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미스터리가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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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사람들의 로망과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직업이다. ‘소설가’ 하면 일하는 방법과 생산하는 이야기가 천차만별이라 그런지 극단적인 사례들만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자세히 담아낸 이 자전적 에세이는 그래서 반갑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등단하는 것보다 어려운 업계에서 꾸준히 쓰고 그 시간을 통해 고유성을 획득한 ‘무라카미 하루키.’ 그 이름의 가치를 통해 그의 글은 시작부터 진한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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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커리어의 시작부터 이야기를 짓는 방법, 등장인물의 유형, 독자와의 소통방식, 해외 진출 경험, 교육 배경까지 말하듯 적어냈다. 하나하나 지극히 평범하면서 동시에 비범하다. 지독하게 하루키의 소설은 안 읽으면서 에세이는 열심히 찾아보는 모순된 독자가 된 이유랄까. 소설을 쓰기 위해 같은 루틴을 몇십 년 동안 실천한다던가, 번역과 에세이와 소설 업무를 둘러싼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습이 인간 하루키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대부분 전자책으로 독서하는 요즘이지만, 이 책만큼은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소장해야만 했다. 글 쓰는 자세나 지속하는 힘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을 때면 언제든 펼쳐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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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일본어 문체를 그대로 담아낸 번역에 주춤거리게 되지만, 익숙해지면 일본 작가 특유의 정체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