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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Sep 28. 2018

면접을 봤다.

feat. 그냥 한숨이 절로 나오는 기분이다.

  압구정에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시간은 11시였다. 조찬모임이 7시에 있었기에 5시에 부랴부랴 일어나 정장을 챙겨 입었다. 배낭과 기타를 들고 조찬모임을 끝냈다. 끝내고 교회 아는형과 커피한잔을 했다. 30분이면 충분히 면접장까지 갈 수 있으리라는 나의 거대한 착각과 함께. 면접장으로 가다가 보니 배터리를 카페에 두고 온 것이 아닌가. 아직 시간이 있는 것 같아 보조배터리를 챙겨왔다. 혹시나 싶어 구글맵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멀다.


  점점 똥줄이 타기시작한다. 11시 면접인데 시간이 별로 없다. 구글맵으로 보니 거리도 꽤 된다. 전철역에서 가방을 메고 열심히 뛰었다. 체력저하로 200m를 더 뛰지 못했다. 전철역을 헥헥거리며 올라왔다. 가로수길을 찾아 어떻게든 뛰었다. 나한테 남은 시간은 약 3분. 또 뛰었다. 가로수길 초입부터 회사까지의 거리는 약 500m 이상. 생각보다 멀고 숨이 차다. 회사에 간신히 11시 02분에 도착했다. 1분정도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 숨을 돌렸다. 물한잔이라도 마셨어야 했는데 그럴 틈이 없었다. 이미 지각인 상황.


  그렇게 바로 면접이 시작됐다. 회사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역시나 쥐 죽은듯이 조용하다. 간간이 사무실에서 음악소리가 들려 온다. 회사 임원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앉아서 면접을 시작한다. 왜 최근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는가 물었다. 회사사정이 어렵다고 둘러 댔다. 물론 여기 브런치에는 나의 솔직한 마음을 적어 두었지만 사정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긴 했다. 그리고 나서 11년 - 18년 사이의 공백에 대해 질문을 했다. 3년간 자영업을 했고 3년간 생산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혀 다른 직종이기는 했지만 열심히 했다는 것을 어필했다. 


  면접관은 내 이력서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개발업무도 가능한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더니 개발관련 이사님에게 콜을 했다. 전화를 마친 후에 2017년에 6개월간 공부했고 9개월정도 유지보수 회사를 다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개발을 하고 싶었는데 유지보수로의 한계점을 보았고 그래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면접관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는지 말해 달라고 했다. 한국 이외에 경험했던 다채로운 나라의 문화 속에서 발견한 색감들을 끄집어 내서 나만의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추상적인 답변인가 스스로 되내여 보았다.


  대답을 한 후 포트폴리오를 보았다. 내가 만든 영상의 색감이 별로라고 바로 지적했다. 색상에 민감한 회사고 패션에 민감한 회사라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냐고 면접관이 물었다. 회사 비젼과 문화가 어떤지에 대해 물었다. 당황한듯한 면접관은 구구절절히 회사에 대해 소개를 했다. 비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문화에 대해서도 디테일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가 현재 스타트업에 가까울 정도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데에 집중하고 있다 했다. 컨설팅회사에서 데이터 회사로 변모하면서 과도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면접을 한 15분즈음 진행했을까 개발팀 이사님(?)으로 보이는 분이 합석했다. 개발관련해서 질문을 했다. 어떤 웹페이지를 만들었는가 물었다. 솔직히 말했다. 학원에서 진행했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보여줄 수 있는가 물었지만 오래되기도 했고 실제로 프로그래밍 관련한 자료들은 있으나 업로드 해놓은 상태는 아니라서 바로 보여 드릴 수는 없었다. 어떤 기능의 웹페이지를 만들었는지 물었다. 질문이 좀 아리까리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었다는 헛소리를 했다. 페이스북도 웹페이지라며 약간 얼굴근육이 씰룩거리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조금 뒤늦게 깨달아 말씀드렸다. R을 이용한 연관검색어 기능과 메일링 기능을 적용했노라고 말이다. 다시 여성 면접관이 물었다. 영상과 개발을 좋아하는 비율과 잘하는 비율에 대해 말해달라고 말이다. 관심이 있는것은 둘다 비슷해서 51:49라 대답했고 잘하는 것은 70:30이라 말했다. 개발이 51이냐며 되물었다. 그 어느 것도 우열을 가릴 수 없어서 반반에 가깝다고 허둥지둥 대답했다.


  영상편집과는 관련하여 어떤 툴을 다룰 수 있는지 물었다. 할 수 있는 것에 한하여 대답했다. 그런데 괜히 3DMAX가 필요한 듯한 그들의 요구가 보여서 MAYA니 C4D니 아는 것을 총동원했다. 왜그랬을까...


  영어를 중상급이라고 적어 두었다. 개발 이사 면접관이 비지니스로 영어대화가 가능한 지 물었다. "네"라고 크게 대답을 못했다. 목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조용히 네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회사 사무실이 정말 조용해서 대답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꼬이지 않고 대답을 잘한 것 같기는 한데... 모르겠다. 결과는 다음 주에 알려 준단다. 횡설수설한 것 같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킨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차라리 큰 기대를 안하면 마음이 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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