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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Feb 20. 2024

나는 왜 수다쟁이가 되었나?

"맨날 고기반찬만 줘서 오늘은 회를 살까 하고 마트 갔더니 연어만 있어서 안 사 왔어."

"엄마, 연어 안 좋아해?" (아들이 물어본다.)

"엄마 원래 회 안 좋아해. 할아버지가 회를 안 드셔서 회를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못 먹어.

 삼겹살도 군대(직업군인으로) 가서 처음 먹어봤어. 

 할아버지가 삼겹살과 닭고기는 일절 안 드시고 소고기만 쪼금 드셔서.. 삼겹살도 못 먹어봤어. 

 아빠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까 너네들이 음식 별로 안 가리는 거야.

"...  " (아들은 답이 없다.)

 아들이 저녁밥을 먹는 동안 오늘도 난 수다쟁이가 된다. 아들이 무슨 반찬을 잘 먹나 살피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데. 

  임원이 되는 꿈을 꾸면서.

  그러면서 깨달은 거지. 회사가 자신을 책임져주지 않고 언제든 필요가 없어지면 퇴사를 해야 되는 

  존재라는 것을..

  그 후에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면서 블로그에 열심히 활동을 했고 지금은 유명한 인플루언서로 

  회사 다닐 때 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네.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야. 

  엄마도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이 작가처럼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네."

  아들은 대학 다닐 때 글쓰기 강의 듣지 않았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는다네.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좀 심각한 문제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독서광이라는데.. 아들도 틈틈이 책도 읽어."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원래 말수가 적고 생각이 깊은 아이다. 

어려서는 말도 잘하고 많이 했는데...  사춘기 후 부쩍 말수가 줄더니 지금도 그렇다.

묻는 말에나 대답하는 정도..  카톡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도 늘 대답은 한결같다.  "응"

예전처럼 말도 좀 하고 제 생각도 얘기해 주면 좋으련만. 그 성격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어떻게 하면 한 마디라도 더 붙여볼까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내가 수다쟁이가 되는 것이다.


주택에 살다 보니 아들은 옥탑방에서 지낸다. 

누구의 간섭도 없는 단독공간이고 편해서인지 밥 먹을 때만 2층으로 내려온다. 

그 시간은 아들 얼굴을 보고 수다를 떨 수 있다.

아들이 내려오는 시간쯤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은 무슨 주제로 아들과 대화를 해볼까? 그날그날 주제는 다양하다.

뉴스, 읽은 책 얘기, 친척들 소식, 연극이나 영화 본 얘기,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얘기, 요즘 나의 생각 등 등

아들에게 전해주거나 의견을 물어본다.


"엄마는 요즘 아빠 정년 후에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어. 

 임대수익, 배당주 투자 등 노후에는 현금흐름이 중요하거든. 

 블로그에 글을 써서 방문자수가 많아지면 광고가 붙고. 그러면 수익이 되거든. 유명 인플루언서.. 

 그것도 멋지지 않아?"

 읽고 있는 책얘기를 하면서.. 경제 교육도 살짝 덧붙인다. 


먼저 마음을 열고 아들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니...  아들도 밝아지고 말수도 늘고 있다.

티키타카가 되고 있다. (티키타카: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사람사이에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

가끔은 먼저 말을 걸어올 때도 있다.

감기 걸린 것을 알고는 "엄마 감기 좀 나았어?" 묻는데

그 한마디에 감동을 받았다. (내가 아픈 것을 걱정하고 있었구나. 아들이.. 표현은 안 했지만)

어느 날인가는 아들이 선물한(레바논에 파병 가서 번 월급으로 노트북을 사줬다) 노트북의 충전기가 접촉이 

잘 안되길래.. 방법을 물어봤더니..  슬그머니 충전잭을 주문해서 갈아줬다. 또 감동이다.

"아들이 노트북 안 사줬으면 엄마 브런치에 글도 못썼을 텐데... 고마워." 살며시 내 마음도 전해본다.

아들이 사준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예전에는 그랬다. 

아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면 말을 하지 않았다. 덩달아 아들도 내 눈치를 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말을 거나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며칠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남편은 그랬다. '둘이 성격이 똑같다고.. 성질나면 말을 안 한다고..'

아무튼..

이제는 내가 달라져야 한다. 아니 달라지기로 했다.

내가 부모고 어른이니까. 먼저 마음을 열고 말을 거는 것이 맞다.

그래서 수다쟁이가 되었다. 


수다쟁이라도 좋다. 아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취업준비생이 마음적으로 얼마나 힘들까? 짠하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불행의 시작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그러더라.

 엄마가 인생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차분히 네 페이스대로 하면 돼'


부모의 역할은 그런 것 같다. 

자식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믿어주고 조용히 응원해 주면서 기다려주는 존재이면 족하다.


내일은 또 무슨 얘기로 수다를 떨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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