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by 고호

시간이 흘렀지만 러시아 식당은 열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보리스와 나는 점심시간에 그곳에 가 보았다 그 외설적인 그림들 제외하면, 어떠한 변화도 이루어진 게 없었다, 그리고 빚쟁이는 두 명 대신 세 명이 되어 있었다. 주인장은 그 특유의 붙임성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러고는 바로 내 쪽으로 돌더니(그의 촉망받는 접시닦이에게) 5프랑을 빌려갔다. 그러고 나자 나는 이 식당이 말 뿐임이 확실해졌다. 주인장은, 그럼에도, 개시일을 '지금으로부터 2주 뒤에'라고 장담했다, 그리고는 요리를 할 여자를 우리에게 소개하여 주었다, 발트해 러시아 여자였는데, 짤막한 키에 운동장은 가로지를 엉덩이였다. 그녀가 말하길 요리를 하기 전 까지만 해도 가수였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 굉장히 예술가적인 면모가 있고, 영국 문학을 사랑한다 했다, 특히 엉클 톰의 오두막집을 좋아한다고 했다. (*엉클 톰의 오두막은 미국 소설이다.)


지난 2주 동안 다른 뭔가를 거의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접시닦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큰 변화가 없는 삶이었다. 6시 15분 전 느닷없이 일어나서는, 기름으로 뻣뻣해진 옷을 쑤셔 입고는, 더러운 얼굴과 뻣뻣한 근육으로 집을 허둥지둥 벗어 난다. 새벽이다, 노동자들이 모이는 카페를 제외하고는 모든 창문이 어두웠다. 하늘은 코발트색의 광활한 평평한 벽과 같았는데, 이를 지붕들과 검은 종이를 풀로 붙여놓은 듯한 첨탑들이 수놓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깬 사람들이 긴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쓸었고, 누더기를 걸친 가족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일꾼들과 여자들은, 한 손에는 초콜릿을 한 손에는 크루아상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전철은, 더 많은 노동자를 싣고, 우울한 굉음을 내며 지나쳐 갔다. 역 밑으로 재빠르게 내려갔다, 자리를 맡기 위해 싸움을 벌였고-문자 그대로 아침 여섯 시 파리의 지하철에서는 싸워야만 한다-그러고는 흔들리는 수많은 승객들에 사이에 꼼짝도 못 하고 서서는, 입에서 쉰 와인과 마늘 냄새를 뿜는 흉물스레 생긴 어떤 프랑스인의 얼굴을 코 바로 앞에 두고 있어야 했다. 이러고 나서 호텔 지하의 미로로 들어갔다, 그렇게 두 시까지는 햇살 따위는 잊는다, 태양은 뜨거웠고 검은 도시는 자동차와 사람으로 붐비는 시간 때였다.


호텔에서의 첫 주가 지난 뒤로, 점심시간 때는 낮잠을 자거나, 돈이 있을 때는 술집에 있었다. 몇몇 야망 있는 웨이터들이 영어 수업을 가는 것 외에는, 전체 직원들이 그들의 여가시간을 이런 식으로 낭비했다. 나도 아침 일이 끝나고 나은 뭔가를 하기에는 게을러 보였다. 가끔은 잡부들끼리 무리를 만들어 새예 거리의 거대한 매춘가로 향했다, 가격이 5프랑 25상팀 정도였다-영국 돈 10펜스 1 페니 반이다. '고정된 가격'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다녀온 사람들은 그곳의 경험을 대단한 농담처럼 묘사하고는 했었다. 그곳은 호텔 일꾼들에게는 인기 집합 장소였다. 잡부들의 월급으로는 결혼도 할 수 없었고, 두 말 필요 없이 호텔 지하실의 일들은 청결함이나 까다로움을 장려하지도 않았다.


