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따끈따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있는 자금이 없어서 생계 유지를 위해 시작했으나 마음 한켠에는 내가 얻어갈 것이라고는 월급과 쉬는 날 외에는 없다는 좌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도 버텨서 돈을 좀 모아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는 몇가지의 책 내용 때문이었다. 책 몇권 읽고 퇴사한다는게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책은 도화선에 불을 붙여주었을 뿐이다. 7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내 성격과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음에도 꾸역꾸역 버텼다. 물론 "침묵"을 배운 탓에 요새는 말을 아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는 했다. 회사에서 10마디 이상을 안하는데 어찌 침묵을 안배울 수 있겠는가.
다시 돌아와서 내가 읽었던 책들을 나열하고자 한다. 나열한 책을 통해 왜 내가 퇴사에 대해 심히 고민하고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지 고민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나누고 싶다.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뿐만 아니라 부의 추월차선, 부의 추월차선 언스크립티드, 1인창업이 답이다,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등등 전혀 책이름들은 달랐지만 현재 사회가 어떻게 흘러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일자리(고용)은 줄어들게 된다. 단순하게 내가 하고 있던일들은 대부분 얼마든지 자동화 될 수 있다.
"일"이라는 관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현재 우리가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창작하거나 생산하는 것들이 있던가? 생산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상당수가 우리가 생산해낸 것들이 아닌 이미 생산되어진 물품이나 서비스를 관리하는 관리직이다. 관리직은 몇몇 뛰어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삶
사실상 지금의 산업시대는 많은 이들을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삶으로 길들였다. 그 결과 빚을 내서 소비하는데에 급급하다. 소비자는 디자인이 끝내주는 가방을 보고 저 가방을 어떻게 만들고 판매할 수 있을까? 혹은 나만의 가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보다는 내 모든 것을 들여서라도 구매를 이루고야 만다. 가방만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와 상품들에 대한 인식이 그러하다. "일"이라는 것은 실제적으로는 '생산'하는 생산적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어제 기름을 붓는 일들이 있었다. 안그래도 답답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를 가진 조직이라 힘들었는데 작은 실수가 생기자 이때다 싶어 이놈 저놈 비난을 일삼는 것이 아닌가. 문제에 대한 지적과 실수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사람' 자체를 비아냥 거리며 깎아 내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어제 나에게 지적했던 2명 모두 비아냥 거리고 나의 인격을 모독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곳에서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구나'라고...
결국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돈도 필요하긴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을 갖게 됐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모인 집단이 '조직'이다. '조직'이라는 집단이 너무나 맞지 않다면 백날 돈을 벌어봤자 나의 영혼과 몸만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피폐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졌다. 그 열망을 따라 아침 9시 나는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