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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Nov 14. 2024

사는 거 별거 없다.

아들 친구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들은 밤에.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온 아들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엄마, OO이 알지?"

"알지, 왜?"

"OO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네."

"아니 왜? 아직 젊으실 텐데.. 엄마 아빠 또래 아니신가?"

"뇌종양이셨다네.."

OO이 누나의 결혼식도 내년에 할 예정이었다는데..

딸 결혼식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제 좀 여유 있게 재밌게 살 나이인데.. 병마로 고통받다 가셨으니 안타깝다.


OO 이는 아들의 친구다. 심성도 착하고 집에도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다.

몇 년 전에도 아들이 친구 OO이 아버지의 얘기를 했다.

"엄마도 밭(텃밭)에서 일할 때 선크림 꼭 발라. OO이 아빠가 피부암이 걸렸다네."

생전에 표현을 잘하지 않는 아들이 내 피부를 걱정해주니 내심 기뻤다.

"OO이가 걱정이 많겠다. 아빠가 빨리 쾌유하셨으면 좋겠네." 

걱정하는 마음으로 완쾌를 기원했었는데..


그 후 다행히 피부암은 나았는데.. 뇌종양에 걸려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들의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일 문상 가서 친구도 잘 위로해 주고 뭐 도와줄 거 있으면 도와주고 와." 당부를 해둔다.


"엄마 아빠 나이대에는 부고소식이 많네. 

 어제는 작은 이모 아는 지인이 폐암 진단받고 한 달 만에 죽었다고 인생이 허무하다고 했는데.."

 "OO이 엄마도 아직 젊을 텐데.. 엄마 나이또래쯤 되었으려나?

  엄마도 아빠 없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막막하던데.. 그 엄마도 마음이 많이 아프겠다."


주말부부로 떨어져 사는 우리도 이 나이(50대 후반)가 되고 보니..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는다. 

아침에는 남편이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안녕하셨는지? 묻는 것이다.

'수고해. 밥 잘 챙겨 먹고.. 좋은 하루.'


저녁에는 통화를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인사다.

어쩌다 전화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해한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쓰러졌나 싶어 놀랐네.."

"쓰러지기는 무슨..  설거지하고 있었구먼~~. 별 걱정을 다하네. 아직 짱짱하니 걱정 마셔요"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보지만 나 역시 그렇다.

어쩌다 남편의 카톡 답장이 늦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건강체질이고 지금까지 아픈 곳 없이 잘 지냈지만

은근 건강이 염려될 나이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자.

 인생 별거 없다. 재밌게 살자."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다.

아침에 눈 뜰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예전에는 아침을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냥 감사하다.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다.


젊어서는 이런저런 욕심도 많이 부렸고 이런저런 걱정과 근심에 애태우기도 했다.

그런데..

사는 거 별거 없더라. 속 끓이지 말고 재밌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지금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최고임을 알았다.


아들 친구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들은 이 밤,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고

사랑한다 표현하고 더 잘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그 이별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올지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아들 친구 OO 이와 가족분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오늘 밤은 쉽게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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