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_ 앤디 위어
_
<마션>은 영화로 먼저 접했다. 우주 과학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보다 고증에 충실하고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친 주인공이 툭툭 뱉는 유머는 소리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꽤 두꺼운 SF 책이지만 선뜻 집어 들 수 있었다.
_
당연하게도 책은 마크 와트니가 행하는 모든 생존 실험을 텍스트로만 전달한다. 아주 쉽게 설명하려는 작가와 주인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부분은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영화를 먼저 본 덕을 크게 본 셈이다, 이야기를 연결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니. 과학 용어 범벅이지만 긴 호흡 동안 이곳 저곳 지점을 옮겨가면서 그려낸 화성 표류기는 한치의 지루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낙오된 마크의 심리변화나 탑재된 물자를 알뜰하게 먹고 쓰고 활용하는 모습은 섬세한 설정, 배경 설계에 기반한다. 하필이면 식물학자인 마크가 낙오되어서 감자 재배가 뜨거운 소재가 되었는지, 다시 곱씹어도 웃음이 난다.
_
이 정도 처절하게 혼자 버티고 노력했으면, 지구에 충분히 무사 귀환해도 완결성에 흠이 없다. 역할과 관점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졌을 뿐, 지독한 악역 하나 등장하지 않는 것도 편안하다. 꼭 악역을 빠뜨려 클리셰 범벅으로 흐르는 서사보다 훨씬 신선하기 때문에 <마션>이 이토록 사랑받지 않았을까. 이런 책이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라니, 반칙 아니야? “아무래도 좆됐다”로 시작하는 과감한 번역 역시 쫀득하게 맛을 잘 살렸다. 텍스트로 보는 마션도 강력 추천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