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스스로를 남과 단절하지만 항상 접속하는 아이러니
아무도 말걸지 않는 사회,
서로 둥글게 모여 앉기는 했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사항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둥글게 모여 앉아 말을 나누다라는 말자체에
이미 공동체가 폐쇄적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둥글게 모여 앉았을 때 만들어지는 원이야말로 폐쇄적이지 않은가. 원 안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모두가 안을, 즉 서로를 바라본다. 원 밖에 있는 사람은 배제된다.
누군가 그 사람을 다음 역에서 데리고 나가 등을 두드려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책에서 리처드 베넷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두가지 원리로
가시성과 사회적 고립을 꼽는다. 사무실에서 벽을 없애버리는 것처럼
누구든 서로를 볼 수 있는 가시성이 강화될수록 친밀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에 의한 서로의 감시만 증가한다.
이 상태에서 개인은 침묵만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세계와 단절하여 고립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공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공통된 감정은 바로 공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