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서 스타트업 관련된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사무실도 얻게 되었다. 나름 작은 규모로 일단 상금도 받았다. 창업을 잘 준비해 가고 있구나 라고 착각하기 딱 좋은 생각이 들어버린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사업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사람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그 가치를 통해 이윤을 얻는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허얼좋은 말일 뿐 현실은 물건이든 서비스든 단 하나도 고객에게 팔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니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없으니 괴로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런 와중에 가지고 있던 총알마저 잔고도 0원을 향해 달려감으로 인해 괴로움은 배가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솔직히 창업하면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기술이 아예 없거나 회사생활을 안한 것도 아니었고 다양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어 팔리도록 영업을 한다면 기어코 금세 좋은 수익사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통과한 이력으로 실제적인 사업을 만들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코칭을 통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과정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것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할 수는 없다.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뼈저리게 괴로워지는 상황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 결론을 내렸다. 무작정 지금과 같이 사업을 해보겠다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통해 작게 비지니스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말이다. 생활비 잔고가 0원이 되도록 내가 가진 최소한의 씨앗마저 파멸을 맞이하는 국면은 피하기 위해서 일을 구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