(bloc economy)를 형성하고, 이때 영국 주도의 (일방적)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영국의 몰락에 결정타를 때린 것이 바로 세계 2차 대전(World War II, 1939 ~ 1945)이 되겠습니다.


세계 2차 대전 초기만 해도 미국은 유럽과 떨어진 아메리카 대륙에서 나 홀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1941년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되고, 세계 2차 대전은 미국을 포함한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기간 동안 무너진 산업과 경제를 재건하면서도, 빌린 전쟁 자금 갚아야 하는 등 대공황과 같은 국제 경제의 위기가 다시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죠.

※ 연합국 :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화민국(중국) 등 국제적 군사 연합체. 미국은 1941년까지 전쟁 무기를 대여해 주는 형태로 참전하였으나,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군대를 동원했어요.

연합국에 맞서 싸운 쪽을 추축국(樞軸國(근원(추), 굴대(축)), Axis powers)이라고 하는데, '추축'은 사물의 가장 긴요한 부분 또는 정치나 권력의 중심을 의미하는 말이에요. 1936년에 무솔리니가 '유럽의 국제관계는 로마와 베를린을 연결하는 선을 추축으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연설한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7월, 전쟁을 거의 이겼다고 여긴 미국, 영국, 프랑스 중심의 44개 연합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는 화폐 즉, 기축 통화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논의를 끌고 간 국가는 미국이었죠. 바로 이 회담이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를 구축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회담입니다.


레튼우즈 회담은 구 패권국가인 영국과 신 패권국가로 예정된 미국의 대결이었어요. 왕년에 세계를 무대로 좀 놀았던 영국은 거시경제학의 대가로 불리는 인즈(John Maynard Keynes)가 대표로 나섰어요. 세계 대전에서 패배하기 일보 직전, 미국의 참전으로 가까스로 승전국이 된 영국이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히 컸거든요. 기축 통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영향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거예요.

※ 왕년(往年(갈(왕)), : 지나간 해. 지난날 또는 한때라고도 합니다.
※ 케인즈 : 현대 거시경제학을 창시하고 정립했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경제학자. 자유방임주의보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케인스주의를 정립했어요. 당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어요.



"빈 병을 땅에다 파묻고 정부가 사람을 고용해 빈 병을 파내라"
- 존 메어너드 케인즈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케인즈이지만 염치는 있었는지 영국의 통화를 세계의 기축 통화로 삼자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케인즈는  ‘방코르(bancor)'라는 가상화폐를 글로벌 통화로 만들어 국가 간의 거래에 사용하자는 주장을 했죠.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가상화폐와는 조금 그 결이 다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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