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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Dec 26. 2023

축의금에 대한 조금 불편한 생각

조카의 결혼식을 보며

우리 오 남매는 각각 2명의 자녀를 두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아들 일곱에 딸 셋이다.


얼마 전, 둘째 오빠의 첫째 딸인 조카가 결혼을 했다.

집안에서 처음이다 보니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장성한 조카들이 각자 임무를 나눠서 

척척해내니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꼬맹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제 몫을 감당해 내고 시집 장가갈 나이가 된 것을 보니 든든하다.

축사를 하는 멋진 엄마, 올케 박윤화 여사님

"고모, 저는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예요." 

그렇게 당당(?)하더니... 콩깍지가 씌었는지? 

그래도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해주니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신랑(조카사위)도 야무지고 성실해 보이고 사돈들(신랑의 부모)도 인상이 좋아 보인다.

오빠 내외도 사윗감을  흡족해했다. 

스타트가 좋다.

신세대 결혼식은 역시 달랐다. 신부 엄마가 축사를 하고 남동생이 축가를 하고..

생기발랄 신랑신부가 춤을 추며 퇴장하고... 

함성과 박수로 마음껏 축하해 줬다. 

"잘 살아라 울 조카 김보경. 너무 예쁘다"


식사도 푸짐하고 손님도 많았다. 

식사비도 그리 비싸지 않고 1인당 3만 5천 원.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괜찮다.


축의금을 정산하는 자리에 가족들이 모였다. 

예전에는 축의금을 받으면 그 자리(축의금 접수대)에서 바로 돈을 꺼내 확인하고 금액을 적었다.

그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은 것 같아서..  축의금 봉투에는 번호만 매기고 그 번호와 이름을 

축의금 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으로 했다.

(축의금 접수 총괄책임은 울 남편이, 울 큰 아들과 막내 조카가 보조를 했다.)

축의금 봉투의 돈을 꺼내 축의금 기록부에 금액을 적는다.

누구 얼마, 누구 얼마.. 한 명은 돈을 세고 한 명은 받아 적고.

마지막에 총액을 기록하니 딱 맞아떨어졌다. 


"이 분은 왜 이렇게 축의금을 많이 했지? 이 분은 알리지도 않았는데 축의금을 냈네. 미안하게."

축의금 기록부에 적힌 지인들의 이름을 발견한 오빠 내외가 한 마디씩 한다. 감사의 표현이다.


그런데.....

이모네가 낸 축의금으로 논란(?)이 생겼다.

분명 축의금은 이종사촌 이름으로 10만 원만 적혀있는데... 식구는 6명이 왔다.

이모, 이모부, 이종사촌(딸)과 사위, 이종사촌(아들)과 며느리

분명 6명과 인사를 했고 식사하는 것을 보았다.

엄마(이모는 엄마의 바로 아래 동생이다)는 그렇지 않을 거라며 다시 확인하라고 했다.

이모가 축의금을 따로 했을 거라면서.. 이모나 이모부의 이름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그동안 한 게 있는데.. 

10만 원 갖고 와서 밥 먹고 갔을 리는 없다면서. (3만 5천 원 x6명이면 식사비만 21만 원)

엄마의 요청에 확인 또 확인을 해봐도 이종사촌 이름으로 낸 10만 원이 전부다.

이모나 이모부가 낸 축의금 봉투는 없다.


'헐'

20여 년 전 엄마의 환갑잔치 때도 그랬다. 

그때는 일체 축의금을 받지 않고 오 남매가 전액을 부담했다. 

엄마 환갑에 축하하는 마음만 갖고 오셔서 식사하고 가시라고.

친가 쪽, 외가 쪽 친지, 친구분들이 많이 오셨다. 거하게 밴드까지 불러서 환갑잔치를 했다.

그때도 이모네는 온 식구가 와서 밥을 먹고 갔다. 이모, 이모부, 아들 둘, 딸 둘, 사위에 손주까지.. 8명.

"이모는 엄마 환갑 때도 그러더니, 또 그러시네.. " 서운한 마음에 내가 한 마디 했다.

엄마의 마음도 그리 편치 않으셨을 것 같다. 자식들 앞에 체면도 서지 않으셨을 테고.


결혼식에 참석해 준 것만도 감사할 일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다.

섭섭함(?) 실망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앞으로는 우리도 10만 원 들고 6명이 가서 밥 먹고 오자며 웃고 말았지만 씁쓸했다.


"앞으로는 순서, 서열 가리지 말고 능력 되는 사람부터 결혼하는 거다." 

멋쩍은 선포로 마무리를 했다. 울 엄마 조금이라도 속상하실까 봐.


직장 생활 25년..  만만치 않게 부의금, 축의금을 낸 것 같다. 기록이 없으니 얼마인지 가늠도 안된다.

내가 받은 것은 세 번이 전부다.

내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 첫째 아이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회사동료들이 문병 와서 전해 준 위로금,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받은 부의금.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부의금과 축의금으로 냈다. 본전을 생각하면 그렇다.

5년 전 회사를 퇴사하면서 본전은 모두 잊었다.

행복해지는 길은 내가 받은 것은 잊지 말고 준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

내가 준 것만 기억한다면 본전 생각에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섭섭하고 괘씸하고 뭐.. 그런 복잡한 감정이 들 것 같아서. 나도 사람인지라.

잊어버리기로 했다, 내가 준 것은...

받은 것은 내가 갚아야 할 몫이다.


자신이 뿌려놓은 돈(?)이 많아서 자녀 결혼식은 크게 해야 한다는 분이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나는 아들들에게 스몰웨딩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강요는 아니고 권유다.)

결혼식에 많은 손님을 초청하지도 않을 것이다. (체면치레용 보여주기식 결혼식은 시키고 싶지 않다.)

본전(이전에 뿌려 둔 부의, 축의금) 생각에 일일이 찾아서 초청장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결혼은 양가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그런 점에서 뜻이 맞는 분들과 인연이 되기를 바라지만.


축의금 얼마내야 해? 

불편한 진실이고 고민이다. 뉴스에 가끔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보다 얼마를 내야 하나가 문제다.

미풍양속이라고 하기엔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 상부상조의 문화.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못할 뿐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다.


조금씩 바뀌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언제쯤 그 불편한 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 먼저 나부터 실천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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