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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Feb 06. 2024

風樹之嘆(풍수지탄)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風樹之嘆(풍수지탄)!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야 생전에 효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자식의 슬픔은 크다.


나이 오십이 넘고 보니, 친구나 지인 부모님의 부고소식을 많이 듣게 된다.

가끔 부고를 호상(好喪)이라는 말로 위로와 포장(?)을 하지만 이별과 슬픔일 뿐이다.

(호상 : 고령자들이 90세가 넘게 병치레 없이 잠을 주무시다가 고통 없이 돌아가시게 

된다면 호상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게 부른다.)

연세가 어느 정도 드신 분이라면 호상이 되기를 기도할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언젠가 후일에.. 그날이 오면, 잠자듯 큰 고통 없이 조용히 그날을 맞기를 소원한다.

오랜 병고 끝에 효자 없다고 자식에게 부담과 걱정 주지 않고 떠나는 것,

그런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복(福)을 누리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두 분 모두 여든을 훌쩍 넘기신 연세라 걱정도 되긴 하지만, 그 정도로 건강하신 것도 

다행이다.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달려갈 수 있는 부모님이 우리 곁에 계시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이다.

출발 전에는 부모님을 뵈면 ‘사랑합니다’하며 한 번 안아드려야지 굳게(?) 다짐하건만, 

막상 얼굴을 뵈면 쑥스러워서 용돈만 드리게 된다.

(사랑 표현법을 배우지 못하고 서툰 탓이다)

엄마는 큰 사위 준다고 준비한 티셔츠를 내미셨다. 

늘 용돈을 받기만 하는 것이 고맙고 미안해서 싸게(?) 하나 사셨다면서... 

쑥스러우니 싸게 샀다고 하시는 거다. 

울 엄마는 눈이 높아서(?) 절대 싼 옷을 사지 않는다.

옷을 입어본 남편의 입이 귀에 걸린다. 

부모 자식 간에도 기브 앤 테이크는 필요하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부모 마음은 그런 것이다. 

자식에게 용돈 받는 것이 그저 미안하고, 부담이라도 주지 않을까 걱정과 안쓰러움이 크시다. 

남은 여생 근심 걱정 없이 편안히 사시라고 해도, 자식 걱정은 가실 날이 없다. 

오 남매 다 키워서 시집 장가보냈으면 그만 잊어버려도 되는데.

(자식들의 나이가 육십을 향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분 건강이나 챙기시며 재밌게 사셔도 되는데 부모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보다. 

자식들이 잘 살고 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새끼들(손주들) 때문에 속상한 일은 없는지? 걱정, 또 걱정이다.

자식을 만나면 반가움에 앞서 표정과 건강을 먼저 살피는 것이 부모다.


시아버님 산소도 찾았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돌아가신 지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며느리 힘들다고 아들 집에 한 번 오시지도 않던 분..

드러내고 표현하진 않지만, 며느리 사랑이 누구보다 깊은 분이셨음을 알고 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데...  그 시아버지 사랑을 받을 수 없어서 아쉽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야 그리워하고 후회하는 것이 자식이다.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올리고, 좋아하시던 술을 묘 위에 뿌려드리니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좋은 거, 맛있는 거, 하시고 싶은 못해보고 돌아가셔서 더 그렇다.

개인택시를 하셨는데..  점심을 드시고 소파에 누워 낮잠을 주무시듯 그렇게 가셨다.

혼자 쓸쓸히.. 어느 날 갑자기...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 하나 없이, 아무런 이별의 말도 없이.

살아 계셨을 때 자주 찾아뵙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렸어야 했는데...  후회가 밀려온다.

두세 번 가족여행 간 것이 유일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린 손주들 노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편의 장인. 장모사랑은 더 극진해졌다.

살아계실 때 더 자주 찾아뵙고 전화드리자고 한다.

다음에 찾아뵙자고 미루면, 돌아가시면 뵙고 싶어도 못 본다고 나무란다. 

風樹之嘆(풍수지탄)의 슬픔을 먼저 겪어 본 때문이다. 원래 효자이기도 하지만.

유행가 가사의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는 

부모 자식 간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부모님 마음 편히 해 드리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안부 전화도 잊지 말고,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하는 것이 효도다.

비싼 선물, 거창한 것만이 효도가 아니다.

자식 얼굴 한번 더 보고, 목소리 한 번 더 들어보는 것..  

부모님이 바라는 효도는 이런 작고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세상의 자식들은 그것을 잘 모르고

나 또한 그랬고. 지금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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