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는 건 쉽다.
우리 반 김동동이가 전담 시간에 걸려서 현재 선생님과 면담 중이라는 이야기를 수많은 아이들이 전달해 주었다. 김동동이는 공부에 크게 흥미가 없고 운동을 사랑하는, 동작이 크고 가끔 쓸데없는 말을 하는 남자 어린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로 보아 김동동이는 어디 가서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전담과목을 싫어하던 김동동이가 수업이 늦게 끝나자 왜 늦게 끝나는지에 대해 불만이 생겼나 보다. 선생님 딴에는 엎드려있는 김동동이와 싸워봤자 제대로 안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김동동이를 좀 놓고 있으셨던 모양.
우리 반에서도 강사님이 와서 수업하는 시간이라, 늦게 들어오는 김동동이와 이야기를 좀 했다. 김동동이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게 부어있다.
"선생님이랑 이야기했다면서? 기분 안 좋아?"
"네."
"네가 언제 끝나는지 물어봤다면서."
"선생님한테요, 평소처럼 저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이게 또 무슨 이야기인가. 대화가 갑자기 멀리 뛰어간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김동동은 그 과목도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는데, 선생님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제가 수업시간에 엎드려있으면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잖아요. 일어나라고. 그런데 그 선생님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시거든요. 선생님이 모르는 거 말하라고 해서 말했는데, 제 말은 안 들으셨어요."
이렇게만 들으면 전담 선생님이 나쁜 사람 같지만, 그동안 이 아이와 씨름했던 나는 안다. 담임인 나는 체육 빼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두세 번 재촉해야 겨우 뭐라도 쓰는 동동이와 다툼을 해가면서 공부하는 버릇을 들일 수 있었지만,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전담 선생님 입장에서 매번 불퉁하게 대꾸하는 김동동이를 어찌 바꿔놓는 건 너무나 품이 드는 일이다.
수업을 마치고 전담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누어봤다. 내가 대화한 내용을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아주 놀라셨다. 내가 생각해도, 전담 선생님이 생각해도 자기에게 관심을 덜 주는 것 같아 서운했다는 김동동이.
"그럼 엎드리면 일으켜 달라는 말이네요? 저는 워낙 이 과목을 싫어하고 못하니까, 그래 너 맘 편하게 있어라. 하고 터치를 안 했는데."
교사라면 완전히 터치 안 하는 게 잘 안된다. 그래서 한 번은 나도 모르게 뭔가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을 대할 때 이게 참 어렵다. 교사가 일관되어야 교육이 잘 먹힌다. 나는 일관되게 참견하고 신경 쓰는 쪽을 택했다. 반대라면 일관되게 신경을 안 써줘야 하는데, 그건 직업상 힘든 일이다. 그래서 반반을 택해 버리면 그게 제일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 3월, 나는 어떤 사람으로 1년을 살 것인지 교사로서의 나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이때 나의 몸과 마음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잃기가 쉽다.
물론 교사가 계속 관심을 두고 신경을 써 주면야 제일 좋겠지만, 교사도 에너지의 풀이 있다. 담임에겐 20여 명의 아이들이 있고 나도 그나마 김동동이에게 신경 써 줄 체력과 마음의 공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기본'만 하는 걸 뭐라고 하거나, SNS에 멋지게 등장하는 선생님들과 그렇지 않은 교사들을 비교하는 건 그래서 계속 너의 에너지를 긁어내어 쓰라는 말과 같다.
김동동이의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김동동이의 마음도 좀 읽을 수 있어서 안쓰러움과 괘씸함이 함께 내 마음에 올라왔다. 그동안 긍정적인 관심은 그다지 못 받아봤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럴 거면 엎드리는 건 안 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함께 말이다.
점점 에너지 넘쳐나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하러 가야겠다. 그래, 이 일은 20대에나 60대에나 근본이 달라지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