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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Feb 08. 2024

나눔은 사랑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연탄은행!

연말이면 매스컴에서 스치듯(?)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연탄 기부나 연탄배달 장면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연탄은 흔했다. 

밥도 하고 물도 끓이고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도 모두 연탄이었다.

석유곤로가 나온 것은 한참 후의 일이고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연탄을 사용했다.

겨울에는 집집마다 몇 십장씩 연탄을 쌓아두는 것이 김장과 함께 월동준비의 끝이었다.

리어카에 연탄을 싣고 와서 배달해 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얼굴에는 검정 연탄재를 묻히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던..

연탄불은 꺼지지 않게 수시로 갈아줘야 했고 

(새벽에 일어나 연탄불을 갈아주던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이 따뜻하게 잠을 잤다.)

재를 처리하는 것이 문제 이긴 했지만, 눈 오고 얼어서 길이 미끄러울 때 연탄재를 뿌려주면 

미끄럼 방지 효과도 있었다.

엄마는 연탄가스를 마셔서 죽을 뻔했다는 얘기를 가끔 하셨다. 

동치미 국물을 마시고 겨우 살아났다는.. (그땐 그랬지!)


오늘 한 정당(국민의힘)에서 연탄 71,000장을 기부하고 연탄배달 봉사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홍보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흐뭇하고 감동적인 뉴스다.

정치적인 지지와 이해관계를 떠나 이런 모습은 드물게 본 것 같다.

사진 찍기용, 말 그대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봉사는 뒷전이고 사진 찍기가 우선이었던 

힘 있는 권력층(관료, 정치인들)으로 인해 짜증스러운 뉴스만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달랐다.

선한 영향력으로..  잊고 있었던 나의 기부 본능을 살렸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참전 유공자 후손들을 위한 장학금을 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반강제적(?)으로 장학금을 내라고 해서 불만도 있었는데

취지가 좋았고 직업군인이었던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국방일보나 군(軍) 관련지에 기고를 해서 받은 원고료 일부도 기쁜 마음으로 낼 수 있었다.

우수직원으로 선발되어 받은 격려금의 일부도 쾌척했다. 

생리대가 부족한 청소년들을 위한 단체에 매월 소액을 후원하기도 했다.

작은 정성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연탄은행에 전화를 했다.

"오늘 국민의 힘에서 연탄기부와 봉사하는 모습을 봤다. 후원을 조금 하고 싶은 데..   

  OO은행 계좌로 송금하면 되나요?"

"네~~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곧바로 은행계좌로 이체를 했다. 소액이지만...  


살면서 늘 가슴 한편에는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생각했다.

장학금을 내고 약간의 후원을 하는 것도 그 빚을 일부 갚는 것이다.


40여 년 전, 내가 어렸을 때(국민학생 때)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 

중학생이던 큰 오빠의 등록금을 걱정하고 일곱 식구가 끼니를 걱정하던 때. 

등록금이 밀리면 오빠는 교무실에 불려 가 혼이 났고, 때때로 부모님은 친척들에게 등록금을 빌리러 

다니면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자존심을 구겨가면서.

어느 날인가..  큰 오빠가 책가방 가득 불룩하게 무언가를 담아 왔다. 

철없던 나와 동생 눈앞에는 하얀 쌀이 쏟아져 나왔다. '우와~  쌀이다. 우리 이제 부자 된 거야?'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미(誠米)를 모아 주던 시절이었는데

그 어려운 이웃으로 큰 오빠가 선발(?)된 것이다. 흰쌀을 보고 눈물 훔치던 엄마와 오빠의 굳은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짐했던 것 같다. 

'이다음에 크면 나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꼭 은혜를 갚겠다고..'


이제는 경제적,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다짐이 생각났다. 작지만 나누고 살아야 할 때이고 그렇게 살고 싶다.


연탄은행 홈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후원과 봉사자님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선한 영향력! 

오늘 내게 전해진 선한 영향력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눔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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