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대상/다문화교육
이 책을 읽으면서 회색빛 같았던 처음 부분에 비해 뒤로 갈수록 색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교실에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읽으면 가끔은 이질적이기도, 어떤 때에는 익숙하기도 해서 재미있는데 이 책 또한 두 가지 느낌을 모두 받았다.
책의 주인공은 외국에서 온 아담이라는 친구다. 6학년 교실에 아이슬란드인지 아일랜드에서 전학 온 아담은 어딘가 이상하다. 처음엔 눈을 감고 있었고, 눈을 뜬 후로부터는 계속 재미있는 일-교사 입장에서는 머리 아픈 일-들을 만들어낸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아이들도 6년간의 사회생활을 하며 이제 많이 어른스러워진다. 당연히 다른 데에서는 어린이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익숙한 내 반경에서는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학교와 같이 보호자가 없는 곳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서 칭찬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일, 꾸중을 듣기 때문에 해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습득한다. 누구나 친구를 원하므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기 위해 해야 할 일들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캐릭터가 생겨난다.
예능에서 부캐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도 그 유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누구나 부캐가 있다. 그 정도가 얼마나 다르냐의 차이이지, 그 누구도 집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남편의 애교를 남편 직장 동료가 본다면 주책맞은 중년 남성이라 표현될 게 아니겠는가.
아이들끼리의 대화를 들어보면 확연하다. "걔는 원래 그래.", "어, 근데 걔라면 이런 일 안 했을 걸. 그럼 다른 앤가 보다." 이런 말들은, 이미 어느 정도 캐릭터화 된 '걔'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한 공동체는 '우리'가 된다. 서로가 납득되고, 섞이지만 나의 작은 공간이 보장되는 그런 편안한 우리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책의 화자인 동호- 동호의 이름은 꽤나 뒷부분에 나오며, 그 아이가 숨겨진 이유도 뒤로 가면 알 수 있다- 도 또한 그런 아이다. 다문화 학생들은 당연히 '일반'아이들에 비해 적응이 느리다. 말도, 문화도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전에 이 학교에 들어와 6학년이 되었다는 것은, 그리고 친구도 있다는 것은 그 아이들이 온갖 전투를 치르고 이제야 편안한 세상을 누리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 세상에 아담은 또다시 폭탄을 터뜨리는 존재가 된다. 동호는 아담이 불편하다. 자신과 더 친했고, 아담을 함께 불편하게 생각했던 친구들이 아담의 매력에 빠져 '걔'가 아니게 되기 시작했다. 전투를 치러야 마땅할 아담은 어느새 주변을 자기와 같은 색으로 물들여 버렸다. 일반적이고 싶어 힘겨웠던 동호는 아담을 보며, 아담의 놀이가 학교를 물들이는 걸 보며 즐겁지 않다.
후반부에서 아담의 비밀과 숨겨졌던 동호의 정보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달린다. 책을 읽으며 이 동화가 다문화 교육에도 좋겠지만,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알아가는 책으로서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우리. 40이 넘은 지금도 나는 계속 변화하지 않는가.
읽으면서 아담의 장난 중 이건 좀... 하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교사로서 꼰대 같은 마음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긴 장대로 깃발을 만들어 왔을 때 아이고... 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이 '우리'안에 갇혀있는 것이 틀림없다. 입술을 떠는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도 좀 더 정보가 많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니까. 재미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동화였다.
언제나 책은 함께 읽는 걸 추천. 답지가 없는 걸 선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