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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Oct 27. 2017

나쁜 남자만 만나게 되는 여자

보통 어떤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결과만을 놓고 문제의 본질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문제가 생기게 된 경위, 원인, 이유 등을 찾게 된다. 이러한 논리적 생각은 이상할 것 없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상식적인 행동들이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원인과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어 해결하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문제가 생기게 됐는지 문제가 생기는 동안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야 문제를 해결 하기 수월해 지기 때문이다. 




A양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A양에게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다. 사실 다른 사람이 A양의 사연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A양을 괴롭히고 사람을 못 믿게 한 나쁜 남자들이 아닌 A양에게 무슨 문제가 있으니 그런 나쁜 남자들이 꼬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말로서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상식, 통상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들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분명 존재한다. 




A양 몰래 다른 여자들을 헌팅하다 걸린 남자, A양의 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또 다른 남자, 여자 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A양과 사귀는 중에도 본 여자 친구가 있던 남자. 한 남자가 이 모든 행동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A양이 각기 다른 남자들을 만나서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런 나쁜 남자들만 만나게 되는지, 한 번이라면 그러려니 변 밟았겠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세 번 정도 되면, 무의식이라는 존재가 A양에게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유도한다. A양의 행동이나, 말투, 평소 행실이 이런 남자들을 꼬이게 만드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한 번 생각을 해 보자. 집이 한 채 있다. 도둑을 세 번 맞은 집이다. 사람이 살면서 도둑을 한 번 맞기도 힘든데 세 번이나 도둑을 맞은 집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세 번 정도 되면 도둑이 문제가 아닌 집에서 문제를 찾게 되는 게 보통 사람의 심리다. 문을 잠그지 않았다거나, 담이 낮거나, 도둑이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거나, 눈에 띄게 집이 잘 살아 보이거나 등등. 도둑이 드는 이유를 집에서 찾으려 하게 된다. 이런 추론과 유추는 매우 합당하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는 집에 있는 게 아닌 도둑에게 있다는 거다. 집주인이 문을 잠그지 않아어도, 담이 낮아도, 위치가 도둑맞기 좋은 곳이라고 해도 잘 못은 도둑에게 있는 것이지 집주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잘 못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 순진하거나 순박하다 정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사실 그 집이 그저 평범하고 여타 집들과 다른 점이 없다면 도둑이 드는 문제가 집에도 있을 수 있다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A양의 경우도 이렇다. 평소 행실이 나쁜 것도 아니고 남들 하는 만큼 그저 평범하게 살았다. 연애를 하며 싸울 때는 싸우고 투정을 부릴 때는 투정을 부렸다. 전혀 이상할 것도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남자도 여자도 연애를 하면 싸우고 서로에게 투정과 짜증을 부릴 때가 있다. 사회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고, 남자들과의 관계에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귀게 된 남자 세 명이 A양의 자존감을 깎아놓고 연애에 대한 불신감을 크게 키워놓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A양에게 여러 차례 일어났을까 라는 질문에는 명확한 대답은 없다. 소개를 받은 남자도, 거리에서 헌팅을 해온 남자도, 먼저 대시를 해 온 남자도 알고 보니 나쁜 남자였다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지만 머피의 법칙이 어째서 무슨 연유로 생기는지는 아무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처럼. 




다시 집 이야기를 해 보자. 집에 도둑이 자꾸 든다면 집에 문제가 없더라도 무언가 바꾸어야 한다. 최신 보안 체제를 도입하거나 담장의 높이를 높이거나, 자물쇠를 바꾸거나, CCTV를 설치하는 것들 말이다. 아무리 도둑에게 백 퍼센트의 잘 못이 있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자신의 집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나는 아무 잘 못이 없으니 도둑이 몇 번을 들던 집의 보안을 강화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피우는 것도 문제가 된다. 





