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나를 살렸다.

완벽하려다 멈춰 있던 나에게

by 전석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

'큰 그림을 그려.'
'멀리 봐.'


나는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정답을 아는 사람처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점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아, 미래를 위해 큰 목표를 세워야 하는구나.'


나는 목표를 세울 때마다 꽤 거창하게 잡았다.
추진력이 실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까.

하지만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뒤따라오는 좌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내 이상은 저 하늘 위에 있는데,
정작 나는 계단 몇 칸밖에 오르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나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다.


뜻하지 않은 경험에서도 무언가를 배우긴 한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은 건 신중함이었다.

다만, 그 신중함이 언제나 나를 도와주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하기 전,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까지 대비하며
선택 하나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내가 바란 완벽은,

안전함을 주기는커녕


투박하지만 살아 있던 나의 가능성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다.


'에이, 맞는 거였으면 진작 했겠지.'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며,
나는 안전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 나는 올해부터
나를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에서
한 발짝 나오기로 했다.


당장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사람이 한순간에 달라지진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 행동해보기로 했다.


다시 걱정이 스며들려 할 때면
눈을 한번 딱 감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못한다고, 뜻대로 잘 안 풀려도 내가 죽지는 않아.'


민망해도, 엉성하더라도
일단 그대로 부딪혀 보기로 한다.


축구선수들이 득점을 하기까지

수없이 슈팅을 시도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나의 득점을 위해

골대를 향해 과감히 슛을 날려보기로 했다.


앞으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당겨와
나를 괴롭히지 않으려 한다.


그 대신,

지금 눈을 뜨고 시작되는 오늘에 집중하기로 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한 걸음이니까.


울타리 밖으로 한 걸음 나오니,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 언제 이렇게까지 왔지?"


오늘을 반복해 쌓인 궤도가
결국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나는 그 걸음을

부지런히 내딛어보려 한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