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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seongi Kim Dec 31. 2018

어느 초가을

 

젊은 남자가 입원하였다.

나이는 이십 대 초반이고, 호리호리한 몸에
얼굴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내가 보기엔 '어린애'였다.  

초기 면담에서 환자 어머님을 통해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환자가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묻는 과정에,

환자의 어머님과 환자의 무덤덤한 반응에 나와 의료진은 다소 놀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덤덤함은 이전의 수많은 고민과 슬픔, 분노, 좌절의
응결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핀과 그 이외의 진통제, 보조제등으로

어느 정도 잡히자, 식욕이 도는지-먹기 시작했고
그로 인하여 잠시 호전되었던 몸 상태가 다시 악화되었다.
이러한 싸이클로 반복하기를 몇 번, 적정선에서 나와 그 친구는
타협하고 그 상황에서 적응이 되어 가는 듯하였다.


어느 날 링거대를 잡고, 워드로 온 그 친구가 물었다.
'선생님, 저 언제쯤 죽을까요?'


나는 그 친구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 자리를 잡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름은 지나가서 덥지는 않고, 
다소 청량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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