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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26. 2024

연문위키 - 10편. 달러의 시대④

4) 오일 달러의 시대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 달러의 시대를 연 미국의 전략 3.


1. 오일 달러 전략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대통령의 <신경제정책> 발표 이후 달러는 이제 더 이상 금으로 바꿀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 안정과 달러에 대한 신뢰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 가치가 없는 달러 지폐가 어떻게 여전히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974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긴밀한 맹방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이유는 미국은 금본위제를 대신할 엄청난 아이디어를 하나 성공시키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와 협정을 통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력을 원조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를 개발하고 매매할 때 그 대금은 오직 미국 달러로만 한다는 비밀 조약을 맺는 것이죠. 바로 1974년에 체결한 페트로-달러(Petro Dollar) 협정입니다. 이 협정으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맹방이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막의 부족 국가에서 전 세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로 떠오르게 됩니다.

※ 산유국(産油國(낳을(산), 기름(유)), oil producing country) : 자국의 영토 및 영해에서 석유 원유를 채굴하는 나라
※ 원유(原油(근원(원)), Crude Oil) : 땅속에서 갓 뽑아내어, 정제하지 않은 석유. 원유 1배럴(약 159리터, 42갤런)은 LPG(2%), 휘발유(8%). 등유(9%) = 14.3ℓ, 경유(26%) = 41.3ℓ, 중유(38%) 등으로 정제할 수 있어요.
※ 맹방(盟邦(맹세(맹), 나라(방)), ally) : 동맹을 맺은 나라


국제 무역은 미국이 달러를 생산하고
나머지 나라들이 달러로 살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 게임이다.
- 아시안 타임스


1973년 오일 쇼크 때 사진

특히, 1973년 석유수출국들의 원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오일 쇼크(oil shock)는 달러를 세계 경제의 기축 통화로 부활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듬해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인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과의 합의를 통해 산유국들이 원유 결제 대금을 달러로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거든요. 이 합의를 통해 달러는 다시 전 세계 유일의 기축 통화의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원유가 필요하지 않은 나라는 사실 없으므로. 사실상 모든 나라는 미국 달러의 사용을 강제하게 된 것이죠. 기존의 [달러 - 금본위제 - 고정환율제]가 [달러- 석유 본위제 - 변동환율제]로 바뀌게 된 셈이에요.

※ OPEC :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기구 가입국 간의 석유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 2018년 기준 OPEC 가입국들은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81.5%, 원유 생산의 44%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2. 플라자 합의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요. 1980년 집권한 미국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Ronald Willson Reagan)은 미국 국내의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긴축 정책과 대규모 감세 정책을 사용하였어요. 정부 지출과 규제를 줄이고, 대규모 감세, 물가 안정을 위한 화폐 공급량 축소를 골자로 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 1981~1989)'의 시작이었죠. 이를 통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통제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었지요. 하지만 레이거노믹스 엄청난 재정적자의 증가를 불러일으켜, 환율은 떨어졌어요. 결국  달러화의 가치가 다른 나라 화폐 대비 평가절상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1985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300억 달러에 이르렀어요.

※ 권불십년(權不十年(권세(권)) :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비슷한 말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붉을(홍))이 있어요. 어떤 꽃도 십일 동안 붉게 피지는 못한다는 말로, 한번 강해지면 반드시 멀지 않아 약해짐을 이르는 말입니다.
※ 타개하다(打開(칠(타), 열(개), break through)  : 매우 어렵거나 막힌 일을 잘 처리하여 해결하다. 더 좋은 말로는 '헤쳐 나가다'가 있습니다. 죽음이나 사망을 이르는 말은 '타계'이니 헷갈리지 마세요.
※ 긴축 정책((Contractionary Policy) :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줄여 통화 가치(이자율)를 높이는 정책. 주로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용합니다.
※ 평가절상(revaluation) : 환율을 내리면 자국 화폐가치가 올라가는 현상 ($1 = 1,000원 ▶ $1 = 1,500원). 평가절상이 되면 상대국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을 받아도 자국 화폐로 교환할 때 이익이 커지므로 수출이 더 유리해집니다. 따라서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돼요.
반대로 평가절하(Devaluation)는 자국의 화폐가치가 내려가는 현상입니다.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G5 재무장관 회의

레이건 2기 정부 들어서 미국은 기존의 일방주의 경제정책을 수정하여, 주요 국가들 간의 다자 간 협력 방식으로 수정되게 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대표들이 1985년 9월 뉴욕의 플라자 호텔(Plaza hotel)에 모여 국제 통화 체제의 안정, 적정 환율의 관리 등을  논의했어요. 이 논의의 결과가 바로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입니다. 미국 달러와 함께 세계 기축 통화의 축을 담당했던 일본의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Deutsche Mark)에 대한 달러의 평가절하를 약속했죠.


그리고 G5의 합의는 세계 투자자들의 베팅 방향을 일거에 바꿔 엔화 가치를 급상승시킬 수 있었어요. 플라자 합의 전 엔-달러 환율은 $1 = 240¥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1 = 150¥으로 조정이 되었어요. 엔화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금리를 낮추었죠. (5% → 2.5%) 이러한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엔화가 풀렸고, 이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 되었어요. 그 결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됩니다. 참고로 현재 일본의 단기 금리는 '-0.1%'입니다. 돈을 맡기면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죠.

※ 일거(一擧, one move) : 한번의 동작


3. 천조국의 탄생 : 전쟁


플라자 합의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서 달러 패권은 간신히 유지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모든 나라가 미국 주도의 경제 개편을 지지한 건 아니었어요. 중동의 또 다른 맹주인 이라크(Iraq)의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대통령은 2001년 자국의 원유 거래에 유럽연합(EU)의 화폐인 유로(euro)를 사용할 것을 승인했습니다. 감히 미국 달러에 대항하는 불순한 행동을 하다니! 당연히 유럽과 이라크는 큰일 날 것 같았어요. 하지만 2002년 말 유로가 달러 대비 17%의 가치 상승을 보여주게 되면서, 세계는 술렁이기 시작했죠. 유로 가치가 올라갈수록 달러의 지배 구조는 흔들리게 될 건 뻔히 보였거든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실각했다

이라크의 이런 도발은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2001년 출범한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는 오일-달러 패권을 지속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어요. 물론 명분은 [이라크에서의 민주주의 확산]과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 폐기] 였긴 하지만요.


 2003년 3월, 제2차 걸프전이라고 불리는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라크의 자유(Operation lraq Freedom)”라는 작전명이었죠. 미국은 침공 1달 만에 이라크 전역을 점령하면서 천조국 미국의 군사력과 현대전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어요.


 이후 당연하게도 이라크산의 원유 결제 통화 다시 달러로 바뀌었어요.


미국은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후 1) 페트로-달러, 2) 플라자 협의, 3) 이라크 침공을 통해 불안했던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미국의 이러한 노력(?) 때문에 오늘날 지구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체 통화량의 21%는 달러이고, 전 세계 무역 결제의 88%는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서진,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어지러운 현재의 국제 정세는 다시 달러의 영향력을 약해지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국제정세 :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적인(전쟁) 동향과 종합적인 분위기를 함축하여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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