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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Sep 26. 2018

#5 돌아오는 마닐라에서

feat. 문뜩 내 머리속에 스치는 생각들

  어찌됐건 전날 저녁시간이 흘렀고 루프탑에서 바람도 쐬고 수상식도 마무리 지었다.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와 새벽 1시에 마사지도 받았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싱가폴에서도 손가락안에 뽑히는 프로그래머가 아닐까 싶었던 친구 데이빗. 나와 영어이름도 같아서 참 재밌는 친구였다.



  아침시간에 함께 몰오브 아시아에서 다시 선물을 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재밌었던 점은 나는 보통은 목적지향적인 쇼핑을 한다.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고 내가 살 것만 정확하게 집어서 쇼핑을 마치는 편이다. 우리의 데이빗은 마치 알고리즘을 짜듯 라인트레이서를 설계하듯 일직선으로 코너별로 쭉 돌면서 쇼핑을 즐겼다. 같은 쇼핑을 하더라도 뇌의 구조에 따라서 쇼핑방법도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다.


  매시간 발표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친구를 만나듯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시간은 여행을 하면서 얻게 되는 별미다. 나와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친구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엔 내가 생각해 보지 못한 다른 방법의 접근도 있다. 여행이 좀 더 다채로워지고 의미가 생기는 순간이다.


  그 외에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중무장한 몇몇의 친구들을 더 만날 수 있었다. 싱가폴에서 넘어온 데이빗과 한팀이었던 모나. 성격이 참 밝아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재밌는 음료를 만드는 홍선양과 윈스턴. 음료에 대한 내용은 회사 기밀이므로 말할 수는 없다. 이틀째인가 먹어보라고 주었던 음료를 먹고 표정이 찡그려졌다. 즉석에서 음료 배합을 약간 바꾸었고 도움이 된 모양인지 파이날 피티에 가져온 음료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 나도 하나 사오고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던 음료다.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언젠가 필리핀에서 음료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아침시간에 아쉽게도 가는길이 서로 달라 데이빗을 제외하고 나머지 친구들과는 호텔로비에서 인사를 마치고 헤어지게 되었다. 1시간 정도 열심히 쇼핑을 하고 난 후에 한국에서 만난 친구가 먹고 원더풀을 외쳤다는 꿈에그린 햄버거를 먹게 되었다. 배가 살짝 불러서 그랬을까 조금 짠맛이... 강하고 느끼하기도 했다. 그래도 먹어보고 싶었던 햄버거라 기분이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맛이 중요한게 아니라 먹고 싶은 걸 먹어본게 중요했다.


  먹고나서 생각해보니 필리핀에서 이삭토스트가 왠지 잘팔릴 것 같은 느낌아닌 느낌이 들기도 했다. 떡볶이도 대박터졌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는데 3년 뒤쯤 떡볶이를 팔아볼까... 라고 잠시 공상에 빠져 보기도 했다.


  4일동안 여유로운 것 같았지만 약간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공존했었다. 프로그램들은 이미 경험했던 내용들이라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관점을 얻은 것이 그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달까.


  나의 짧았던 10년만의 필리핀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 여행은 어디가 될 지 어떤 여행을 또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만남들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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