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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seongi Kim Dec 31. 2018

호상(好喪)

호스피스 의사로 일하면서, 제일 난감할 때는, 내원 당일 환자가 임종하는 것이다.

말기암의 생리와 그에 따른 환자 컨디션 변화를 알고 오는 것보다, 보호자들은 장소의 변동에 항상 신경을 쓰기 때문에, 호스피스 의료진들이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 환자의 입원 당시 생체 징후 확인 및 컨디션 변화에 대한 설명과 면담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순리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 주치의는 환자 보호자들의 감정의 분출을 온몸으로 맞고 견뎌야 한다. 약을 어떻게 썼는지. 내원 후 의료진의 처치는 어떠했는지 등,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소진이 많이 되는 일이다.


그 어르신도 좋지 않은 상태로 오셨다.
예후를 설명을 들었지만, 당일날 임종하셨다.


난 임종 선언을 하고,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여러 의문과 반문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작은 아들이 말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이 정도면 오래오래 살다 가셨네. 선생님, 고생하셨어요. 뭐. 그럴 수도 있지요"


큰아들이 말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누릴 것은 다 누리고 가셨네. 나도 못해본 결혼도 두 번 하시고. 허허허"


호스피스 내원 1일째, 이런 호상(好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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