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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Mar 20. 2018

결혼은 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결혼을 준비하던 중 원하지 않게 결혼이 무산이 되는 경험을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받게 될 스트레스의 막중함은 이해가 가능할 듯 하다. 결혼을 생각할 만큼 믿었고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지게 된다면-그것도 결혼을 준비하던 와중에-그에 따르는 심적 고통을 무엇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만나 평생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되려 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복잡미묘함을 넘어 어떤 특정한 단어로 표현하기 조차 힘들듯 하다. 그렇지만, 줄이 끊어진 얼레를 붙잡고 날아가 버린 연을 바라보며 주저 앉아 멍하니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이겨 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이고, 오늘이 불행했다고 해서 내일도 불행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은 아니지 않은가. 가끔은 주저앉은 자리에서 억지로라도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 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일어 나야 할 때도 많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어도 그래야 할 때가 있다. 


I양은 최근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던 중 이별을 통보 받았다. 결혼을 원하던 I양은 남자친구에게 부담을 주듯 결혼을 원했고 전남자친구는 I양을 사랑하는 마음과 부담을 이기지 못 하고 결혼을 결정한 듯 하다. 두 사람의 상황이 누구의 잘 못으로 끝이 났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 듯 하다. 결혼을 원했던 I양과 결혼에 심각한 부담을 않고있던 남자친구, 누구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겠는가. 부담감과 의무감에 하는 결혼을 포기한 남자와,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결혼을 원햇던 여자 비난의 손가락을 받을 사람은 없을 듯 하다. 


I양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아마 I양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고통은 아마 덜어내지지 않을 것이다. 짝을 잃어버린 복잡한 마음과 복잡해진 마음이 가져오는 고통은 어떠한 말로도 덜어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시간이 약이 된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깊게 패인 상처를 보고만 있는 것도 답은 아니다. 


