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연애가 시작하게 되는 계기와 끝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짝사랑만 몇 년씩 하다 결국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하고 인연을 끝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순간 우연찮게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S양의 경우가 후자 쪽이다. 둘은 우연하게 SNS로 알게 되어 호감을 키워나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운이 좋다.) 실제로 만난 후에도 호감이 깨지기는커녕 둘의 호감은 더욱 커져 갔다. 보통 어플이나 SNS 등과 같이 온라인으로 호감을 키워가다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본 뒤로는 바벨탑 같던 호감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만에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사귀는 것에 동의했다. S양과 S양의 전 남자 친구는 처음 한 두 달은 꿈같은 연애를 했을 것이다. 서로 싸울 일도 없었고 쿵작도 잘 맞고 좋다고 사랑한다고 서로의 귀에 엄청난 양의 캔디를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렇게 꿈만 같던 시기가 평생 갈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의 연인들이 겪는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싸움이 시작되고, 그 싸움이 반복이 되고, 인내와 참을성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 S양은 폭발하고 만다.
이야기를 들어 본 즉, 전 남자 친구도 S양도 연애에 대한 기본 중심이 없었다. 물론 연애라는 게 무슨 확고한 가치관이 필요하다거나 확실한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애에 관한 가치관과 경험, 그리고 마음가짐이 있었다면 두 사람의 연애가 지금처럼 막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둘 다 서로를 좋아만 했지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뿐이다.
전 남자 친구의 경우, S양을 만나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사귀기로 했지만 연애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첫 한 두 달은 연애라는 새로운 만남에 자기를 좋아해 주고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마음에 마냥 신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남자는 여전히 연애보다는 혼자 있는 삶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 친구와 만나 운동을 하고 아는 선후배를 만나며 술을 마시고 다니고 여자 친구를 만날 시간은 없어도 친구들 만날 시간은 있어 보이게 행동한다. 아직 연애에 자기 자신을 모두 쏟아부을 자신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이런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 하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생각 없이 행동하며 친구들이랑 어울렸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나, 이쪽이 됐건 저쪽이 됐건, 생각이 있었건 자각을 하지 못 했던 S양의 전 남자 친구는 연애를 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친구와 자신의 삶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니 당연히 S양의 마음엔 불만이 쌓이고, 섭섭함이 쌓이고, 답답함만 늘었을 것이다.
S양은 그렇게 문제없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된 이유가 자기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누구의 잘 못도 아닌 서로가 연애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고 지식이 조금 짧았을 뿐이라는 거다. 남자 친구가 자신과의 약속도 제대로 기억도 못 하고 힘들게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고 자신을 등한시하는 것 같으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S양이 할 수 있었던 옵션은 두 가지였다. 화를 내거나 아니면 전 남자 친구의 행동을 그저 받아들여주거나. 그중에 선택한 것이 첫 번째 행동이었을 뿐이다. 전 남자 친구가 자기를 잘 만나려는 노력도 안 하고 친구들만 만나 어울리려 하는 모습에 화가 나지 않을 여자는 없다. 그렇다고 그걸 남자 친구를 너무 사랑하니 다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것도 조금은 이상하다. 물론 다 참고 이해해줬으면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고 전 남자 친구와 이별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S양이 참을 인 세 번을 선택했다면 S양의 마음은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먼지가 되도록 바스러졌을지 모른다. S양이 화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술 먹다가 연락 안 되고, 자신과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남자 친구를 받아들여주는 것이 덕목이라고 인식되던 시절은 조선시대뿐이다. 아니, 조선시대 때도 술 먹고 들어오는 양반 안주인들이 바가지를 긁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행동들이 못 받아들여지는 건 똑같다.
전 남자 친구는 그런 모습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친구들과 놀면서 여자 친구의 전화를 꺼릴 때가 있다. 이유는 당연하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고 혼나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자들 중에는 친구들과 놀면서도 여자 친구와 연락할 거 연락하면서 놀기도 한다. 남자 친구는 단지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하고 위기의 상황, 그때만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줬을 뿐이다. 사실 이 부분도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만... 어쨌든, 원론으로 돌아가 보면, 둘 달 잘 못한 부분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다는 거다. 매번 똑같은 이야기로 화를 내고 지적을 하면 그걸 듣는 사람은 처음에는 그 행동을 고치려 하고 그러다가 안되면 그 상황에 무뎌지고 마지막에 가서는 무시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애들이 아닌 성인인 이상 이러한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발견될 수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선 또는 S양의 생각엔 너무 많이 화를 내서 전 남자 친구가 그것에 질려 떠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주된 이유가 아니다. S양이 화를 내고 홧김에 헤어지자고 했다는 말을 한건 단지 두 사람의 사이가 터지게 만든 기폭제 일 뿐 진짜 폭탄은 위에서 말 한 이유들이다. 둘 다 연애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고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
S양도 남자 친구의 모습에 너무 실망과 섭섭함만 가지고 화만 내는 것이 아니고 조금 융통성 있게 행동하면서 남자 친구를 다뤘다면 둘의 사이가 더 지속됐을 수도 있다. 전 남자 친구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S양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집중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면 행동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그렇지 못했고 악순환의 고리에 둘 다 빠져 버렸다. 한 명은 화를 안 냈으면 하고 한 명은 화를 낼만한 행동을 안 했으면 하고,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로 싸우게 되는 전형적인 연인들의 싸움이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싸우다 홧김에 나온 S양의 헤어지자는 말을 단호하게 받아들이고 미안하다는 말과 진심이 아니었다는 S양의 말에도 전 남자 친구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S양은 할 만큼 했다고 보인다. 미안하다는 사과도 했고, 진심 어린 마음도 전했다. 하지만 전 남자 친구는 S양의 마음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S양은 아직도 마음이 남아 가슴이 아프고 저리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은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겠지만 전 남자 친구에 대한 마음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S양이 무조건적인 잘 못이 아니라는 거다. 둘이 싸운 문제는 전형적인 연인들의 다툼이고 이런 이유로 이별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S양이 어떤 식으로 화를 냈고 어떤 식으로 다그쳤는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S양 마음 몰라주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 전 남자 친구의 잘 못도 분명 있다. 그러니 S양도 스스로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 남자 깔끔하게 잊어주자. 아직 연애에 대한 준비도 책임감도 없는 남자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어떤 결론이 날 수 있는지 경험했다고 생각하자. 지금은 힘들고 아프겠지만 만난 시간이 짧은 만큼 잊는 시간도 짧을 수 있다. 통설에 의하면 전 애인을 잊는 시간은 만난 시간의 두배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종종 만난 시간에 1/4도 안돼서 잊는 사람도 있더라...)
너무 자책하지도 말고, 본인이 뭔가 잘 못 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지 말자. 다 그렇게 싸우고 그런 식으로 헤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싸우고 이별해 놓고 새로운 사람 만나서 또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음에 만날 남자는 조금 더 마음이 넓고 S양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에세이 : 사랑을 하는 걸까 연애를 하는 걸까
저자 : Ko Ho
http://www.bookk.co.kr/book/view/2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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