A양의 설명만으로는 이런 나쁜 남자들과 정확히 어떤 연애를 했는지, 연애 초반에는 어떤 남자들이었는지 유추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이 나쁜 남자들이 대체 왜 A양에게 다가와 A양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았는지 이유를 정확히 찾아낼 수 없다. A양이 말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가 있거나 A양이 본인에게 이야기를 풀어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양이 만난 나쁜 남자들의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싸우고 헤어진 연인들은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정확한 전후 사정이 나온다. 하지만 A양의 경우는 전후 사정을 따지고, A양이 어떤 잘 못을 했다고 할지라도 이해를 해 줄 수 없는 행동들을 남자들이 한 경우다. A양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거나 유지를 할 수 없었다면 이별을 고했으면 될 일이다. 그러니 A양이 연애에 두려움을 느끼고 불신을 가지게 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찾아올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도 불신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A양도 말했지만 상황히 따라주지 못해 끝이 났지만 충분히 좋았던 연애도 있었다. 나쁜 것을 주로 생각하고 집중하는 경향이 사람들에게 있는데 굳이 그런 경향을 쫓아갈 필요는 없다. 과거의 긍정적이었던 부분도 생각을 자주 하도록 하자. 





A양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본인 스스로에게 약간의 변화를 줘 보는 게 어떨까 한다. 그동안 해 오던, 화장법, 옷차림, 만나는 남자들, 연애를 시작하기 전의 심사숙고 등. 사소한 변화들을 본인에게 조금씩 줘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듯하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반복이 된다고 해서 본인의 본심과 진짜 성격을 감추고 살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A양이 연애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 나갈 생각이라면 본인의 모습에 약간의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만나는 남자들의 성격과 유형의 통계를 내 보도록 하자. 주변의 이성친구들과 그동안 만난 남자들의 성격, 외형, 나이, 만나게 된 장소, 헤어지게 된 이유, 주된 싸움의 요인 등을 잘 생각해서 자주 반복되는 일이 무엇인지 통계를 내보도록 하자. 빨강머리 앤은 이런 말을 했다. "천 가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A양을 괴롭힌 남자들을 만나게 된 건 A양의 선택이었다. A양이 잘 못 한 건 없지만 그래도 본인이 한 선택과 실수의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하자. 본인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남자들을, 어떤 유형의 남자들과 엮이고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 상태에서 A양에게 가장 필요해 보이는 건 본인만의 시간이다. 그동안 연애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던 경험에 있어서 빠져나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술을 마신 뒤 찾아오는 두통과 속 쓰림 같은 숙취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다시 술을 마시고 다시 술에 취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고 몸에 남아있는 술을 배출해 내는 것 이 두 가지다. 전자의 경우는 다시 술에 취하게 되어 당장의 숙취를 해결해 주지만 언젠가는 더 큰 숙취를 경험해야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숙취가 끝날 때까지 두통과 속 쓰림을 겪어야 하지만 결국 끝이 나게 돼있고 술에서 깨어 맨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A양의 마지막 연애가 언제 끝났는지는 알지 못 하지만 지금은 A양은 연애로부터의 휴식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소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가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집중도 하는 등 연애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로 본인을 비우고 채우고 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어느 순간 연애 때문에 찾아온 숙취가 해소되지 않을까. 남들이 어떤 연애를 하고 있건,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있건 신경 쓰지 말고 본인에게만 집중을 해 보도록 하자. 세상사 연애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해야만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연애 세포가 죽을 때까지 연애를 기피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연애 때문에 아프지는 않을까, 또 똑같은 실수를 범하거나 이상한 남자를 만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은 하지 말자. 사람은 누구나 만남을 가지고 헤어짐을 겪는다. 어떤 이유로 헤어졌건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아파하고 상처받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랑을 하게 되고 연애를 하게 된다. 분명 A양에게도 언젠가는 A양과 하는 연애가 행복한 사람, A양을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에세이 : 사랑을 하는 걸까 연애를 하는 걸까 

저자 : Ko Ho

http://www.bookk.co.kr/book/view/2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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