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를 보내면서 가장 즐거웠던 하루가 바로 생일파티였다. 투잡을 뛰고 있던 상황이라 모일 시간이 없었던 그 당시 한국과는 달리 쉐프와 스케쥴 조절이 가능하더랬다. 생일파티를 하고자 함이니 공휴일 저녁에 일하는 것을 빼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표정이 조금 굳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저녁대신 오전에 가능하겠냐고 쉐프가 물었다. 그래서 운좋게도 스케쥴을 변경하여 파티를 보낼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서 파티를 보내기도 하지만 손수 룸메이트와 내가 살던 집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메뉴는 삼겹살 구이와 김치찌게.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어마무시하게 쏟아지는 컵과 접시들을 한참 치우고 나니 13시에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자리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다가 음식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부랴부랴 룸메이트와 땀을 흘렸다.
그런데 삼겹살을 준비하면서 예측하지 못했던게 하나 있었다. 미리 집주인이셨던 집사님께는 양해를 구해놓은 상황이라 어렵지 않게 요리는 할 수 있었다. 다만 삼겹살을 후라이팬에 튀기다 보니 기름이 엄청나게 튀는게 아닌가. 사방팔방 기름이 튀니 진심으로 나도 당황했다. 삼겹살을 후라이팬에 굽는게 이다지도 힘든일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븐으로 구울까도 생각했지만 오븐을 청소하는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 오븐은 과감히 포기했다. 그나마 대안이었던 것이 베란다에서도 굽는거였다. 바닥청소 및 주변청소를 깔끔히 하겠다는 약조 후에 요리를 계속했다.
정말 눈치가 보였었다.
딱히 눈치를 주셨던 것은 아닌데 우리 스스로 일을 벌려놓고 보니 수습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요리를 마쳤었다.
현재 남아 있는 사진이 없었으나 요리결과 사진을 하나 찾아냈다. 음식은 그래도 초대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았고 나름 욕먹지 않을 정도로 마무리를 지었다. 밥먹고 식후경에는 파티게임이 제격이다.
오늘의 게임의 내기는 우노로 저녁 설거지 담당이었다. 결국 룸메이트의 패배로 룸메이트가 열심히 설거지를 마무리 지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렇게 내 29번째 생일은 지나갔다. 아홉수의 즐거운 생일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손가락 안에 꼽는 즐거운 자취생활이었다고 자부한다. 다양한 국적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대만 + 한국 조합이었지만 다들 각자의 젊은 시절중에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기억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