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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Jan 18. 2024

나눔은 사랑입니다.

초등학생들이 만든  "사랑의 쌀독" 신문 기사를 보고 흐뭇한 마음과 함께 

잊었던 옛 기억이 떠올랐는데요.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차마 얘기하지 않았던...

아마도 마음속 한편으론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고 싶었던 어린 시절 기억인데요.


옛말에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고 필수적인 것이 

바로 먹는 문제입니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은 방글라데시 정도였다고 하니 굶기를 밥 먹듯 했다는 

당시 모습을 현재의 우리는 짐작과 상상만 할 뿐인데요. 

보릿고개 얘기는 먼 옛날 얘기 같지만 불과 7~80여 년 전 우리 부모님들이 어렸을 적 겪었던 얘기죠.


지금은 식도락이니 웰빙이니 해서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서 먹으러 다닐 만큼 

우리의 경제 상황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아직도 끼니 걱정하는 아이들과

이웃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죠.

급식비를 못 낸 학생에게 급식을 중단한 학교가 지탄을 받는 뉴스 기사를 접하기도 했는데요.

급식비 낼 돈이 없어서 밥을 굶어야 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요? 

내 배가 부르다고 남의 배 고픈 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인 것만 같아 부끄럽네요. 

 
초등학생(당시는 국민학생) 무렵 저희 집안도 많이 어려웠어요. 

자식들은 많은데 무일푼으로(사업실패로 쫄딱 망해서) 고향에 내려온 부모님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셨죠. 

철없는 마음에 부모님을 원망도 했고 남들만큼 잘 먹이고 잘 입히지 못하는 부모님이 무능해 보였고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거면 왜 날 낳았나 원망의 마음도 컸었죠.

 
오 남매의 장남인 큰 오빠가 중학생이었을 때 당시 단칸방에 일곱 식구가 발도 제대로 못 펴고 

자던 그런 시절이 있었죠.

어느 날인가 큰 오빠가 책가방 가득 무언가를 채워왔어요. 

나와 여동생은 뭔가 하고 두 눈 동그랗게 지켜봤더니 눈만큼이나 하얀 쌀이 한가득이었어요.      

방 한편에 그 쌀을 쏟아놓는데..  철없던 나와 동생은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아 

"우와, 쌀이네?" 하고 탄성을 울렸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아무 말없이 몰래 눈물만 훔치셨고 큰 오빠의 얼굴도 어두웠어요. 

철이 없어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엄마의 눈물은, 오빠가 쌀을 받아오면서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마음이 아팠을까 

그것이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흘리신 눈물이었어요. 

부모가 된 후에야 그 당시 엄마의 눈물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모두들 어려웠던 당시였지만, 십시일반이라고 불우 이웃을 위해 작은 봉투에 조금씩 담아서 

학교에 내던 쌀을 "성미(誠米)"라고 했어요. 

한자의 의미를 보면 정성(사랑)이 담긴 쌀이란 뜻이고

그 쌀을 담는 봉투를 성미봉투라고 불렀던 것 같네요.

저와 비슷한 연배 이신분 중엔 성미(誠米)를 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을 테고, 

성미(誠米)를 받았던 분들도 혹시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어린 마음에도 이다음에 크면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꼭 이 쌀을 되돌려 주리라 다짐했었는데

그 다짐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네요. 이제는 먹고살만한 나이와 형편이 되었는데도.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때만 되면 걱정을 하고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여자아이들의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아들만 둘이고 딸은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는데~ 

국민 소득 3만 불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매월 생리대 걱정을 하고 있는 딸들의 얘기를 접하니

마음이 무척 서글프고 아프더라고요. 

당장 후원 단체에 등록을 하고 매월 일정액을 기부할 수 있게 되었네요.

매월 자동 이체되는 돈을 통해, 나의 작은 나눔이 얼굴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딸과 마음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현실이 각박하니 마음마저 여유가 없어서 인 거겠죠? 

고사리손이 만든 사랑의 쌀독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이웃들에게 전해지고,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고 걱정하는 우리 아이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과 넉넉함을 키워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아들들에게도 꼭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알려 주려고 합니다.


나눔은 사랑입니다. 나눔은 내게 더 큰 행복과 감사로 돌아오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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