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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11. 2017

10년의 연애, 갈등, 이혼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디면 된다 

어느 쪽이 잘 못 했고 어느 쪽이 잘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편은 홀로 된 어머니를 봉양해야겠다는 마음이고, 아내는 신혼기간 만이라도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집중하길 원한다. 누구의 잘 못이라고 간단히 말하겠는가. 


전통적인 가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족 중 가장 약한 사람을 돕는 게 당연하다. 홀로 된 어머니라면 아내 쪽이건 남편 쪽인 건 힘이 남은 자식들이 신경을 더 써주는 게 맞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내는 여자 친구가 아닌 가족이 된 사람이다. 남이 아닌 한 가족이 되었으니 자신의 어머니를 함께 보살 피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남편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홀어머니를 장가까지 간 아들이 챙겨주고 남은 여생을 신경 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손가락 질 할 수 없어 보인다. 반대로 생각을 해보자. 아무리 아내 쪽이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아내 쪽의 부모님들도 시간이 지나 거동이 불편해지시고 자식들의 도움이 필요해 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 남편이 아내의 가족들 보단 자신들에게 더 신경 쓰고 집중하자고 한 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아무리 세상이 핵가족화되고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사람이 지키고 살고 싶어 하는 가족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남아 있다고 본다. 만약 남편과 재결합하게 된다면 남이 아닌 한 명의 가족으로서 남편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자. 쉽지 않은 일이다. 결혼을 하면 법적 가족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진심으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자 친구의 어머니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족이 된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재회를 해야 한다면 이 점은 남편 쪽에선 양보가 힘들어 보인다. 남편에게 나를 선택할 것이냐 어머니를 선택할 것이냐와 같은 질문은 던지지 말자. 비약이지만 부모를 버리고 아내를 선택한 남자가 되라고 묻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남편이 그런 사람이라면 아내 또한 남편을 잘 못 보고 만남을 이어온 게 된다. 어머니를 버리고 여자, 여자 친구 또는 아내를 선택할 만한 남자를 원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아내는 남편이 어머니에게서 정신적, 물질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남편의 귀에는 홀어머니를 더 힘들게 놔두라는 소리로 밖에 안들리지 모른다. 



반대로 남편도 문제가 있다. 가족이 되었다고 해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인간의 도리를 무조건 아내에게 함께 하자고 해서도 안된다. 농경 가족이 아닌 세상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변해 갈 것이다. 예전만큼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부모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 정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도리를 아내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남편이 생각하는 결혼 생활과 아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도 다를 수 있다. 남편이 맞다고 하는 일을 아내가 아니라고 거부하진 않는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정도의 차이를 줄 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는 쪽은 남편이다.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어머니를 신경 쓰고 싶은 것과 아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반경과 의무는 엄연히 다르다. 


물질적인 이유로 남편의 어머니를 더 챙겨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혼 자일 때의 문제다. 남편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들로서 인간으로서 할 일을 한다고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남편이라 하면 아내의 문제도 마음도 신경 써줘야 하며 아내의 가족들도 신경 써주는 게 당연하다. 혼자 고집을 피워봐야 될 일이 아니다. 스스로는 그저 해야 할 일, 본인이 마음 편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아내에게는 고생 아닌 고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남편이 정해 논 가족의 정의에 아내를 무조건 끼어 맞추는 것도 문제가 있고, 조금 더 여유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남편이 하는 일에 희생을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서로가 왜 만났고 결혼은 왜 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행복을 위해 한 결혼이라는 건 둘 다 동의할 듯하다. 사랑만으로는 안 된다. 당연히 돈 만으로도 안 될 듯하다. 


다 자란 성인으로서 어른으로서 행동해야 되지 않을까. 고리타분한 주례사처럼 인내와 희생은 결혼생활에서 사랑보다 선행하는 듯하다. 상대방이 행복해지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인내와 희생이 고생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사랑이 아닐까. 결혼생활과 사랑을 주고받는 건 이런 시각에선 별게 인지도 모르겠다.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디면 된다. 남편이 홀어머니에게 하는 행동이 본인에게는 희생과 고생 그리고 고통으로 여겨진다면 아마 재회를 하더라도 불화에 빠진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제나 물질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는 남편을 견뎌 낼 수 없다면, 대화를 통해 남편 또한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길 거부한다면 재회는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한다. 


반대로 본인이 견딜 수 있다면, 견디기에 버겁더라도 남편이 옆에서 함께 해해줌이 행복하다면 재회가 그렇게까지 불가능 하진 않을 듯하다. 또는 남편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함께 지고 곁에서 응원해 주고 싶다면, 그럴 생각이라면 남편에게 그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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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사랑을 하는 걸까 연애를 하는 걸까 

저자 : Ko Ho

http://www.bookk.co.kr/book/view/2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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