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많은 중소기업을 다닌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제조업, 영상디자인, 컨텐츠, IT, 최근에 다시 디자인회사를다녔다. 기간은 천차만별이었다. 제조업은 3년, 처음 들어갔던 영상디자인 회사는 1년, IT회사는 약 1년, 컨텐츠 회사는 1달 그리고 마지막으로 3일을 기록하게 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만두게 된 계기도 각각 다양하다. 제조업은 여행을 가려다가 꼬여서 떡볶이집을 창업하느라 그만두었다. 영상디자인 회사는 복학을 위함과 회사가 왕십리로 옮겨 가면서 불가했다. IT회사는 "칼퇴"만 좋았지 내부 기업문화는 말못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컨텐츠 회사는 말했다시피 리더가 리더답지 못한데다 주는 월급에 비해 너무 많은 일과 성과를 원했다.
그 중에서도 내 인생에 가장 최악의 회사로 뽑힐 만한 곳을 3일간 다녔다. 일단 "리더의 실종"이라고 적어 두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상주의에 가까운 사상이 아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이렇다. 명확한 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니고 나보다는 상대편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리더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비젼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목표를 세우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제대로된 방향성을 정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회사가 존재하는 목적 혹은 공동체가 존재하는 목적에 대한 방향성을 정할 수 있는 사람말이다. 그렇게 되어야 목표를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 CEO들은 비젼이라 말하면서 구성원을 빠르게 지치게 하는 목적을 그냥 투척한다. 포장은 그럴 듯하게 말하지만 구성원이 낼 수 있는 퍼포먼스 이상의 것을 원한다. 정말로 현실적이지 못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질책하고 책망한다. 그런 사람은 CEO가 될 자격이 없다. 회사의 비젼이라 말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골수까지 빨아먹을 작정을 한 흡혈귀와 같은 존재 들이다.
다음은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들도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없으니 자신만의 야망을 위해 모든 인프라를 동원한다. 상대편이 죽든 말든 혹은 지쳐 쓰러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최대한 자신이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고 상대편을 이용하려는 자세를 가진 중소기업 사장들이 너무나 많다. 대부분 그런 사장들의 핑계는 다음과 같다.
요새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회사가 생존하려면... 너가 월급 받으려면...
직원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분명 직원은 회사에 제공하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성과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경기가 어렵고 생존하기 위해서 직원이 스스로의 월급을 챙기기 위해서 야근은 물론이고 야근비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전하는 막되먹은 사장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장이 야근비를 줄 수 없는 이유와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어긋난 불공정거래다. 수 십년간 압축성장을 했어야 했기에 이루어졌다고 핑계대는 꼰대들의 적당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나이가 들었다고 꼰대가 아니고 어리다고 꼰대가 아니다. 꼰대짓을 하는 사람이 꼰대다.)
내 안에 담겨 있는 긍정적인 자본주의는 다음과 같다. 직원으로 살아간다면 적어도 내가 노력한 만큼 댓가를 얻어가는 것이다. 회사는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이윤과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일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가 낼 수 있는 퍼포먼스를 예측하여 그만큼의 이윤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로 근무하는 기간동안 기업에 얻어가는 가치만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장하여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고 동시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간당 가치가 한쪽의 요구를 위해 희생되어져야 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본주의였다. 그런데 한국은 긍정적인 자본주의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거의 없다.
대부분 중소기업 CEO들의 하소연은 이렇다.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사는지 알아? 요새 경기가 정말 어려워. 그러니 너가 좀... 사장처럼 일해야지. 내가 널 고용한 것에 대해 고마워 할 줄 알아야 해. 최저임금이 올라서 죽겠다. 그러니 너가 희생해
자 하나씩 반박해 보겠다. 왜 CEO가 가장 많은 월급을 받는지 아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CEO가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이유가 나는 첫째로,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둘째로, 회사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어려운 직책이지만 성공했을 때 CEO에게 돌아가는 가치는 어마무시하다. 두 가지 이유로 인해 CEO가 가장 괴롭고 고민이 되고 힘든 이유다. 직원은 CEO만큼의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CEO만큼의 가치를 얻어 갈 가능성이 희박하고 보통 CEO보다 월급이 적다. 직원이 CEO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고민하는 만큼 커다란 가치를 가져가기 때문에 CEO가 힘든 이유다. 그 이유를 남에게 하소연하는 것까진 좋은데 직원에게까지 하소연 하지 않았으면 싶다.
두 번째로 국내경기는 당연히 어렵다. 해외 경기도 어렵다. 수 십년째 어려웠다. 이미 예견된 어려움이었다. 많은 사장님들께서 골프치러 갈 시간도 있고 밤새워서 고민할 시간도 있는데 책읽을 시간은 없다고 하신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즉, 현실을 분석하여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전혀 무식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본인이 속한 사업이 어렵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수요가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수요가 줄어든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사실을 인식하려 하지 않는 것이 중소기업 사장들의 큰 문제다.
세 번째로 사장처럼 일하라는 것만큼 웃긴 소리가 없다. 사장은 FOUNDER나 CO-FOUNDER직원은 이전에도 이야기했으니 더 이상 길게 말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용해줘서 고마워하라는 것도 웃긴 이야기다. 직원의 능력이 필요해서 고용을 했다면 고마워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와주어서 고맙다"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다. 최저임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CEO의 판단과 부가가치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능력의 부족이 진짜 문제다. 혹은 내공이 약해서 생긴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내공이 약하니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택하고 내공이 없으니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내린다. 그러니 외부요인에 의해 휘청휘청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국내에 존재하는 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중에 리더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조급함을 앞세워 사람을 압박하고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