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아름답다.
한 달째 감기가 나았다 심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것을 몸이 알고 반응하는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심한 감기몸살을 겪곤 했는데...
이번 감기는 목이 아프고 기침도 심해서 새벽에 잠을 자주 깬다.
몸도 찌뿌둥하고 사우나나 가야겠다.
자주 가는 동네 사우나가 있다.
세신(때를 밂)은 필수.
오래전부터 딸이 없는 나는 꼭 세신을 받는다.
세신은 휴식이며 힐링이고 나의 노고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오래된 습관이기도 하고.
몇 만 원으로 그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오후 시간이라서 사우나안이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어떤 때는 세신을 받으러 갔는데 손님이 밀려서 그냥 혼자 씻고 나온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제대로 목욕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뭔가 모를 찝찝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때를 밀어야 목욕을 했다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예전에 일본여행 가서 온천탕에 갔는데
이태리 타올로 열심히 때를 밀고 있는 사람은 한국 여성들 뿐이었다.
"여사님, 세신 할 수 있어요?"
"네.. 마사지 끝나고 바로 해 드릴게요. 때 불리고 계세요.."
오늘도 세신사 여사님은 친절하시다.
탕 속에서 몸을 불리면서.. 보니 참 대단하다.
나는 내 한 몸 때 미는 것도 힘든데..
하루에도 몇 명의 몸을 저렇게 씻겨주는 걸까? 힘들 텐데..
그 일도 오래되면 요령이 생겨서 괜찮은 걸까?
돈 받고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참고 하시는 걸까?
그래도 힘들 거야. 참 대단하셔~~ 체구도 자그마한 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탕 속에서 나만의 힐링을 즐긴다.
"오세요~~"
"아싸~ 내 차례다. 오늘은 운이 좋은걸. 많이 기다리지 않고 세신을 받을 수 있다니.."
옆 자리에서 다른 한 분도 세신을 받고 있다.
(사우나에는 세신사가 두 분이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듯한데 예전에도 비슷한 때에 세신을 같이 받는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때도 이미지가 좋아서 기억에 남았다. 얼굴은 보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그분 같다.
세신 해주는 여사님(세신사)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신다.
"손주 녀석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전화하면 마지막에 급하게 할머니 사랑해요.
하면서 끊네요. 남자아이라서 그런가 봐요. 쑥스러움을 타서..
여자아이들은 더 애교스러울 텐데.."
"어쩜 피부가 이렇게 좋으세요? 연세도 있으신데..."
"아이고.. 그래요? 고마워요. "
칭찬과 감사가 오고 간다.
"나는 지금이 참 행복해요. 누가 이렇게 내 몸을 시원하게 씻겨주겠어요. 고맙게..
미안하기도 하네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냥 행복하고 편하게 즐기시면 돼요."
세신사분의 대답이 참 그럴싸하다.
미안해하지 마시고 즐기시면 된다.
아마도 그분은 연세가 좀 있으시고 함께 와서 때를 밀어줄 가족이 없는 듯했다.
그러니 사우나 올 때마다 세신을 받으시는 것 같다.
이런 것을 윈윈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나도 그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 세신을 받을 때마다.
혼자 와서 제대로 씻지 않고 등에 때도 대충(?) 혼자서 밀고 가면 사우나를 간 의미가 줄어든다.
그런데 세신사분이 있어서.. 불편도 해소하고 행복감을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불하는 세신비의 몇 배나 더 큰 만족이고 행복이다.
AI시대에는 사라지는 직업도 많을 거라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신사는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까?
NO~ NO~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로봇이 내 몸을 세신 해준다?? 상상할 수도 없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세신이나 미용, 피부관리 같은.. 서비스직종은
쉽게 사라질 수 없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세신을 받는 그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도 듣고 생각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힐링되었다.
그리고 또 깨달았다.
감사는 아름답다는 사실을..
대가를 지불하면 그뿐이고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고 아무 일 아니라 여기 지도 않고
감사할 줄 아는 그 마음..
그런 마음이 오가는 따뜻한 세상..
감사가 넘쳐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감사의 하루가 되기를.. 나는 소망한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