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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Jan 21. 2024

이 무슨 운명인가?

“아들은 OO사단으로 가요!” 

 “뭐 OO사단? 정말? 그 부대는 엄마 아빠가 함께 근무했던 곳인데~

   아들의 첫 근무지가 OO사단이라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임관을 앞둔 작은 아들이 부대 배치 소식을 전했다.

 ‘이 무슨 운명인가? 대(代)를 이어 근무하는 부대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부부군인으로 남편과 함께 근무했던 곳이 바로 OO사단이다. 

 아이들이 아주 아주 어렸을 적 잠시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아빠가 썰매를 태워주던 부대의 영내(부대 안에 있는) 관사 얘기를 하니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고는 그제야  “거기가 그 부대?” 하며 놀란다. 

 20년도 넘은 옛이야기인데 신기할 수밖에!!


아들의 육군사관학교 합격 소식을 접한 마음은 기쁨반 아쉬움반이었다. 굳이 힘든 직업군인 

생활을 선택했을까 싶은 마음 한편으로

아들의 선택이니 후회 없이 잘하겠지 하는 믿음도 있었다.

주마등처럼 4년의 시간이 흘러 임관을 앞둔 아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다소 걱정했던 공수훈련도 무사히 잘 마쳤고 지(智). 인(仁). 용(勇)을

갖춘 군인으로 성장했다.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한 것이 군인이었던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유도 있었다고 아들을 말했다. 군인 유전자가 뭐 따로 있나? 기질적인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부모의 직업을 이어 가겠다니 

한편 흐뭇한 마음도 컸다. 


  나의 군 생활 마지막 근무지는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하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바로 그 OO사단이었다. 지금은 많이 변해서 그런 수식어도 떼어버렸으려나?

 처음 부대를 찾아갔을 때 굽이 굽이 끝없이 이어지던 강원도 길,

그날따라 눈은 왜 그리 많이 내리던지? 그날의 기억이다.

 심리전 장교로 GP.GOP를 다니며 작전을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조국의 산하(山河)!

24시 자정에 전방에 울려 퍼지던 애국가를 잊지 못한다.

 설원(雪原)에 뒤덮인 그곳, 달빛만이 비춰주는 그 적막함과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던 애국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첫 소절을 듣는 순간부터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뭉클함이 솟구친다.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들으면서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왜 군복을 입고 서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점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것은 바로 애국심이었고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다짐이었다.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의 본분을 다하며

자랑스러운 군복을 입게 해 준 조국에 충성하겠노라고~ `

지금도 그 시절 그곳의 기억이 눈에 선하다. GP 통문 앞에서 심리전 작전팀을 

응원해 주던 장병들의 우렁찬 함성과 기개가 들려오는 듯하다.

 “심리전 장교님,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와~~~~”

당시에는 그랬다. 물론 작전 들어갈 때 장병들을 위해 준비해 가는 초콜릿 과자나 간식거리에 대한

 환영의 의미도 있었겠지만!!

전방에 야간순찰을 가서 근무 중인 병사를 따뜻한 차 한잔으로

위로를 한 기억도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추위에 소초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힘들지 않냐고 

위로의 말을 건넸을 때 “괜찮습니다.” 하던 그 목소리와 듬직함이 지금도 느껴진다,

 지금은 그곳의 모습들도 많이 변했겠지만 남편과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아니 이제는 아들의 근무지가 되었으니 핑계 삼아 면회를 가야겠다.


 지금도 군복을 보면 설레고 장병들이 자랑스러운 국민의 한 사람이고 두 아들의 엄마다.

그 수고로움과 희생을 알기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대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태극기가 더욱 자랑스럽다.

 조국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 아들이라고 했더니 아들이 그랬다. 

“이제 조국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자주 못 보더라도 서운해하지 마시라고~~          

 아들아!! 이제는 대한민국의 아들이 된 아들아!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너의 조국임을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고 지켜 온 조국 대한민국을 더 잘 되고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아들과 대한민국 모든 국군 장병들의 건승과 무운(武運)을 기원하며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여러분이 대한민국입니다.         


                                                               - 2년 전 쓴 글로 작가의 서랍에서 꺼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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