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은 말한다, 만날 수 있을 때 많은 사람을 만나 보라고, 하지만 이런 말도 읊조리신다, 만나봐야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많은 사람을 만나보라는 뜻이 이 사람 저 사람 아무 감정없이 만났다가 헤어지고, 감정을 가지고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가라는 소린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나와 더 성향과 성격이 맞는 사람이 나를 더 잘 챙겨준다면 이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딨을까 싶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세상을 얻은 것과 같다는데, 나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그 친구가 내 연인이라면 이것만큼 큰 인생의 행운이지 않을까.
장거리 연애를 하다보면 멀어진 함께한 시간만큼 신뢰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감정은 되려 무뎌지기도 한다. 거리가 멀다고 해서, 육체적으로 함께 있지 못 하다고 해서 마음이 무조건 멀어지는건 아니라고 본다. 되려 옆에 있어도 권태기에 찌들어 마음의 거리가 달과 지구사이먼큼 벌어진 연인들도 존재한다. H양의 마음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남자친구와 만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가 편해지고 무뎌져 있을 것이다, 거기에 장거리연애까지 하고 있으니 종종, '과연 나는 연애를 하고 있는걸까?, 난 사랑을 받고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수도 있다. 매우 정상적인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아니고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에야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고,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감정 때문에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H양에게 잘 해주는 남자들을 보며 내 남자친구와 비교하는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동 중 하나다.
만약 H양이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 섭섭한 것이 끝이라면, 그 섭섭한 감정을 남자친구에게 털어 놓는 것이 좋다. 남자친구에게 이런 문제를 고치자 이런 상황 때문에 내가 힘들다, 마음이 동요가 생긴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마음을 터놓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을까 한다. 혼자서 끙끙앓고 속앓이를 해 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H양의 허한 마음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남자들과 비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남자친구에게 싸늘하게 굴수도 짜증을 부리게 될 수도 있다. 불만이 쌓여가고 다른 남자들이 자신에게 해 주는 행동들을 보며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미워 보이지 않을까 한다. 마음을 먹고 H양이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마음을 품게 될 수도 있다.
검은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만, 적어도 노력하는 만큼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을 것이고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일도 빈번히 생기기도 한다. 사람을 의심하고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을 때도 생기기도 한다. 괜히 나 혼자 열을 내고 있는건 아닌가, 나 혼자만 이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려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집착하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의 실수도 아님에도- 내 마음이 그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H양이 지금도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아직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주변 남자들과 자신의 남자를 비교하는 행동은 자제하도록 하자. 남자친구 또한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참고 견뎌내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힘들지만, 서로가 함께 힘들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나 이 세상 고통을 짊어지고 혼자 힘든데, 이 사람에게는 기댈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은 누구를 만나도 하게 될 수 있다. 나를 기댈 수 있게 해 줄 사람은 지금의 남자친구가 아니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H양이 기대고 싶은 남자가 현재 남자친구이고, 앞으로도 H양의 곁에서 쉬고 기대게 해주고 싶은 남자가 H양의 남자친구라면, 남자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비교를 하는 일은 매우 쉬워서,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엄마친구아들을 자랑할 때면,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친구엄마의 자랑거리가 떠오를 수 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남자친구가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떠났다고 느껴서 그런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