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때, 아무 생각

나 혼자 조용히 몰입하기

by hosu네

직장에 일찍 오는 걸 결심했던 건 집이 멀어지고 나서부터다. 일찍 나오면 출근 시간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드니 일찍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은 1시간을, 대부분은 30분을 일찍 도착하면 이 거대하고 소란했던 건물이 얼마나 고요한지 알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게 고단하고 가끔은 피곤해 죽겠다 싶지만, 아침 맨 처음으로 교실문을 열고 차분히 시작하는 아침은 꽤나 좋은 기분이다. 눈앞에 아이들이 있으면 뭘 못하는 성격 탓에 아침에 일을 해치울 수 있는 것도 좋다.


처음엔 고요함이 너무 거대하게 다가와서 음악을 틀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에어컨 소리, 복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둔다. 요새는 조금, 다시 여유가 생겨서 음악을 틀어볼까 생각도 하긴 했는데 역시 그냥 고요한 게 좋은 것 같다.


조용한 가운데 아무도 없는 걸 못 견디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내 생활 반경에서는 이런 시간이 별로 없다. 출퇴근을 남편이랑 같이하고, 학교는 그저 항상 시끄럽다. 퇴근해서는 같이 운동하고 함께 콘텐츠를 본다. 따로 또 같이이지, 완전히 혼자만의 시간은 딩크인 나에게도 그리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용할 때 나는 뭘 하게 되는지 생각해 봤다. 생각보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생산적인 편이다. 데일리 루틴으로 경제 기사를 읽고, 독서를 하며 영어공부도 한다. 남편과 있을 때 이런 일들을 못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간지럽고 눈치가 보인다. 나 혼자 방에 들어가서 내가 해야 할 일에 깊숙하게 빠져드는 게, 둘밖에 없는데 서로가 너무 방치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침 빈 시간에 최대한 나의 데일리 루틴을 채워 넣어 마치려고 하는 편이다.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8월에 스위스를 가니까 영어 공부를 꾸준히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7월이다. 꾸준히는 했는데 많이는 하지 못했다. 전에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초반에는 절대적인 할애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어중간해져 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다양한 걸 이리저리 잡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 8월 여행 날이 오기 전까지는 영어에 좀 더 몰입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운동은 이러나저러나 필수고 말이지.

작가의 이전글관심과 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