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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Oct 16. 2016

대표팀이 고려해볼만한 새로운 시도

호샥 축글 _ 여덟 번째 글

슈틸리케의 무전술 축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 부임 4개월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을 일궈내며 ' 갓틸리케 ' 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슈틸리케 감독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 현재 최종예선 4경기를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 이란 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패배를 당한 이후 , 언론에서는 안정감을 찾아볼 수 없는 불안한 수비진과 팀을 맡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팀 컬러를 정립시키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

슈틸리케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주 큰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8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과 우즈벡에 밀려 조 3위에 랭크되어 있다 . 각 조 별로 상위 두 개의 나라에게만 월드컵 직행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이란과 우즈벡을 넘어서야만 한다 . 하지만 이란과의 경기에서 슈틸리케 호가 보여준 경기력으로 두 나라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월드컵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의 대표팀에게는 분위기 반전과 경기력 반전을 위한 전술적 변화가 필요하다 . 앞으로 있을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기에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는 데에는 큰 위험성이 따른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 하지만 지금 변화를 주저하다간 회복이 불가능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다 .


이제 대한민국은 점유율 축구를 포기해야 한다 . 스페인과 바르셀로나가 보여줬던 점유율 축구가 최근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던 전술임은 사실이지만 점유율 축구는 대한민국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 아시아의 약팀들을 상대로 할 땐 대한민국이 상대보다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며 경기를 지배해나가는 전술이 가능할 순 있어도 세계 무대로 나가면 무용지물 전술이 되어버린다 . 대한민국 대표팀이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 강국들을 상대로 할 때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기에는 분명한 실력차가 존재하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대표팀은 점유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수비 안정화를 우선시 해야한다 . 공을 소유하지 않은 채로 상대의 공격을 확실하게 막아낼 수 있는 수비 전술 속에서 빠른 역습을 통해 승부를 보는 스타일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 수비 중심의 전술로 최근의 수비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 기성용의 패스 능력과 손흥민의 스피드와 결정력을 활용하는 역습 세부 전술을 만들어야 한다 .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세계 무대에서의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 가까운 예로는 유로 2016에서 웨일스가 약팀이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잘 사용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

이 글을 통해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시도해볼만한 새로운 전술들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 단 , 필자는 축구 전문가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축구 팬일 뿐이기에 제시된 전술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기 보다는 , 비전문가의 신선한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






수비 불안 ? 쓰리백으로 해결할 수 있다 .

중국 , 카타르 , 이란에게만 총 5골을 실점했다 . 대한민국 대표팀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수비 불안이다 . 수비 불안의 해결책으로 쓰리백을 고려해볼만 하다 . 쓰리백은 사용 방법에 따라 공격적인 전술이 될 수도 수비적인 전술이 될 수도 있다 . 윙백들의 위치에 따라 수비 숫자가 3이 될 수도 5가 될 수도 있다 . 대한민국이 고려해야 할 쓰리백 전술은 후자에 가깝다 .

쓰리백은 기본적으로 3명의 중앙 수비수를 위치시키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수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수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 상대가 투톱이라고 가정할 시 2명의 공격수에 각각 1명의 수비수가 붙는다고 해도 1명의 중앙 수비수가 자유롭기 때문에 여유가 생긴다 . 게다가 양 측면의 윙백까지 수비에 가담된 상황이라면 수비 숫자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수비 경쟁력이 늘어난다 . 따라서 최근의 수비 불안 문제를 가장 빠르게 손 볼 수 있는 방법은 쓰리백이다 .

필자를 비롯한 많은 축구 팬들이 쓰리백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신태용 수석 코치의 존재가 있다 .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이 확정된 직후 가졌던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당시 대표팀 임시 감독이었던 신태용 코치는 기성용을 쓰리백의 정중앙에 위치시키는 파격적인 전술로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경험이 있다 . 비록 한 경기였지만 그 때 보여줬던 경기력은 아직까지도 대표팀의 역대급 경기로 회자될 만큼 훌륭했었다 .



