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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Oct 23. 2018

#6. [단속사회]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위기 2부

질문하지 못하는 사회

https://brunch.co.kr/@hosueng/101

  우리는 어떤 조직이든 공동체이든 질문을 할 수 없는 해서는 안되는 사회를 살아오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 회의 시간에 '왜요?'라는 말 한마디를 할 경우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것을 많이들 경험했을 것이다. '왜?'라는 질문이 아니라 그냥 닥치고 따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기류다. 로마시대때 노예들은 주인님 옆에 거의 없는 존재와 마찬가지였다. 주인이 시키는대로 해야 했고 '왜?'라는 질문을 해서는 안됐다. 그냥 주인을 돕는 하나의 사물에 불과했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을 위한 사물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가진 주체성이 말살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회사, 교회, 학교 등 모든 조직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질문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노예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하며 살았다. 그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질문으로 끝까지 제자들이 무지함을 밝혀내어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질문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능동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수동적인 것으로 반대되는 성격을 갇는다. 대부분 스스로 질문을 던져놓고 혼자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사회는 우리에게 무잇인가 '함'으로 가득찬 삶을 살라고 부추긴다. 이런 것을 해야 당신이 이 사회에서 사냥감이 되지 않고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괴롭히는 것이다. '함'으로 가득차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사색'과'고독'의 중요성을 잊었기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그나마 '함'으로 가득차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여행이라는 좋은 컨텐츠를 통해얻을 수 있다. 이 조차도 남들이 갔던 바닷가를 가야하고 맛집을 가야 한다. 그런 곳들을 들러서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이들이 너무나 부러운 마음에 똑같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그냥 쉼을 주기 위해 커다란 목적지만 선택하여 떠나는 안식년이 아니라 계획된 삶과 '함'으로 가득찬 공허한 떠남인 것이다.


  '함'으로 가득차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엄청난 스케쥴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다닌다. 내가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함'의 과잉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늘 뭔가를 하고 있는 존재임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이다. '함'에 빠져 있다보니 수동적으로 아무것도 취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TV를 볼 때조차도 우리는 무엇이가를 하도록 강요 받는다.


  '함'이 많아지다보면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되는데 이는 동물과 같은 삶을 살도록 만들어 버린다. 이는 여행에서 더 확실하게 현대사회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서 낯선 것을 조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본전을 뽑기 위해 많이 돌아 다니고 많이 보려 한다. 그냥 '확인'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모두들 허탈해 하는 것이다. 들려줄만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우리의 삶은 하는척을 하느라 바쁘다. 바쁘지 않지만 바쁜척하고 내가 없어도 회사가 잘 굴러감에도 내가 없으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굴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존재를 진정성이 없지만 있는척하는 속물이라고 표현했다. 무엇인가 하고 있음으로 나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지만 실상이 사라지고 '나'라는 존재가 말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학교라는 곳은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질문을 건네는 이들에게 '쉿'소리와 함께 무언의 압박을 전한다. 좋은 학교라 칭하는 사립학교도 다르지 않은데 체육활동이든 음악활동이든 완벽한 상태로 보일 수 있기 전까지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질문을 잃게 만들고 눈치를 보게 만들어서 철저하게 자유롭지 못한 존재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운다고 했을 때 배우는 속력은 조금 느리지만 깊게 이해하고 평생 간직하는 이가 있다. 이런 학생은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가속도가 붙어 성적이나 능력이 급성장할 수 있지만 남들보다 느리다는 이유로 우수반과 나머지반으로 나뉜다. 교육 자체가 깊게 사색하고 이해하는 창의성을 앗아가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소통에 대한 요구다. 소통이 무너지는 사회 속에서 소통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강하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장면들이 목격될때가 있다. 일방적으로 한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틈도 없이 계속 소나기처럼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강연장에서 Q&A시간이 주어질때 자신의 이야기만 하느라 시간을 소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내 말좀 들어주시게'하는 욕구가 권력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과도 같다. 공적인 이슈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나 자신을 타인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드러내지 못하기에 공론화 시키기가 어려운 것이다.


  개인이 겪는 스트레스를 그 자리에서 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대한 문제가 삶의 공간으로 넘어온다.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 할시에 문제의 당사자와 문제가 생기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하소연을 들어주는 장이 마련될 시 밑도 끝도 없이 시간을 장악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평가절화 되어버렸다.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가치'는 소중한 것이다. 사회 속에 필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에서 벌을 받으면 청소를 하게끔 교육 받는다. 혹은 노인에게 봉사를 보낸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봉사를 하거나 노동하는 것들은 결국 벌받는 것들로 귀결된다. 직업을 택할 때에 이러한 일들은 더 많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청소부라든가 노인복지관이라든가 요양보호사와 같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이 하찮은 '가치'로 취급되어지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이상현상들이 생겼다. 본래 자본주의는 경쟁을 통한 성장이 원동력이다. 회사들끼리의 경쟁이 강했다. 내부적인 팀웍을 이루어서 하나의 '일'을 만들고 그에 대한 가치를 회사가 차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부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팀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나마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져 버렸다. 팀끼리만 경쟁하면 그래도 나은데 직원들끼리의 경쟁으로 불이 붙어 전반적인 기업문화가 얼어붙은 것이다. 회사가 경쟁을 해야 하는데 직원들끼리 경쟁을 하니 자본이 많은 회사가 아니고서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없게 되버리는 것이다.


  단속사회를 보면서 직접 경험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33년을 살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었다. 한국사회안에 존재하던 사회적 쿠션들은 하나둘씩 망가져서 사라졌다. 가족안에 신뢰가 사라졌고 배려가 사라져 버렸다.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왜'라는 질문을 없앴다. 사회에서 그저 나사처럼 일할 수 있는 로봇으로 만드는 공장이 되었다. 회사는 회사끼리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모델이 아닌 내부 직원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고혈을 쥐어 짜내는 업체들로 변모했다. 모든 사회 공동체 내부에 고름이 생기고 문제가 생기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엉뚱한 방식으로 표출되어졌다. 이것이 내가 겪었던 일들이다. 물론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정'이라는 시스템이 그래도 마음 속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관용이라는 가치가 조금씩 생기고 있기도 하고 토론이 가능한 공론의 장들이 조그맣게라도 생기고 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청년들 위주로 생겨나는 쉐어하우스라든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자유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들이 생기고 있다. 


  나는 어디에 있든지 '왜'라는 질문을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나 스스로부터 경청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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