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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Sep 21. 2018

#3.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feat. 태풍속에서도 비지니스 연구는 계속된다.

  마닐라에서 지내는 동안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북쪽에 '망쿳'이라는 태풍이 내려앉았다. 물론 마닐라와 400km 떨어진 마을에만 폭격을 가했고 마닐라는 약간의(?) 물만 찼을 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10년 만에 온 필리핀이라 그런지 기억의 오류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래서 사람은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듯 싶다.


  계속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의와 실습이 이어졌다. 여행사를 끼고 놀러온 것도 아니었고 자유여행을 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이미 사업 아이템을 판매 중이거나 확정한 이들이 사실상 대부분이었다. 다만 이 곳에서 가지고 온 사업에 대한 연구와 문제점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그렇기는 했어도 정신적으로 쉬는 시간이 절실했다. 티타임도 있고 점심시간 저녁시간도 주어지기는 했다. 쉬는 시간이 많았던 만큼 빽빽하게 모든 시간들이 수업과 실습으로 채워졌다. 먹는 것들로 에너지를 채워보려 했지만 정신적 에너지를 채울 수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두 지치는 듯 했으나 사업가의 기질을 가진 이들 답게 또렷하게 집중하는 모습들이 그래도 남아들 있었다. 가끔씩 바깥을 내다보면 비가 내리기도 하고 추적추적 흐릿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가진 아이템들을 갈고 닦아내기 바빴다. 이는 한국인도 필리피노들도 마찬가지였고 동남아에서 온 친구들도 매한가지였다.


  자신들의 새끼처럼 키운 비지니스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니 나 스스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으외의 여행이었고 사실상 내가 끌고 나갈 아이템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영혼이 덜 담긴게 사실이다. 옴메 기죽어 할만큼 놀라운 아이디어들도 많았고 실제적으로 실행을 옮긴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에너지를 투자하는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그 며칠이 내게 있어서 특별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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