당시 신태용 감독이 보여줬던 쓰리백 전술은 충분히 다시 시도해볼만한 대안이다 . 기성용을 쓰리백의 중앙에 위치시켜 후방 빌드업을 맡기는 것도 좋지만 , 세 명의 정통 중앙 수비수들을 세운 뒤 기성용에게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맡길수도 있다 .



기존에 사용하던 포백 전술에서 쓰리백 전술로 변화하게 되면 중앙 수비수 자리가 한 자리 늘어난다 . 상하이 상강에서 뛰고 있는 김주영이 그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 김주영은 기존의 대표팀 중앙 수비수들과는 차별된 장점을 가지고 있다 . 김주영은 제공권에서는 약점을 보이지만 빠르고 민첩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를 가지고 있다 . 대표팀 수비진에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


사진 출처 : OSEN

필자가 제시한 포메이션에서 왼쪽 윙백 자리는 윤석영이 차지하고 있다 . 물론 지금의 윤석영은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에 발탁될 수 없지만 , 그가 지금의 소속팀에서 올림픽 때와 같은 경기력을 회복한다는 가정 하에서 그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가진 선수를 찾기는 어렵다 . 윤석영과 비슷하게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여 대표팀과 멀어진 김진수나 박주호의 경우도 동일하다 . 대표팀의 왼쪽 윙백 자리는 결국 그 세 선수들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 하지만 세 선수 모두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 아마도 홍철이 왼쪽 윙백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출처 : QPR 공식 홈페이지

오른쪽 윙백 자리로는 고요한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 소속팀 FC 서울에서 오른쪽 윙백 포지션으로 출전해 본 경험이 많은 고요한이 대표팀의 쓰리백 체제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빠른 스피드를 통한 오버래핑도 고요한에게서 찾을 수 있는 장점이다 .


사진 출처 : 아시아 경제

쓰리백 전환을 통해 기존보다 높은 위치로 올라가게 될 기성용의 짝으로는 신형민을 실험해 볼 수 있다 . 지금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의 짝으로 한국영을 중용했지만 이란 전을 통해 한계를 보여줬던 한국영을 대체할 새로운 자원으로 신형민을 실험해 볼 수 있다 . 최근 국방의 의무를 모두 수행하고 전북으로 돌아온 신형민은 돌아오자마자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 신형민은 한국영과는 다른 묵직하고 터프한 수비력을 장점으로 한다 . 소속팀에서는 때때로 센터백을 소화하기도 한다 . 신형민은 터프한 수비력 뿐만 아니라 준수한 롱패스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 수비 상황에서 빠른 역습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의 그의 롱패스 한 방은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


사진 출처 : news1

대표팀이 쓰리백 전술로 변화하기 위해서 참고해볼만한 또 다른 팀이 있다 . 전 세계에서 쓰리백 전술을 가장 잘 쓰는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유벤투스다 . 유벤투스는 키엘리니 - 보누치 - 바르잘리 조합으로 이루어진 쓰리백 전술로 세리에 A를 점령하고 있다 . 가장 강력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을 보유했던 13-14 시즌의 유벤투스 포메이션을 살펴보자 .



세 명의 중앙 수비수 위에 피를로라는 세계 최고의 후방 플레이메이커가 위치하고 있다 . 그리고 피를로의 파트너로는 월드 클래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마르키시오 (포그바) 와 비달이 존재한다 . 투톱으로는 빅 앤 스몰 조합 ' 요렌테베즈 ' 가 중용됐다 .


사진 출처 : SpazioJ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유벤투스 선수들과 똑같은 활약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 비슷한 역할을 부여하여 비슷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순 있다 . 피를로의 롤을 기성용에게 부여하여 전체적인 경기 조율을 맡기고 , 빅 앤 스몰 투톱으로는 김신욱과 손흥민을 가동할 수 있다 . 그리고 두 명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는 이재성과 이명주를 기용해 볼 수 있다 .