네 시간을 더 창고들 속에서 보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차가운 공기의 거리에 나섰다. 가로등 불빛으로 비추고 있었고 -희미한 보라색을 띤 희한한 파리의 가로등이다-강 넘어 에펠 탑은, 마치 한 마리의 불로 된 거대한 뱀처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등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자동차들의 줄기는 앞 뒤로 미끄러지듯 조용히 흘렀다, 여자들은, 희미한 조명 아래 매우 아름다운 모습으로, 상점가를 거닐고 있었다. 가끔은 여자들이 보리스나 나를 힐끔 보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의 기름진 옷을 눈치채면,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지하철에서 또 다른 전투를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열 시 전이었다. 통상 10시부터 12시까지는 집 근처의 작은 술집에 갔다, 지하에 위치한 곳으로 아랍 인부들이 단골로 삼은 곳이었다. 싸울 곳으로는 나쁜 장소였다, 종종 병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한 번은 끔찍한 결과도 있었다, 그렇지만 하나의 규칙은 아랍인들은 그들끼리만 싸웠고 기독교인은 건들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라키라는 아랍 술을 굉장히 저렴하게 팔고, 밤새 장사를 했는데, 하루 종일 일하고 밤새 술 마시는 아랍인들-운이 좋은 사람들이다-의 저력 때문이었다.


이게 전형적인 접시닦이의 삶이었다, 그때는 그리 나쁜 인생처럼 보이진 않았었다. 가난 다하는 느낌이 없없다, 방세를 내고도 일요일에 먹을 음식과 담배를 살 돈에 여행경비도 남았고, 그러고도 또 하루에 술 한 잔 할 수 있는 4프랑이 있었다, 4프랑이면 풍족한 거였다. 엄청나게 단순해진 삶에는 -표현하기 힘들지만- 짐승이 느낄 법한, 육중한 만족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떤 것도 접시닦이의 삶보다 더 단순해질 수는 없다. 접시닦이들은 잠과 일 사이의 규칙적인 박자 속에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깥세상에 대한 인식 없이 살아간다. 그들의 파리는 호텔, 지하철, 몇몇의 작은 술집 그리고 그들의 침대로 쪼그라들어 있다. 그들의 무릎에 앉아 굴과 맥주를 마시는 하녀와 함께 소풍을 간다 할지라도, 도로 몇 개 떨어진 곳이 전부다. 쉬는 날에는 정오까지 침대에 누워있다가, 깨끗한 셔츠를 입고, 술 내기를 하고, 점심식사 후에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그들에게는 일, 술 그리고 잠만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들 중에서 잠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날 밤에는, 새벽이었다, 내 창문 바로 아래서 살인이 일어났었다. 무시무시한 소란에 잠에서 깨었고,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바닥 위에 쭉 뻗은 남자를 보았다. 나는 살인자들도 볼 수 있었다, 세 명이었고, 도로 끝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우리 몇몇은 밑으로 내려가 남자가 죽었음을 확인했는데, 그의 머리는 배관으로 맞아 깨져 있었다. 그 피 색깔이 선명하다, 신기하리만큼 자줏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와인 같았다, 그 날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몇 마일이나 떨어진 마을의 아이들도 구경하러 모여들었다고 사람들이 말했다. 당시를 돌이켜 볼 때 충격적인 사실은 살인이 일어나는 3분 동안 나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는 거다. 거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들은 남자가 죽었음을 확인하고는, 침대로 바로 돌아갔다. 우리들은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살인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낭비할 정신이 어디 있었겠는가?



호텔의 일은 나에게 진정한 수면의 가치를 가르쳐 주었다, 배고픔이 음식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듯. 수면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수면은 안도나 안심 그 이상으로 관능적이며 유혹적이었고 특별했다. 더 이상 벌레 때문에 골머리를 썩지 않게 되었다. 마리오가 확실한 처리법을 알려주었는데, 후추였다, 침구류에 두껍게 뿌렸다. 나는 재채기를 해야 했지만, 벌레들이 이를 질색했고, 다른 방들로 이민을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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