진실되게 말하자면, 어떤 위로와 상담이 I양에게 도움이 될지 자신이 없다. 차라리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거나 다른 여성이 생겨 두 사람의 일이 틀어진 것이라면 단순히 그런 남자는 잊고 I양에게 잘 된일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남자가 잘 못 한 점은 분명있지만, 아마 I양도 남자가 사랑이 아닌 의무감과 부담감에 결혼을 하기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I양이 만약 전남자친구를 포기할 수 없다면, 적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몇 가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남자친구가 만약 아직도 I양을 사랑하고 있지만 결혼이 부담스러워 이별을 선택한 것이라면 결혼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그저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남자친구와 더 깊은 대화를 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남자친구에게 여전히 I양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면 이 방법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할 수 있다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행복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자, 결혼을 위한 결혼을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남자친구와 행복한 삶을 원했던 것인지. 결혼이 실패를 했기에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인지, 남자친구와의 사랑이 깨져버려 마음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힘들겠지만 남자친구와 다시 한 번 대화를 시도해 보도록 하자. 남자친구가 먼저 대화를 시도해 올 수도 있고, I양이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던,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현실적인 문제부터, 두 사람이 바라는 미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대화를 하려면 자존심이나, 사회가 바라보는 시각은 무시해야 될 때가 있다. 대화의 기회가 생겼다면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이, 어떤 관계가 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서로가 원하는 미래와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다면 그때가서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물론 I양이 남자친구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하지만 I양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남자친구도 자신 때문에 결혼이 실패로 끝났다는 생각에 심적고통과 부담을 안고 있을 수 있다. 가슴에 차있는 화를 내뱉는 기회를 만들려 노력하기 보다는 화를 없애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남자친구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는지,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확인이 우선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I양이 해야 할 일은 남자친구를 이해하는 것이다. I양도 해야 할 말이 많고, 쌓아 둔 감정이 많겠지만 이건 우선 뒤로 물려놔야 하지 않을까 한다. 흥분된 감정으로 자신이 겪어야 했던 부정적인 경험과 감정에 대해 토로하고 이해를 원하기만 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 그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포기하게 된 이유를 진실한 목소리로 말 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믈론 I양의 감정,생각 모두 무시하고 남자친구에게 맞춰주는 대화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기 위해선 최대한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이 더 많은 희생을 했는지도 생각을 해 보자. 연인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선 더 많이 희생하는 쪽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만약 객관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았을 때 남자친구가 더 많은 희생을 해왔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보다듬어 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남자친구가 I양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단호하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면, 관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선택으로 남는다. 대화를 시도해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돌려보기 위한 노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놓아 줄 때는 놓아 주어야 한다. 두 사람이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이지 한 사람이 사랑만을 주고 관계를 유지하는건 쉽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하자. 70억 인구 중에 I양과 같은 상황을 겪어 본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더 심한 경우도 분명 있을 수 있다. I양과 비슷한 경험을 겪은 여성들 중에는 어떤 여성은 허망함과 공허함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슬퍼만 할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여성은 힘든 상황에서도 이 악물고 본인의 행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I양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던 I양의 인생은 그렇게 결정이 나고 결정에 따라 흘러가지 않을까 한다. 인생의 중대한 일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이를 이겨내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쉽게 말만 내뱉어 낼 뿐이다. 힘든건 I양이고 그걸 이겨내야 하는 것도 I양의 몫이다. 상담을 해주고 있는 나조차도 I양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힘든 마음에 완벽하게 공감한다는 말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공허한 말로 위로는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 본인에게 닥친 힘든 상황은 본인만이 헤쳐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별을 경험하고 슬픔에 빠진 분들에게 잊는 법을 물어 볼 때 하는 말이 있다. 안타깝게도 잊는 방법은 없다. 시간이 지나도 상처는 상처로 남을 때가 많다. 몸에 난 상처가 흉터가 없어지지 않듯이 마음에 생긴 깊은 상처는 없어지지 않고 흉터로 남는다. 다만 시간이 상처가 흉터가 되었을 때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는 것밖에 없다. 상처를 보게 되면 다시 그때 생각이 나고, 아팠던 기억이 다시금 떠 오른다. 잊는 방법은 없다, 시간이 흘러 상처가 흉터가 되고 안아프게 되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 기한 또한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 날이 오기만을 바라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길 밖에 없지 않나 싶다. 힘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안고 가는 수 밖에 없다.


I양이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을 한다면, I양이 할 수 있는 일은 본인에게 집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 동안 원해왔던 꿈을 쫓고,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하는 일들을 하면서 말이다. 세상은 넓고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수 없이 많은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I양이 해보지 못 한 일도 많을 것이고 해 보고 싶은 일도 많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는 I양이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원햇던 삶을 이미 살고 있을지 모른다. I양이라고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결혼이라는 것이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일 중에 하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일부분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이혼을 한다. 누군가는 배우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표현 할 수 없는 고통을 받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상황과 I양의 상황을 비교해 I양의 상황이 어떻다 저렇다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 I양보다 더 큰 일을 겪고도 더 밝게 그리고 본인을 위해 발전적으로 사람들을 보며 용기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원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서 다른 모든 것까지 실패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 보도록 하자. 길 잃은 방랑자가 된 느낌이겠지만, 방랑 또한 인생을 살며 겪게되는 일들 중 하나로 인정했으면 한다. 누군가는 겪지 않아도 될 방랑일 수 있지만 이미 I양에게는 닥친 현실이 되었다.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I양이고 이를 이겨내야 할 것도 I양이다. 본인을 위한, 본인만을 위한 길을 걷는 상상을 했으면 한다. 길을 가다보면 분명 다른 길이 나온다. 우리는 여전히 길을 걷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머물고 싶은 장소가 생겨 멈추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장소를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나쳐 가야 할 때도 있다고 본다. 뒤를 돌아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음에 찾아올 행복을 위해 계속 걷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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