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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Nov 09. 2018

"내가 경험한 아홉번째 직업" 유지보수 엔지니어(?)

feat. 엔지니어라고 할 수 없는 회사의 연구원

    떡볶이 장사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3주간 '말레이시아-호주-태국' 으로 이어진 여행을 끝냈을 무렵이었다.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 지 참으로 막막했다. 다시 장사를 하는 건 절대적으로 아니었고 어떻게 해야하지... 무엇을 해야하지 하다가 문뜩 1년간 여행을 하면서 끄적끄적 적었던 다이어리를 펼쳐 보게 되었다.



그 중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웹개발자였다. 전공이 시스템 제어공학이었고... 소싯적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밑바탕 삼아 6개월간 학원을 등록하게 된다. 일명 국비지원을 통해 6개월을 공부했다.


  관심은 있지만 평생 보지 않을 것 같았던 자바라는 녀석을 배웠고 JSP와 SPRING을 배웠다. 한국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초적인 지식들이었다. 6개월간 하루 10시간씩 학업수업과 개인적으로 공부하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나갔다. 국비지원 출신들은 결국 고생길이 훤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고 그러한 글들도 꽤나 많았다. 그래도 열심히 하자고 학원생끼리 서로를 다독였다. 


  7월 즈음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치고 좀 무리했지만... 빚을 내서 중국을 다녀왔다. 어차피 일을 할 것이었기에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빚내서 여행가는건 절대 만류한다.) 그런데 일자리 면접이 생각보다 들어오지 않았다. 얼른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에 솔직히 조급하고 걱정됐다.


  그러다 여느 날과 같았던 더운 여름날 연락이 왔다. OOO회산데 면접을 보라는 것이다. 나름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회사였고 거의 6시 퇴근에 월급이 따박따박 나온다는 이야기 하나만 듣고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크나큰 실수였다.


  OOO회사에 취업하여 주로 했던 일은 정말 단순한 유지 보수였다. C를 이용하여 정보를 크롤링 해오는 것을 PHP를 이용하여 정리하는 역할이었다. 만일 정보를 올바르게 가져오지 못하거나 정리가 안되어있는 경우를 찾아 관리만 해주면 되는 일들이었다. 처음 두 달은 그냥 그려려니 하고 일을했다. 3개월 차부터 단순한 업무외에 일을 주어야 하는데 일을 주지 않았다. 


  내가 조직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일까... 6개월이 지나도록 같은 일들만 계속 반복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애초에 더 이상의 일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7개월이 되던해에 이 곳에서 더 이상 있어봐야 일말의 성장도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회사 대표마저 년초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비젼이 없다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안되겠다 싶어 바로 퇴사를 밝힌 날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퇴사 당시에 다들 어쩜 그렇게 매정하고 잔인한지... 그 누구도 잘가라는 인사 한 마디가 없었다. 그 때 알았다. 내가 무엇인가 잘못 행동한 탓인지 혹은 너무 눈에 띄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는 미운털이 박힌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일'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회사 직원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와 관리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상한 문화가 나를 옥죄였을 뿐이다. 나는 1평도 안되는 책상이라는 닭장안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내가 책상 앞에 묶여 있어도 온라인이라는 세계에서는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다녔던 회사는 온라인도 오프라인에서도 모두 묶여있길 원했다.


마치 날아가지 못하는 새처럼


  나는 뛰어난 개발자도 아니었고 그냥 미천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개발자 지망생이었다. 웹페이지를 만들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를 갔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되내여 볼때가 종종 있다. 내 글을 보는 여러분들중에 개발자가 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겪어보고 들어보니 5년 정도 되는 훗날을 바라봤을 때 SM보다는 SI쪽에서 개발자가 되는 것이 힘은 들어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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