사진 출처 : UAE 프로 리그 공식 홈페이지

이명주는 현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있는 알 아인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 소속팀에서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고 있는 이명주를 기성용 , 이재성의 파트너로 고려해 볼 수 있다 . 한국영의 한계가 확연하게 드러난 시점에서 , 특유의 빠른 패스 타이밍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소유한 이명주를 신형민과 더불어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 .

쓰리백보다 더 수비에 초점을 둔 전술이 필요하다면 유로 2016의 웨일스를 떠올려 볼 수 있다 . 웨일스는 유로 첫 출전이었던 유로 2016에서 5백에 가까운 전술을 바탕으로 한 수비 축구를 성공시키며 언더독의 반란을 이뤄냈다 .


사진 출처 : Mirror



웨일스의 축구는 단순했다 . 완전히 수비 라인을 내린 채 5백으로 상대의 공격을 우선적으로 막아내고 가레스 베일을 중심으로 단 한 번의 역습 찬스를 골로 만들어내거나 ,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으로 상대를 함락시켰다 . 우리 대표팀도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 계속해서 시도해 온 점유율 축구가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면 단순한 축구로 변화해 볼 필요가 있다 . 뻥 축구도 하나의 전술이 될 수 있다 . 당장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월드컵 최종 예선의 원정 경기에서는 수비에 치우친 5백도 하나의 묘책이 될 수 있다 . ( 이번 포메이션에서는 위의 쓰리백 전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기성용 , 손흥민 , 김승규 선수를 제외하고는 다른 선수들로 구성해보았습니다 . )



포백의 모범 답안은 레스터 시티 동화에 나온다 .

쓰리백으로의 전환이 너무 모험적인 시도라면 포백을 유지한 채로도 전술 변화를 꾀할 수 있다 . 지난 시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뤄낸 라니에리의 레스터 시티를 교과서로 삼아보자 .


사진 출처 : The New York Times



레스터 시티는 점유율을 포기한다 . 그들은 점유율을 포기하지만 활동량과 스피드를 내세워 상대를 공략한다 . 점유율을 상대에게 내주더라도 상대보다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끊임 없이 압박하고 제이미 바디를 이용한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보는 패턴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 그들이 주로 사용한 클래식한 4-4-2 포메이션의 중심에는 캉테가 있다 . 캉테는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쓸어담으며 상대의 공격을 방해한다 . 대한민국에서 이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한국영이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신형민을 한 번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 제이미 바디의 역할은 손흥민이 맡아주어야 한다 .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의 끊임 없는 압박을 요구하는 이 전술에서 손흥민을 측면 미드필더에 위치시켜 수비에 치중하게 하는 것 보단 바디의 역할을 주어 공격의 방점을 찍게 하는게 더 효율적이다 . 오카자키는 골을 책임지는 공격수라기 보다는 수비형 공격수에 가깝다 . 상대 수비의 빌드업을 끊임 없는 전방 압박으로 방해하는 모습은 리우 올림픽 때의 황희찬을 떠올리게 한다 . 비록 황희찬이 아직 국가대표 주전급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 레스터 시티에서의 오카자키와 같은 공격수를 원한다면 황희찬이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아 예선에서 이렇게 힘겨워 할 정도로 수준 낮은 선수들이 아니다 . 지금까지는 승선하지 못했지만 국가대표에 새로 승선할만한 선수들도 꽤 많이 있다 . 유럽 , 중동 , 중국 , 일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K리그에도 좋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하고 다양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을 다양하게 선발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꺼내든다면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 자원이 충분한 팀이 바로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

지금의 위기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과감한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다 . 부디 슈틸리케 감독이 지금의 위기를 확실히 인지하고 , 더 넓은 시각으로 선수들을 선발하여 더 효율적인 전술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


사진 출처 : 베스트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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