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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Feb 22. 2024

좀 유치하면 어때?

사이좋은 부부면 되는 거지. 

좀 유치하면 어때?

사이좋은 부부면 되는 거지. 뭐.


유치(幼稚)하다는 말은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아~ 유치해! 이런 말을 하기도 하고 들을 때도 있다.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고 놀림을 받을지 모를 얘기를 하려고 한다.


작년 생일즈음 내 이름은 사랑이가 되었다. 

그 사연은 브런치(23.11.20)에 올려져 있다.

(브런치에 올린 글)

마님으로 불렀다. 머슴처럼 충성(?)하겠다는 남편의 굳은 다짐이다.

지금은 사랑이(사랑이 더 묻어있을 때는 싸랑이, 혀를 좀 꼬았을 때는 딸랑이)로 불린다.

 우리 싸랑이 잘 잤어요?

 쪼옥

 오늘도 활짝 웃는 일만 가득 ㅎ

 남편의 아침 인사는 카톡으로 전해진다.

잘 잤어요. 수고하셔요.

(최고라며 쌍따봉을 날려준다)


따랑이. 뭐 해? 

혀가 짧네. 혀 잘랐어? ㅋㅋㅋㅋ 

(어떤 날은 이렇게 혀 짧은 소리로 전화를 한다. 오글오글~~)

50대 중반의 부부가 나누는 조금은 유치하고 민망한 대화다. 


이 나이에 사랑이로 불릴 줄이야!! 그래도 싫지 않다. 좀 유치하면 어때? 나만 좋으면 되지..

남의 눈치 보며 살 나이는 아니잖아.  

나이가 들수록 뻔뻔해지는 건지? 부끄러움이 많이 줄었다.

아빠가 엄마를 사랑이라고 부른다고 자랑질(?)을 했더니 작은 아들 하는 말이 기가 막힌다.

"아빠가 술이 덜 깼나?" 

아들은 엄마 아빠의 이런 모습을 유치하다고 생각할까? 속으로는 좋아할까?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다. 

부부간의 말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결혼 후 한 번도 여보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어른들 앞에서는 큰아이 이름을 붙여서 oo아빠라고 했다.

여보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입에 붙지 않아서인지 결혼 30년이 된 지금도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

보통은 여보, 당신 또는 oo엄마, 아빠, 자기로 부르고

사이가 많이(?) 좋은 부부는 서양식으로 달링이나 허니라는 호칭을 쓰기도 한다. 

사이가 좋은 부부를 따라 한다고 남편을 '허니'라고 부른다. 

처음이 쑥스럽지 입에 익으면 괜찮다. 벌꿀처럼 달달한 느낌도 들고.. 


탁구교실에서 만난 부부는 남편이 아내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참 듣기 좋다. 

(60대의 부부인데 그 나이에 이름을 부르는 것이 흔한 것은 아니라) 그 사연을 물어보니, 

아내분이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혼 후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았던 아내의 당당한 요구(?)를 흔쾌히 받아준 남편이다.

부부는 사이가 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사이좋은 부부임을 증명한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도 이름을 불러달라고 할까? 사랑이 말고..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의 말은 다르다. 

"어이~~ " (남편이 아내를 부른다)

"어이가 뭐야. 어이가. 내가 어이야?" (기분이 상한 아내의 퉁명스러운 댓구다)

예전에는 '어이'라는 호칭을 쓰는 분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세대에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인데.. '어이'라고 불리는 아내의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고 말다툼이 생긴다.


사이좋은 부부로 살고 싶었다. 

부모님처럼 살바에는 결혼을 안 하겠다 다짐도 했었다.

경제적인 문제가 주된 싸움의 원인이었지만 부모님은 서로를 향한 말(말투)로 토닥거리셨다. 평생을.

애정 없이 덤덤하게 자식들 때문에 살았다는 엄마의 푸념과 한숨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했다.

지금이라도 다정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주면 그 서운함이 풀어질 텐데..

90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평생을 그런 말을 해보지 않는(못하는) 분이셨다. 자식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엄마에게만 그랬다. 

김장 거드는 며느리에게는 수고했다고 하시면서도 김장재료 준비하느라 가장 힘들었던 엄마에게는 

그 말을 하지 않으신다. 그것이 또 섭섭해 한 마디 쏘아붙이는 엄마.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불쌍하고 애처롭다가도 원망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엄마의 말도 그리 살갑고 애교스럽지는 않다. 아버지에 대한 칭찬에는 인색하셨고

원망과 서운함과 미움 섞인 말을 하셨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겠고 그 사연을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식으로서 안타까움이 크다.


남편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말을 부드럽게 하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가끔 날 선 말이 오갈 때가 있다. 말(말투)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데.. 퉁명스럽고 무관심한 듯한 말에 서운해하고 토라지고 말다툼이 일어난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말이 문제였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말투가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조심을 하게 된다.


사이좋은 부부가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사랑의 말을 많이 하는 것이다. 좋은 말(말투)을 쓰고 습관화하면 된다.

호칭부터 말 한마디에 존중과 사랑을 담는다면 사이가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유치하다고 놀리지 말아요~~

사이좋은 부부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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