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펼쳐지는 낭만 드라마? 외부인으로 시작하는 직장 생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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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선호하는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 화려한 로망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엇갈리는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를 반복하면서 보는 나를 질리게 만들기 때문. 넷플릭스에서 볼 것을 찾아 헤매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릴리 콜린스가 주연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스러움의 의인화 같은 배우가 연기한 ‘에밀리’는 단연 매력 있는 캐릭터로 당차게 파리 생활을 돌파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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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형형색색의 패션, 아름다운 파리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예열하다가 에밀리가 겪는 위기가 고조되면서 속도가 붙는다.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누군가에게 빌런이 되는 직장생활은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에밀리 역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래된 연인을 흔드는 제3의 인물이 되고, 실비 체제의 회사 사부아르에 ‘미국 자본’이 파고드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되니까. 하지만 한번 빌런이 영원한 빌런인 법은 현실에 잘 없다. 인간적으로 맞지 않고, 이해관계가 부딪혀도 업무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사회생활임을 보여주는 결말은 파리의 로망보다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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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를 보면 사랑스러운 외모, 자신감 있는 태도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건 아니어도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는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약간 작위적인 스토리에도 질리지 않는 텐션이 좋다. <러브 로지>처럼 마지막까지 돌고 도는 소모전이 아니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