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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Nov 05. 2018

"내가 경험한 일곱번째 직업"

분식집사장

  처음 계획은 3년 동안 회사를 다닌 후 돈을 모아서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3년간 악착같이 벌어서 모은금액은 퇴직금 포함 대략 2천만원이었다. 어디부터 어떻게 여행을 할 지 기대에 부풀어 있던 2013년 9월. 가족회의가 열렸다. 


계양역에서 장사하기 좋은 곳이 있다더라.


  어머니의 카더라 통신에 온가족이 홀렸다. 정보의 출처는 이모였다. 역사에서 장사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었기에 온비드라는 곳에서 입찰 경쟁을 붙는다. 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낸 사람이 자리를 겟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로 써서는 안되는 금액을 적어내는 실수를 하게 되었다. 여태껏 가게를 차려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이 어머니의 음식손시 하나만 믿고 분식집을 오픈을 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초반에는 나도 꽤 말렸다. 경험부족으로 인해 고생을 꽤나 하게 될꺼라고. 하지만 기어코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에 나도 홀랑 넘어갔다. 우리가족은 이때가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하지 말았어야 할 결정이었다고 지금도 가끔씩 이야기를 나눌때가 있다.


  나는 2014년 1월에 회사를 퇴사했고 본격적으로 분식집에서 일을 하게 됐다. 생각보다 장사는 확실히 잘됐다. 문제는... 전혀 시스템적으로 갖추어진것이 없어서 서비스나 동선이나 떡볶이의 맛을 만드는 것이 생각이상으로 힘들었다는 것이다. 나보다도 함께 하자고 설득했던 어머니는 스스로 선택했던 일이었기에 하루 18시간 이상의 죽노동을 감행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오픈부터 마감까지 전혀 생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던 것이다. 5평밖에 안되는 곳에서 말도 안되는 임대료를 지불하는 선택으로 인해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약 4개월간은 미친듯이 떡볶이 맛을 잡아 내셨다. 18시간씩 말도 안되는 노동을 하면서 어떻게든 맛을 잡아낸 것이다. 그 후 3개월은 지나가시던 외식업 교수님께서 소상공인진흥원을 통해 멘토링을 자처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집만이 가질 수 있는 김밥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잡아 나가고 만들어가는데 거진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가족들끼리 부딪히며 살다보니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다. 적어도 손님이 계실땐 화를 내거나 싸우면 안되는데 우린 기본적인 서비스에 있어서도 문제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역사 앞이라 많은 손님들이 떡볶이를 찾았다. 다만 매출대비 임대료가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남는 것은 거의 없었다.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던 나는 결국 1년간 불효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을 떠나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것이다. 아무래도 못살겠다 싶었다. 그렇게 1년을 호주, 동남아여행을 했다. 인생에 있어서 불효를 저지른 것이긴 했지만... 그때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꿀맛같은 여행을 마치고 1년간 분식집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했기도 했고 가족들도 2년차쯤 되니 다들 지쳐 있었다. 그래서 돌아와서 20시간씩 일한적도 있었다. 가끔씩 딴죽거는 손님들이 있어서 내 인성을 다시 한 번 돌아 보기도 했었다.


  딴죽거는 손님들의 비율이 훨씬 높았던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떡볶이 맛을 알고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참 많았다. 와서는 선물도 주시기도 하고 음식을 나누기도 했었다.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르지 않구나... 다들 한사람의 소시민으로 가정을 따뜻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3년간 장사하고 나서 나의 결론은 이렇다. 요식업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은 뜯어 말리고 싶다. 그러나


나 대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지니스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도전해보라.


  내가 직접 일하는 시간이 많으면 그것은 그냥 장사다. 그것도 허접한 장사. 그런데 내가 아닌 기술이나 다른 누군가가 나의 비지니스를 위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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