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잡남 Nov 07. 2018

"내가 경험한 여덟번째 직업"

고작 한 달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바리스타(?)

  떡볶이 장사를 하다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되었었다. 그래도 나름 호주에서 라떼아트를 만들 수 있으면 일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인터넷 정보글을 마주하게 되었다. 알바몬을 뒤적거렸더니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붙어 있는 카페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 아닌가. 흰티에 검은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면접을 봤다. 일단 나이에서 걸리지 않았기에 일을 할 수 있었다.(요즘 생각해보면 한국은 신상을 너무 좋아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보다 어린 사람을 더 선호한다.)


  첫 날 출근은 역시나 흰티에 검은 바지다. 매니저는 바리스타만 한 지 7년차라고 했다. 스키장에서도 커피 만들고 여기저기서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었다. 확실히 나와는 다른 길을 택한 사람이었지만 커피 하나는 확실히 알려 주었다. 매니저가 알려준 꿀팁들이 참 많았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커피는 원두를 싼거라도 많이 무조건 넣으면 맛있다.


두번째는 라떼와 카푸치노를 만드는 시간에 따라서 커피맛을 좌우한다.


세번째는 아이스를 넣으면 커피는 사기음료가 된다.


등등 한 달이었지만 커피에 관한 수 많은 지식들을 열심히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커피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나는 초보자에 불과했었다. 그저 카라멜 마끼야또만 사먹는 그런 커피쟁이였다. 한 달간의 알바를 하면서 내 입맛은 고급이 됐다. 우유의 결정구조에 따른 커피맛이 변하는 것을 경험한데다가 에스프레소를 가까이 하다보니 커피에 대한 눈높이가 변한 것이다.


  커피를 마시다보니 자연스레 마시는 차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길 정도였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에 새로이 입문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 후 나는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를 알리는 애찬론자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바리스타에 대한 내가 느낀 바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면서도 한국에서는 바리스타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일단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다. 그냥 커피를 제조하는 종업원 수준에 머무르는 인식들이 깔려 있다. 반면 내가 경험했던 호주의 경우 라떼아트를 만드는 바리스타는 기술자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었다. 물론 전쟁을 치를 일이 없어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수십년된 커피가게들이 드글드글했다. 각자마다의 개성이 있었고 능력있는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들어서 판매를 했다. 게다가 바리스타가 받는 월급자체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높은 편이다.


  이러니 아무리 손기술이 좋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직접 카페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직접 카페를 운영하다가 망하기 일쑤이기도 하니 사실상 직접 운영도 하기가 힘든 셈이다.


  한 때 매력적인 직업에 속해서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배웠다. 워낙에 손기술이 발달한 대한민국답게 라떼아트 정도는 쉽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의 문화가 그에 맞춰서 발전하지 못했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카페들로 인해 심각한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다.


  내가 사랑하는 커피지만... 계속해서 커피 자체가 무인기로 대체되는 세상 속에서 얼마동안 사람이 만들어 주는 라떼를 마실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진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런지... 조금은 지켜봐야 할 듯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경험한 일곱번째 직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