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P양의 경우도 이런 경우다. 다른 연인들처럼 싸우고 웃으며 평범한 연애를 했다. 평범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양 쪽이 가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가며 연애를 해왔다. 그러던 중 P양이 실수를 한 번 했다.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와 술자리를 함께 하고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한 것이다. P양의 행동이 실수로 분류가 되어야 할지 아닐지는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겠지만 P양의 남자친구 눈에는 엄청난 실수였다. 두 말의 여지가 없다. 남자친구는 화를 냈고 P양은 사과를 했다. 하지만 아마 이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 심각한 금이 갔을 것이다. 남자친구가 느낀 실망감은 P양에 대한 신뢰를 야금야금 갉아 먹어갔다.
이일 이후, P양의 실수와는 별개로 남자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P양은 남자친구에게 특정 행동을 멈추고 사과를 요구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화가 날대로 나고 신뢰를 잃은 남자친구는 자신의 잘 못이 무엇이냐 반문을하며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그런 남자친구의 태도에 화가 난 P양은 홧김에 이별을 말했고 남자친구는 매우 차갑게 그리고 흔쾌히 그 이별 선고를 받아 들였다. 아마도 남자친구는 P양과의 관계를 예전처럼 되돌릴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도 다 끝난 상태였던 듯 하다. 남자친구는 P양이 이별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한참 전부터 머릿속에 두 사람의 이별을 그리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이별을 하자마자 남자친구는 전화번호를 바꾸었다.
전화번호까지 바꾸었단 이야기는 이별에 있어 매우 단호한 신호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남자친구는 진심이였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회복 될 수 없다고 행동으로까지 보여 준 것이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남자를 붙잡을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마음에 남는 아쉬움 미련 그리고 사랑이 가슴에 남아 아직도 남자친구를 간절히 붙잡고 싶겠지만 그래도 놓아주려는 노력이 본인과 전남자친구에게도 더 이로울 것 같다.
게다가 남자친구는 폭언까지 했었다. 무슨 상황에 어떤 일로 남자친구가 P양에게 폭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 폭언의 기준도 매우 주관적이기에 타인이 들었을 때는 폭언이 아니라고 할 수준 일수도 있다. 하지만 P양이 들었을 때 남자친구가 폭언을 했다고 느꼈다면 적어도 P양에게는 폭언인 것이다. P양의 기준에서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느끼면서도 마음 돌린 남자를 잡으려는 모습은 어딘가 삐뚤어져 보인다. 폭언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듣고 싶지 않은 마음과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건 복잡한 인간의 감정의 일부분이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P양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받아 달라고 하는 건 본인의 욕심일 뿐이다.
폭언을 하고 이별을 차갑게 받아들인 남자를 잡고 싶은 마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런 감정자신에게 폭언을 하고 여러가지로 P양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남자친구, 거기에 이별을 흔쾌히 받아 들이고 전화번호까지 바꾼 남자친구를 잡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지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두 사람의 좋은 추억 그리고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P양의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포장되고 각색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화번호까지 바꾼 남자친구를 잡고 싶어 할 만큼 P양이 남자친구를 많이 사랑하는 듯 하다. 하지만 사랑이 일방적으로만 향하기만 할 때가 아마도 연애를 끝내야 할 때 일 수 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목말라하고 더 갈구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일지 모르겠지만, P양의 남자친구는 사막의 오아시스도 아니고, P양이 광활한 모래사막에 혼자 서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이런 상황을 P양이 스스로 이어나가려 본인을 괴롭히고, 더 나아가서는 원하지 않는 사람을 괴롭히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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