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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Dec 13. 2023

아는 척(?)하면 안 될까요?

"안녕하세요?"

"  .    .    .    "

이건 무슨? 속된 말로 까인 건가? 못 들은 걸까? 

큰 소리로 인사했는데...

상대의 무반응에 기분이 별로다.


'사주명리학' 강의를 듣고 있다. 

구청의 평생학습센터에서 하는 무료 강의다.

관심이 있던 터라  재빠르게 신청을 해서 10명 안에 들어갔다.

수강생은 전부 여성이고 30대~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시간.

강의실에 수강생 한 명이 먼저 와서 앉아있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정도다.

옆 자리에 앉으면서 인사를 했는데도 메아리가 없다.

"안녕하세요?"라고 가볍게 반응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수강생에게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의례적인 인사지만..   상대의 반응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세대차이인가? 성격인가? 내 오지랖이 과했나? 

2시간씩 4회에 걸쳐 강의를 함께 듣는데.. 서로 모른 척(?) 해야만 하는 건가?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인사하고 상대의 반응을 봐야겠다.

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탁구교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나눴다.

주민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 탁구를 배우는데..  저녁반 회원은 15명 정도다. 

연령대는 40대 후반에서 70대 어르신까지..  50~60대가 주축이다.

탁구장에 가면 먼저 큰소리로 인사한다. 어르신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가볍게 인사 나누면 친근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대부분은 인사를 잘 나누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분도 더러 있다. 

소리 없이 왔다가..  레슨만 받고 쌩하니 가는 회원이다.

그렇다고 그런 분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낯설고 쑥스러워서일 수도 있지만...  조금 아쉽다.


강사분이 레슨을 하는 다른 탁구교실의 분위기를 전했다.

탁구장도 크고 회원도 제법 많은 곳인데 서로 얼굴을 봐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조차도.. 

회원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물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했다.

나이 드신 회원은 젊은이가 인사를 안 하고 지나치니 자신도 인사를 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서로서로 모른 척, 외면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사인 자신을 보고도 쌩까는(?) 회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옆을 지나치면서도.

그나마 우리 탁구교실은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신입 회원(올해 50살이 된 원준 씨)의 역할 덕분이다.

그도 처음 탁구교실에 왔을 때 많이 어색했다고 한다. 

아는 사람도 없고 아는 척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강사의 레슨방식도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곳을 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인사해 주고 아는 척해 준 누님(?) 덕분에 버텼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고마운 누님이 바로 나다. 

인사하고 아는 척해 준 것이 고마웠다고 한다.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같은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깊은 속사정까지는 알 필요 없지만

아는 척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또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이름까지는 몰라도 목례나 눈인사정도는 나눠도 괜찮을 것 같다.


인사(人事)를 어학사전에서 찾아보면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이라고 적혀있다.

아는 척은 '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짓다'이다.


인사가 사라진 세상.

'인사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말이 더 깊이 다가온다.


나이 오십이 넘고 보니 여유가 생긴 걸까? 오지랖이 넓어진 걸까?

여유라고 해도 좋고 오지랖이라고 해도 좋다.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아는 척이라도 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고 싶다.

 "안녕하세요?" 스위치를 켜세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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