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적 위험을 마주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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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봤던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다시 찾은 것은 최근 이라크 파병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학비를 벌기 위해 입대한 청년은 총 세 번의 파병을 나갔고, 일정 기간은 영화의 실제 주인공 크리스 카일의 근무와 겹쳐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 있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땐 실감 나는 총격신과 극에 몰입을 더하는 전우애가 어우러져 잘 짜인 미국다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크리스의 내적 갈등과 PTSD에 시달리는 부분에 더욱 집중하고 이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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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건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도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극 중에서 크리스는 더 많은 전우를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누군가는 사람을 해친 기억,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온전하지 못한 몸에서 오는 좌절이 꼬리표처럼 붙어서 평생을 괴롭히겠지. 군인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 비일상적 위험을 조금이라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경을 놓아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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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지금 다시 보아도 촌스러운 부분은 찾기 힘들다. 마지막 크리스 카일의 추모식 행렬 영상은 여운을 더욱 진하게 남긴다. 적에겐 악마였고 미국에선 영웅이었던 이의 허무한 죽음도 남을 돕고자 했던 진심을 희석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