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렇다.
사람이 그렇다.
사람 감정이라는게 그렇다. 변죽이라고 했던가 변덕이라고 했던가. 뭐가 됐던 어제까지만 해도 죽고 못 살던 커플들이 서로 지겹다고 생전 못 본 남보다 더 차갑게 군다. 결국 서로가 아니면 한 쪽이 일방적으로 지긋지긋하고 지겨운 관계를 끝내자고 선포한다. 사람이 뭔들 안 지겨워 지겠나.
누군가는 한 평생 같은 감정 지겹다는 생각을 안 하거나, 못 하거나, 아니면 잠깐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다만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권태를 단 한 번도 느끼지 못 하고 지나갈까.
감정이란게 바람 한 번에도 들쑥날쑥 한다. 그렇지만 한 번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오래 진득하니 머무르는 감정이 있기도 하다. 지겹다, 세상사 재미없다. 사는게 재미없다라는 말들이 입에 붙으면 잘 떨어지질 않는다.
지겨움이라는 행동을 참아내느냐 못 하느냐도 사람 천성마다 다르겠지만, 인내심이 좋은 사람도 지겨움을 견디다 못 해 지겨움을 견디는게 지겨워져 포기하거나 적어도 잠시.
지겨움은 언제나 따라 붙는다. 어떤 일을 하던, 어떤 생각을 하던, 어떤 감정을 품던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다. 일상이 지겨워 여행을 가고 여행이 지겨워 일상을 찾으며 바쁜 세상이 지겨워 외로움을 찾고 외로움이 지겨워 사람을 찾듯이.
지겨움이라는게 참 일관된게, 그리움도 지겹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 질 때가 됐음에도 과거의 그날과 추억들을 잊지 못 하고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다보면 지겨움이 찾아와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 한다.
날 생각해줘서 이제 좀 혼자서도 잘 살라고 지겨움이 도와주려 하는건지, 그렇게 받아들이고 이걸 고마워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지겨울 정도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게 집착 그만하고 혼자 궁상 떨지말라고 응원해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는 진리를 넘어서면 지겨움이 찾아 오는 건가? 무언가를 잘 하기 위해선 지겨운 단계를 꼭 넘으라고 하던데, 옛날을 잊지 못해 과거를 회상하는 나를 스스로 지겨워하는 나를 극복하면, 과거를 더 잘 회상할 수 있게 되는건가?아님 그리워 하는 그 마음이 일상이 되는걸까.