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쉬지 않고 5km를 뛰다

지하철 출구 올라가던 것도 힘들었던 내가

by hosu네

결혼 전 나는 유산소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헬스장에 가면 차라리 근력 운동을 하지, 그래 걷기까지는 어떻게든 하지만 달리기란, 숨이 찬 일을 굳이 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찰 때의 기분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결혼 직후에 체력이 확 약해져서 무슨 운동을 해야하나…했을 때, 또 러닝만큼 접근성 좋은 운동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 다리만 있으면 딱히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때 런데이라는 어플을 처음 알게 되었다. 1분 뛰는 건 할 만 했다. 2분 30초까지도 어찌어찌할 수 있었다. 하지만 3분, 4분, 내가 쉬지 않고 뛰어야 할 시간이 늘어날수록 런데이 어플을 켜고 나가는게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래도 8주간 30분 달리기 프로그램은 한 번 끝까지 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한 번 하고 다시 한 적이 별로 없는 걸 보면 그게 그렇게 재밌거나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는 10km 달리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1월에 다들 목표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누구나 하는 다이어트 외에도 나는 뭔가 다른, 숫자로 찍히는 목표를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에 하다가 만 것 중 뭐가 제일 좋을지 생각해 보았는데, 이상하게 10km 달리기라는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작년엔 10km도 아니었다. 그냥 주 2회 달리기 하기-몇 분 달리고 몇 분 걷는지는 자율-였다.


올해 초 나의 상태는 아주 별로였다. 나는 1km도 한방에 겨우 뛰는 정도였다. 시간이 아니라 달리는 거리로 나의 몸을 측정해 보니 나의 달리기 방식은 10년 전에 비해 나아진 점이 별로 없었다. 남들이 평균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뛰는 속도에 훨씬 미치지 못한 정도였다.


이번에도 런데이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전에 했던 8주 완성 프로그램은 아니고, 30분 능력향상으로 들어갔다. 인터벌로 일부러 달리다가 걷고, 달리다 걷고를 반복했다. 처음엔 별로 안 힘들어서 속도를 높여 뛰다가 마지막 텀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박수는 또 왜 그렇게 높아지는지, 내가 했던 어떤 운동보다 심박수가 높게 찍혀서 이거 하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따금은 남편도 나와 같이 뛰었다. 하지만 남편은 나보다 달리기를 잘해서, 아무래도 나에게 맞춰주어야 하다 보니 본인에게 맞는 운동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느껴질 때마다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무리해서 뛰려고 해 보면 끄트머리에 가서 너무 힘겨워지니, 결국엔 그게 그거였다. 생각보다 늘지 않는 실력에 나는 유신소와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한 적도 있다.


어제는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잠도 잘 잤고, 주말부터 오늘은 달리기를 하리라 하고 생각해 둔 날이었다. 남편은 조금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자기도 나가서 뛰고 싶다고 해서 결국 함께 나갔다. 강변 달리기 좋은 곳까지는 걷다가, 내려가서 달리기 시작했다.


남편은 1km를 뛸 때마다 내게 알려 주었다. 처음 1km는 생각보다 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2km까지는 뛸 수 있겠다 싶었다. 남편이 2km를 외쳤다. 응? 아직 다리가 아프거나 숨이 많이 차지 않았다. 3km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랑곳하지 않고 뛰니 남편은 정말? 뛴다고? 하면서도 내 옆에서 계속 함께 달려주었다. 우리 집 근처에서 2.5km에서 돌면 5km인데, 그렇게 할래? 남편이 물었다. 걷다 뛰다 할 때에도 그렇게 했으니, 그러자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2.5km 반환점을 돌아 3km. 그런데 이상하게 걷고 싶지 않았다. 2km만 더 뛰면, 5km를 뛸 수 있는데 해볼까? 하는 마음이 살짝 올라왔다가 에이, 그건 좀 오버지. 하는 생각에 묻혔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계속 뛸 수 있다. 나는 계속 달렸다. 4km가 되자, 이제 와서 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해졌다. 아까 내리눌렀던 ‘오버지’는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고비는 4km를 넘어서니 왔다. 평상시에 이렇게 안 쉬고 달려본 적이 없으니 슬슬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건 숨은 그렇게 차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은 옆에서 말해주었다. 조금만 더 가면, 5km 진짜 안 쉬고 뛰는 거야. 얼마 안 남았어.


그렇게, 생각지도 않은 5km 달리기를 성공했다. 1월에 계획을 세울 때 6월에는 5km 정도는 달려야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게 된 것이다. 이게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당연한 하루 운동일뿐이겠지만, 나에겐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10년간 띄엄띄엄 달리기를 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5km를 쉬지 않고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이켜 보았다. 일단 조금만 더 가보자는 생각, 옆에서 남편이 같이 뛰면서 몇 km까지 왔는지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아주 조금만, 500m라도 좀 더 가면 좋겠다는 생각. 숨이 차오를 때 어떻게 숨을 쉬면 더 나은가 생각해 보고 시험해 본 것. 이 모든 게 서로 도와서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었구나 싶었다.


남편은 오늘이 아주 기념비 적인 날이라며, 자신도 5km 쉬지 않고 달려본 게 오랜만이라고 했다. 그러게. 지하철 계단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서 쉬면서 올라가던 내가, 5km를 안 쉬고 달리다니. 안 되는 건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에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먹으면서 성장에 관심을 일부러 끄고 살았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데, 나는 그렇게까지 노력이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만 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하다가 만 것들이 많다.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그때까지 했던 노력들은 안 하면, 산산이 깨어져 흩어져버리고 만다.


어제의 달리기는 그런 걸 내게 일깨워 주었다. 목표로 삼았다면, 포기하지는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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