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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Nov 02. 2016

위대한 감독이 되기 위한 조건

호샥 축글 _ 아홉 번째 글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 바르셀로나 경기 리뷰


당신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 감독 놀음 ' 과 ' 선수 놀음 '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

축구에서 위대한 감독과 위대한 선수 중 경기에 더 크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에 대한 물음은 늘 팽팽하게 대립해왔던 논점이다 . 이 물음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 우리는 메시라는 선수 한 명이 혼자서 경기를 뒤집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지만 감독을 통해 약팀이 강팀으로 진화하는 혹은 강팀이 약팀으로 퇴보하는 모습 또한 자주 지켜보기 때문이다 . 그래서 축구는 ' 감독 놀음 ' 이 될 수도 있고 ' 선수 놀음 ' 이 될 수도 있는 복잡한 스포츠다 .

오늘 새벽 있었던 맨체스터 시티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 축구는 감독 놀음이다 . '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 과르디올라 라는 위대한 감독의 존재가 이번 경기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






• 경기 하이라이트

http://naver.me/Gh1yj7ka




2주 전 조별리그 첫 맞대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방법으로 바르셀로나 식 축구를 택했다 . 아구에로를 빼고 데 브라위너에게 가짜 9번의 역할을 맡기며 점유율을 높인 채 경기를 지배하려 했지만 결과는 0:4 패배였다 . 과르디올라 식 축구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던 맨체스터 시티가 과르디올라 식 축구가 수 년 동안 깊게 자리 잡혀있던 바르셀로나를 같은 방식으로 제압하기란 쉽지 않았다 .

오늘 새벽 열린 두 번째 맞대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의 오랜 축구 철학을 과감히 포기했다 . 짧은 패스를 통해 공을 점유한 채 경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오랜 축구 철학을 접어둔 채 , 점유율을 포기하고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후방에서의 긴 패스를 통한 직선적인 공격 전술을 펼쳤다 .

경기 초반부터 가해진 맨체스터 시티의 강력한 압박에 당황한 바르셀로나는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 맨체스터 시티의 분위기로 경기가 흘러가는 도중 바르셀로나의 단 한 번의 역습으로 메시의 골이 터졌다 . ' 역시 축구는 선수 놀음인가 ? '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네이마르와 메시의 콤비 플레이는 정신력으로 무장한 맨체스터 시티 수비진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금방 다시 분위기를 되찾아냈다 . 실점한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상대 진영에서부터 전방 압박을 가한 결과 세르히 로베르토의 패스 실수가 나왔고 그 공은 아구에로 , 스털링의 발을 거쳐 귄도안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

후반전에 들어서도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끊임 없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압박하며 짧은 패스 보다는 후방에서의 긴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전술을 이어갔다 . 후반 51분 케빈 데 브라위너의 프리킥 골과 약 25분 뒤 터진 귄도안의 추가골로 맨체스터 시티는 바르셀로나를 3:1 로 제압했다 .


사진 출처 : The Independent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 승리였다 .


사진 출처 : Sky Sports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을 강조하며 조 하트를 토리노로 떠나보낸 과르디올라 감독이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골키퍼 카바예로에게 롱킥을 주문했다 . 수비수들도 짧은 패스보다는 전방을 향한 롱킥을 자주 시도했다 . 그리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주문했다 .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시했던 롱킥은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을 빠르게 탈출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강한 전방 압박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패스 플레이를 붕괴시켰다 . 지금의 바르셀로나 식 점유율 축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다른 팀으로 옮겨와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무너뜨린 것이다 .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이니에스타의 부재가 가장 아쉬웠다 . 오늘 경기는 중원 싸움이 굉장히 중요했다 . 라인을 끌어올린 바르셀로나 수비진과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한 맨체스터 시티 공격진 , 그리고 양 팀의 미드필더 진이 중앙선 부근에서 계속해서 경합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니에스타가 없는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진은 이 경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 미드필더들은 볼 소유를 확실히 하지 못했고 그 결과 그들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 바르셀로나가 오늘 만들어 낸 가장 위협적이었던 두 번의 찬스 ( 메시의 골과 안드레 고메스의 골대를 강타한 슈팅 ) 는 모두 그들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니었다 . 이니에스타의 부재로 인해 중원 싸움에서 밀린 점 , 그로 인해 MSN 라인이 더욱 힘을 쓰지 못했던 점이 오늘 바르셀로나의 패인이었다 .






과르디올라 감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맨체스터 시티와 바르셀로나는 전술 지향점이 유사하다 . 오늘 경기를 중계했던 김태륭 해설위원은 ' 클론과 클론의 대결 ' 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니 말이다 .

하지만 오늘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잡기 위해 그의 본래 철학을 접어두고 역습을 중점으로 하는 직선적인 축구를 택했다 . 반면 바르셀로나는 그들의 본래 스타일대로 플레이하려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에 눌려 그들의 축구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


사진 출처 : The Independent


첫 맞대결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맞대응 전술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변화를 택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판단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 변화를 시도하는 판단력은 위대한 감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 과르디올라 감독은 본인이 위대한 감독임을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도전을 통해 스스로 증명해나가고 있다 . 변화를 시도하는 판단력은 최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전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리뉴 감독이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강하게 요구되는 감독으로서의 능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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