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서아빠 Jan 29. 2024

연문위키 - 11편. 투자와 투기 사이①

1) 튤립이 얼마라고?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 튤립의 유입


17세기 초반,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지만, 북유럽과 서유럽의 무역로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미 등의 다른 스페인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은이 대량으로 유통되어 상업주의가 발달해 있었어요. 무적함대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선박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원양 항해가 가능한 조선 기술도 최고였죠. 이에 더해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인근의 제국들끼리 다투고 있어 네덜란드의 발전을 막을 수 없었어요.


선물 좋아하다 훅 갑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거래를 찍은 2020년 4월.

네덜란드가 한창 독립전쟁 중이던 1630년대, 정체불명의 식물에 네덜란드가 들썩입니다. 튀르키예가 원산지인 원예식물, 튤립(Tulip, 울금향이라고도 합니다.)이 그 주인공이죠. 튤립이 큰 인기를 끌자, 상거래에 도가 텄던 네덜란드 상인들은 모두 튤립 사재기에 나섭니다. 튤립은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작물이어서, 심지어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도 사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났어요. 바로 선물 거래의 등장이죠.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 또는 '영원한 애정'이라고 합니다. 튤립 모양이 이슬람교도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과 닮았다고 하여 튀르키예어로 '톨리반(toliban)'이 현재의 '튤립(tulip)'이 되었습니다.
※ 선물(先物, Futures) : 미래 어느 시점을 정해 특정한 가격에 매매한다는 계약을 사고파는 거래. 오늘날에는 주식뿐만 아니라 석유, 금속 등 원자재와 채권 등도 선물 거래를 합니다. 미래 시점의 계약이기 때문에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합니다. 2020년 4월 원유 선물거래가 배럴당 -37달러가 되기도 했어요.


당시 최고가로 기록된 셈페레 아우휘스튀스 품종의 튤립. 특히 줄무니 튤립이 가격이 높았다.

선물 거래라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기까지 한 네덜란드에서는 1630년대 중반에는 뿌리 하나가 8만 7000유로(약 1억 600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해요. 튤립이 가장 비쌀 때는 1637년인데, 최고 수준의 장인이 버는 소득의 10년 치보다 높았다고 해요. 이런 상황이니 꽃이 피면 상태에 따라 지불하는 옵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팔겠다는 사람만 넘쳐났으므로 거품이 터졌어요. 튤립 가격의 하락은 '투기로 인한 최초의 거품'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수요가 없어지면, 가격은 0이 된다는 사실은 '달러의 시대 편'에서 알려드렸는데 기억나시나요? 이런 계기로 '튤립 파동(tulip mania)'은 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거대한 경제적인 거품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게 됩니다.


대항해시대의 부를 거의 독점하던 네덜란드였기 때문에 새로운 사치재이자 명품의 등장에 환호했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죠. 선물 거래로 큰 피해를 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사실 튤립 파동으로 인한 네덜란드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네덜란드에 가면 튤립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 아시나요? 괜히 네덜란드를 풍차와 튤립의 나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고요.

세계 1위의 꽃 수출국인 네덜란드. 튤립을 여전히 사랑한다.

                    

작가의 이전글 연문위키 - 10편. 달러의 시대④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